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이,조카가 책을 냈다며 자랑을 하셨다. "작가예요?" 호기심에 빌려달라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책을 건네셨다.
신혼여행기이니만큼 제목부터 달달하다. <너와 나의 알래스카>.
이 책은 놀라운 점이 하나있는데, 의외로 여행 일정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 문성남씨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여행기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공식을 가볍게 깨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여행기를 썼다. 책의 골격은 여행의 일정이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시와 음악과 영화가 변주곡처럼 흐른다. 여행기치고는 사진이 많거나 크지도 않다. 사진 이외의 여백을 이야기로 채워 독자에게 들려주는데, 계속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계속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들은 어떻게 살까? 아이는 몇을 낳고? 그 아이들과 떠나는 여행은 또 어떨까? 등등..
이 신혼부부의 알래스카 여행은 여행 일정만 보면 솔직히 특별하지는 않았다. 알래스카는 예상대로 추운 곳이구나, 경유지인 시애틀에는 스타벅스 1호점이 있고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라는 시장이 유명하구나, 알래스카는 시간 이동 시간이 길구나, 연어가 많구나, 알래스카의 오로라는 정말 멋있겠다, 정도.. 이 책을 특별하게 하는 점은 오히려 그 외에 있었다. 저자가 방문지를 경험하는 태도나 관찰력,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깊이 있는 사고, 새로운 시도와 노력들이 글 곳곳에 녹아있었고 그런 점이 이 책을 돋보이게 했다. 또 그러한 점 때문에 저자가 계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와 나의 알래스카>를 읽는 시간은 즐겁고 평안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결혼 당시의 내 감정들도 떠올랐고, 그동안의 결혼 생활도 돌아보는 시간도 순간순간 가져보았다. 그리고 아직 나에게는 낯선 곳, 시애틀과 알래스카를 저자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 가보며 미래의 내 여행을 꿈꿔보기도 했다.
이전에는 전혀 모르던 작가를 책을 읽어가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준 책이다.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순수하고 솔직하고 소박하게 다가와서 좋았다. 이 책이 이 부부뿐만 아니라 이들을 아는 분들에게, 그리고 새로운 여행이나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따뜻함과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이 가정의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고 축복한다.
작품명: 너와 나의 알래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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