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이 잘 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을 방문하다보면, ‘이 학교의 사례를 들어보니,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는 솔직히 별로 없었다. 그 학교 담당자는 어렵게 방문한 우리들 -교사, 학생, 학부모 등- 에게 바쁜 시간을 쪼개서, 최선을 다해 설명을 해주었지만. 물론 방문할 때마다 담당자에게 미안하고 감사해했다.
그런데 그 학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니 (협동조합이) 저렇게 어려운 것이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더 많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기운을 얻으러 갔다가 기가 죽어서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같이 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전혀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모 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학생이 나와서 우리를 안내했고, 회의실 같은 곳에 모아놓고는 PPT자료를 틀어놓고 설명을 해주었다. 학생들과 교사15명 정도가 갔는데, 여학생 혼자서 진행을 한 것이었다. 우리는 그 학교의 협동조합 사례와 활동에 감동을 받은 것이 아니고, 그 여학생의 진행과 설명에 감동을 받았다. 같이 갔던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온 후에 나눈 이야기는 ‘우리 학생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였다.
또 어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분과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었고, 또 어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매점에서 직접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다른 학교의 학생들처럼 앞으로 나서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아니었다. 담당교사인 필자는 여기서 딜레마에 빠지고는 하였다. 이미 예산까지 지원 받은 상태이고, 일은 더디지만 진척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문제가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담당교사가 기본 방향만 같이 고민해주고, 안내해주면 알아서 하는 학생들이 아니다. 학생들과 아주 밀착이 되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당기고, 밀어주어야만 한 발짝을 겨우 움직일 수 있는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언제까지 당기고 밀고를 해야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통의 경우 어느 정도 당기고 밀고 하다보면 자가 동력에 의해서 학생들 스스로가 움직여나갈 수 있지만, 우리 학생들에게 그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협동조합 추진을 시작하고서는 교육에 중심을 두었다. 물론 공간이 꾸려지기 전까지는 교육외에 할 일이 있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공사가 시작되고 공간을 꾸리는데 온 신경을 쓰면서 부터는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 소홀해졌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협동조합의 가치와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지 못했고, 이는 이후 학생들의 활동에서 아쉬움이 되어 돌아왔다. 가치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보니 각 종 활동 -협동조합 활동의 대부분은 봉사활동과 같은 희생정신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에서 자발성이 떨어지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 것이다.
산공愛 운영을 위해 매니저를 한 명 채용하기는 하였지만,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학생 도우미 -꿈드림장학생- 을 모집하였다. 꿈드림 장학생은 학생 5명을 선발하여서 일주일에 하루씩 매니저를 도와서 같이 산공愛를 직접 운영 -상품판매 및 정리- 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사전에 바리스타 교육도 시키고, 위생교육도 받도록 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활동을 봉사활동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댓가를 지불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우리는 댓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희생과 봉사만으로는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의 바탕에는 노동에 대한 댓가를 정당하게 지급하는 것이 옳은 것이고, 참가하는 학생들에게도 노동인권이 지켜지는 경험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도우미를 선발할 때 조건이 있었다.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다. 1순위는 협동조합 동아리 회원(물론 산공愛 조합원인 동아리 회원)이었고, 2순위는 동아리 회원은 아니지만 산공愛 조합원이며, 3순위는 일반 학생이었다. 물론 도우미는 1순위에서 결정이 된다. 그리고 도우미로 선발되면 오랫 동안 활동하는 것이 아니고, 1~2개월 정도만 하고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일부 학생에게만 혜택을 준다고 오해를 살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첫 번째 도우미는 한 학기를 지나서 올해 3월말까지 계약을 연장하였다. 그 이유는 산공愛 운영이 아직 서투르다보니 안정기에 들어설 때 까지는 인원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3월말부터 신입생 중에서 조합원을 모집함과 동시에 도우미도 1~2명씩 교체하기로 하였다.
근무상황부를 마련해 놓고, 본인들이 활동한 시간을 체크하도록 하였고, 한 달 동안 일한 시간을 합산하여서 장학금(이라 부르지만, 알바비라고 알아듣는다)을 지급한다. 시급은 최저임금보다는 조금 더 높게 책정하였다. 매니저의 시급도 학생들과 같은 금액으로 책정하였다. 하지만 도우미 학생들은 불만이 이야기 했다. 실제로 일을 하는 시간보다는 (알바비를)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만 자기가 일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매일 다같이 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도우미 학생들이 서로 친하다보니 친구가 할 때 같이 도와주었고, 짧은 시간 -쉬는 시간 10분- 에 많은 학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판매자가 많을수록 일이 수월하고, 물건을 사러 온 학생 -소비자- 들에게도 편리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도우미 아이들은 실제로는 거의 매일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으니,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추후에 임금으로 보충을 조금 해주기는 하였지만, 산공愛의 매출현황으로는 더 이상의 보충은 어려웠고, 도우미 학생들도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우미만으로는 산공愛 내외부 환경까지 깨끗하게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동아리 회원들을 중심을 봉사활동 계획을 세우고 일주일에 2회 정도 청소를 하기로 하였고, 학생들도 10여명이 참가를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2개월 정도 지나니 흐지부지되었다. 일부 학생들이 도우미는 돈을 받고 하는데, 자신들은 돈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것을 보면서 도우미의 역할과 동아리 회원 관리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된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가치 이해)교육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되새겨보게 된다. 그리고 이 부분은 담당교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해야할 사항일 것 같다.
공간조성을 위해 학생 교육에 소홀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협동조합의 핵심은 교육이다. 세뇌(?)를 시킬 정도로 교육을 강화하여서 협동조합의 가치와 정신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공감시켜내는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매점이나 카페의 운영은 그것을 실천하고 몸으로 확인하는 장(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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