Q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A 7월 중순경 경남 창원에서 세무사로 일하는 친구가 권해주었다. 부산 경남에선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대략의 줄거리를 일러주었지만 내용이 궁금하여 바로 서점에 구매신청했다. 나같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책은 주문 후 닷새가 지나서야 내 손에 쥐어졌다.
Q 책을 읽은 소감은?
A 한 마디로 쓰레기 같은 불온서적이다. 역사와 국민을 팔아 스스로를 샤머니즘에 물든 거짓말쟁이로 매도한 자해 글 같아 마음이 안타까웠다. 이영훈 외 6명의 집필자들이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럽다.
Q 어떤 부분에서 그랬나?
A 저자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시종일관 일제 당시 징용이든 부역이든 일체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일에는 진실과 거짓, 옳고 그름의 양면성이 있게 마련인데, 저들이 나열하고 기술한 사료나 내용은 거의 모두 일본으로부터 수집되거나 주장한 것들만을 근거로 삼는다. 당시 점령군이자 강대국이었던 일본의 입장만 헤아리고 최빈국이자 망국 상태에 놓여있던 조선인의 처지는 안중에 두지 않은 점이다. 저들은 학자적 균형감과 양심을 저버린 불순분자들에 불과하다.
Q SNS에서의 반응은 찬반이 반반으로 나뉘던데?
A 일본에 극우파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우파나 친일파가 존재한다. 그 중 세력화된 과격분자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SNS를 점령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의 소행으로 책 내용의 진위에 관계없이 동조하는 의견을 올린 결과가 아닐까 의심한다. 실제 불특정 국민 대다수의 의견은 절대 그렇지 않다.
Q 단기간에 10만 부를 돌파했던데?
A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반일, 종족을 운운하는 책 제목과 입소문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부추겼다고 본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분노만 쌓인다. 아무런 발전적인 대안 제시 없이 제 얼굴에 침 뱉기식 조롱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자극된 초반의 구매 열기는 더는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그 정도로 무지몽매하지 않다.
Q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책 읽기는 삶의 지혜를 깨우치고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이다. 특정한 한 편의 주장에 매도되지 않으려면 다른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독서습관은 그런 원칙에 비교적 충실하다. 이번에도 민족문화연구소가 2년 전에 펴낸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생각정원 간)>을 동시에 읽었다. 강제성이 일체 없었다는 이영훈 측 주장에 반해 이 책에는 징용과 부역, 동원 등과 관련된 회유와 강제를 입증하는 자료와 증인들이 수두룩하다. 독자들만이라도 한 쪽이 눈 먼 장님이 되어선 안 된다.
Q 최근의 보이코트 재팬 운동에 대해 한 말씀?
A 나는 1983년 처음으로 일본 출장을 다녀온 이래로 지금까지 17차례 방문했다. 일본인은 언제나 친절하고 나라는 어딜가나 청결하다. 그런 일본이 싫을 리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 대법원의 미쓰비시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개인배상 판결을 경제보복으로 몰고 간 아베 정권에 대해서는 국민적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였던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 없는 한 결코 물러설 수 없다. 하지만 정치논리로 인해 양국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심히 우려한다.
대략 이런 요지로 인터뷰에 응했다. 10분짜리로 방영될 거라고 했다. 언제인지는 모른다. 일본에서 책이 많이 팔려 외화벌이나 톡톡히 했으면, 이참에 저자들이 집단으로 일본 이주를 해 버리기를, 한국에 남은 책들은 몽땅 불태워버리기를... 온갖 속내가 마음속을 오간다. 취재를 위해 멀리서 와 준 후쿠이 사키씨에게 올해 초 발간한 시집 <사랑놀음>을, 동시통역 일로 수고한 배수일씨에게는 중국이주100년사를 기록한 자작 신간 <두만강은 말한다>를 선물로 증정했다. 취재 답례로 사키씨로부터 냉온물병과 NHK기념펜을 선물 받았다. 말미에 돌아가기 전 술시에 들러준다면 내가 막걸리를 한잔 쏘겠다고 했다. 혹시 그렇게 다시 만난다면 그땐 사람 사는 이야기나 나누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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