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이 지난 1월 이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신선임 씨의 ‘이란여행기’를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연재합니다.
불의 도시 야즈드에 온 지 이틀째다. 대부분 건물들의 외관이 약간 붉은색을 도는 진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소박한 통일성에서 야즈드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몇 개의 바르기르가 그 단순함에 장식을 더한 정도인데 그 건물들이 서 있는 좁은 골목길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기에 충분했다.
구시가지의 오래된 골목길은 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였지만 바닥에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골목길이 잘 단장되어 있고 표면이 반질반질하다. 오랫동안 무수한 발자국들이 다녔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높은 담장 안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우리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어다니고 야단법석이어도 아무도 나와 보지 않아 우리는 흡사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마을에 외따로 떨어진 기분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담의 높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밖에서는 안의 모습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담은 5미터 이상이었다. 하지만 출입구를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중앙에 샘을 중심으로 페르시아식 정원(페르시아를 대표하는 10개의 정원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이 잘 가꾸어져 있어 별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차도르와 히잡에 가려진 아름다운 이란 여성들처럼 말이다.
오늘은 숙소와 가까운 카비르 프라이데이 모스크에 갔다가 입구의 서점에 들어갔다. 이란에서는 어떤 도시를 가도 서점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란의 모든 가정에는 꾸란과 하페즈 시집이 꼭 있을 정도로 문학을 사랑하고 책을 가까이 하는 민족이라고 하지 않는가? 나중에 만난 마붑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말이다.
어제 가이드북을 읽다가 피르다우시Ferdowsi(935~1020)라는 페르시아 시인이 소랍과 로스탐의 설화를 25년에 걸쳐 장편 서사시 샤나메‘Shanameh’로 엮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랍과 로스탐의 이야기는 예전에 읽은 할레드 호메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들’(Kite Runner) 속에 나오는 액자 속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그 책을 구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점 주인에게 ‘소랍, 로스탐?’이라고 주인공 이름을 분명하지 않게 발음했는데도 곧바로 영어 번역본을 찾아 준다.
책 제목은 ‘Shanameh’이고 ‘왕들의 서사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옛 그림의 삽화가 들어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서점 주인이 친절하게도 ‘샤나메’의 파르시어 버전도 보여주는데 상당히 두껍다. 그의 말에 따르면 파르시어 책은 전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영어 버전은 완전한 내용이 아닐 거라고 한다. 상관없다.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은 오로지 소랍과 로스탐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하산)와 내(아미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로스탐과 소흐랍’이었는데 위대한 전사 로스탐과 그의 빠른 말 락쉬에 관한 것이었다. 로스탐은 전투에서 소흐랍에게 용맹하게 맞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만 소흐랍이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로스탐은 슬픔에 겨워하며 아들이 죽어가며 하는 말을 듣는다:
“당신이 진실로 내 아버지라면 자기 아들의 생명의 피로 자신의 칼을 더럽히고 말았군요. 그리고 당신은 자신의 집요함으로 그것을 하고 말았군요.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려고 했고 당신에게서 당신의 이름을 그토록 간청하였기에, 그리고 어머니가 말씀하시곤 하던 징표를 당신에게서 보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나는 당신의 마음에 호소한 것은 헛되었고 이제 만남을 위한 시간은 가 버리고 말았으니...
But his favorite story, and mine, was “Rostam and Sohrab,” the tale of the great warrior Rostam and his fleet-footed horse, Rakhsh. Rostam mortally wounds his valiant nemesis, Sohrab, in battel, only to discover that Sohrab is his long lost son. Stricken with grief, Rostam hears his son’t dying words:
If thou art indeed my father, then hast thou stained thy sword in the life-blood of thy son. And thou didst it of thine obstinacy. For I sought to turn thee unto love, and I implored of thee thy name, for I thought to behold in thee the tokens recounted of my mother. But I appealed unto thy heart in vain, and now is the time gone for meeting... (Khaled Hosseini의 The Kite Runner의 p.31~32)
내가 페르시아 문학책을 찾으니 서점 주인이 관심을 가지며 말을 건다. 연을 쫓는 아이의 저자인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에 대한 얘기를 하니 자신도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면서 반가워한다.
현재 35세인 헤이다리 Ezatolah heydari씨는 7살이 되던 해인 1990년 가족들과 함께 이란으로 오게 되었고 테헤란 대학을 졸업했다고 한다. 원래 서구 열강들의 침략이 있기 전 페르시아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을 아우르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이란인들은 자신들이 북쪽 투르크메니스탄 쪽에서 온 사람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서쪽으로 진출해 간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진위 여부를 알기는 어렵지만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1970년대 말 군사 쿠데타를 시작으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그리고 이 후 탈레반의 정권 장악 등으로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이웃 나라인 이란과 파키스탄에서 이민자로서의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스파한의 숙소 마히비비 호스텔에서 아침 식사를 차리고 잡다한 일을 자폐증 청년도 카불 출신의 이민자였다. 형편이 나았던 사람은 저자 칼레드 호세이니처럼 미국이나 유럽에 정착을 하였지만 책의 내용처럼 유력한 사업가였던 아버지는 주유소에서 일하며 벼룩시장을 오가며 차익을 남기는 식으로 생계를 꾸린다. 그와 작별하며 서점을 나왔다. 책이 비싸다고 미안해하며 오르골을 선물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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