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좀 살벌했다. <엄마 마피아>라니..
'곤충 마을 엄마 협회'
책 맨 첫 부분에 나오는 이 안내문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정말 이런 네트워크가 있다면 들어가고싶다." 이런 생각을 잠깐 해볼정도로 공감이 가고 마음에 드는 문구였다. 책장을 한 장 넘겨보니 서로 공유하는 듯한 대화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친숙한 어투의 글들.. 읽으면서,이 사람들은 서로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인것 같다는 것과 직장맘도 있고 전업주부도 있는 것 같고, 좀 부유한 사람들인것 같고, 다양하면서도 유익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 같았다.
이 대화 글이 끝나면 새로운 인물 이야기가 나온다. 이름은 콘스탄체. 넬리라는 딸과 율리우스라는 아들, 그리고, 검사장인 남편이 있는 부유한 전업주부로 아주 평탄한 삶을 살았단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면서 평온했던 삶은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버린다. 이혼과 동시에 남편은 콘스탄체와 아이들을 집에서 쫓아내어 자기 엄마가 살던 집으로 가게 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생활비만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 집이라는 것이 할머니의 취향대로 꾸며졌고, 할머니가 쓰던 물건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콘스탄체는 당장에 쓸 돈도 없다. 게다가 바로 옆집에는 소송보험을 들었다고 하며 아주 작은 일에도 흥분하고 불평 불만을 쏟아놓는 부부가 살고있다.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도움의 손길이 다가온다. 이웃에 사는 미미와 로니. 이들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채 콘스탄체를 도와준다. 인터넷을 통해 오래된 가구들을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 가구들을 치울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콘스탄체가 돈도 벌 수 있게 해주고, 우중충하고, 고장 투성이의 집을 말끔히 수리해준다. 그리고 옆집 사람들의 소송에 대하여 늘 이겨왔던 유능한 변호사도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콘스탄체는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일상적인 생활을 꾸려간다.
아이들을 각각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아이들의 친구들을 통해 안네라는 친구도 사귀게 되고 앞에서 언급한 곤충마을 엄마 협회 사람들도 알게 된다. 이들은 바로 율리우스가 다니는 유치원의 엄마들 모임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서 콘스탄체와 안네는 엄마 협회 에 들어가고싶어하지만 막상 그들 모임에 갔다가 위선과 허세로 가득찬 그 모임의 성격을 알게 된다.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고, 잘난 척하고, 자기 아이들의 단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고, 흉보고...
이 소설은 상당히 많은 부분이 작가 특유의 유머로 채워져있는데 개인적으로 '곤충 마을 엄마 협회' 회원들의 번지르한 말과 행동 과는 달리 그들의 헛점 투성이의 삶을 보면서 좀 고소한 마음이 들었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 해야하나?
독일에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구나.. 라고 생각할 만큼,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런 류의 엄마들을 많이 봐왔다. 많은 교육정보와 인맥, 그리고 너무나도 특별하다고 여기는 그들의 아이들로 무장하고 튼튼한 네트워크를 이루어 밖에 있는 엄마들과 아이들에 대해 스스럼 없이 배척하고, 평가하고, 소문을 내는 그런 사람들 .. 이런 사람들을 볼 때 때로는 위축되고 내가 아이를 잘 못 키우고 있나? 하는 자격지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비록 소설이지만 완벽해보이는 '엄마 협회'사람들보다 '엄마 마피아' 회원들의 생활과 자녀 교육이 오히려 돋보이는 상황이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콘스탄체는 우연히 재규어맨이라는 멋진 남자도 만나게 되는데 예상할 수 있듯이 이 둘은 잘 될것 같은 분위기다. 이 작품은 나같이 평범한 엄마들이 좋아할 요소들을 골고루 갖춘 것같다. 일상 생활과 비슷한 작품 분위기와 아이들, 그리고 멋진 남자까지.. 그래서인지 500쪽에 가까운 작품 길이도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뒷 이야기를 조금 더 써주었으면 하는 아쉬움까지 남았다. 오랜만에 가벼우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났다. 케르스틴 기어 이 작가가 점점 마음에 든다.
작품명: 엄마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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