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갑 성균관유도회 회장 ‘유교는 변화의 철학, 꼰대를 넘어 앎과 실천을 동시에’성균관유도회총본부 신임회장[군포시민신문=김정대 기자] 성균관과 유교, 어디서 들어 본 듯하다는 사람들이 다수 일 것이다. 더구나 유도회라고 하면 어디 조선시대에 나오는 어떤 단어인가라고 생각한다.
유도회는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심산 김창숙 선생이 해방 후 성균관, 전국의 향교와 서원의 재건과 성균관대학교 개교를 위해 만들었다.
일제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유학, 유교가 근대화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온갖 비판을 들으며 우리의 삶과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하지만 성균관, 유학, 유교, 향교, 서원, 성균관유도회 등은 현재 진행형이며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유학을 전공한 최영갑 박사가 지난 6월 신임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으로 취임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유교의 위기와 변화에의 동참‘을 요청했다.
여름 소나기가 억수같이 내리는 8월 3일 성균관, 성균관유도회총본부가 함께 있는 성균관대학교 정문 옆 ‘유림회관’을 찾아 최영갑 회장을 만나 그의 포부를 들어 보았다.
ㅇ 우선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사람들은 유학, 유교에는 익숙하지만 유도회나 성균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균관은 조선시대 국립대학으로 오백년 간 교육기관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학교의 기능이 마비됐다. 광복 이후에 성균관을 재건하고 성균관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만든 것이 유도회총본부이다. 즉, 성균관대학의 모체가 유도회총본부이다.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심산 김창숙 선생이 성균관 명륜당에서 유림총회에서 발기인 총회를 열었다. 현재 성균관의 교육, 학문 기능은 성균관대학으로 모두 넘어갔고 문묘, 제향 즉 제사 기능만 성균관에 남아 있다. 성균관이 종교적인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서 만들어 졌다면 유도회총본부는 전체회원 조직으로서 교화, 교육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ㅇ 취임 일성으로 '유교의 위기와 변화에의 동참‘을 요청하셨습니다. 회장님이 보는 유교의 위기와 변화의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교가 오랫동안 계승돼 내려왔기 때문에 변화에 둔감하다는 편견이 있다. 유교의 근본적 철학이 변화에 있다. 주역은 64괘의 괘가 만사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유교는 공자에 흥성하고 주자가 등장하기까지 천년 이상 침체하고 주자 이후 우리나라에 와서 다시 흥했다.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발전해 왔다. 유림이 지식으로만 알고 생활속의 실천을 하지 못하다 보니 이런 편견을 낳은 측면이 있다.
가장 젊은 사람으로서 회장이 되고 나니까 변화에 대한 유림의 기대가 크다. 유림도 알게 모르게 변화를 크게 갈망하고 있었다고 본다. 유교의 잘못된 인식을 옳은 방향으로 바꿔 주는 것. 왜곡된 유교를 정상적인, 올바른 유교로 인식을 바꿔 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유림도 조선시대 젊은 학자부터 노학자까지 유림이 곧 선비고 선비가 곧 학문을 하고 실천하는 조직이었는데 지금은 학자 따로, 유림 따로이다. 학자는 대학에서 교육만하고 유림들은 생활에서 실천만하는 분화가 나타나 유교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쌓이게 되고 이를 해결하는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성균관유도회총본부는 유림의 교육과 교화 책무가 동시에 있다고 보고 이를 실천하려고 한다. 선비는 앎과 실천을 함께했다.
ㅇ 유교는 종교 가운데서도 '꼰대' 이미지가 강합니다. 젊은 세대와 각계의 전문가 그룹을 포용하고, 함께하기 위해 유교 종단의 지도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유림조직이 칠십 팔십 어른들의 모임이어서 어른들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실천보다는 훈수가 많다. 이제는 더 이상 나이와 훈수로만은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오히려 권위적인 모습으로만 비춰진다. 어른들이 사람들과 함께하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솔선수범해야 한다. 사람들은 합리적이라 생각할 때 함께한다. 또한 우리 스스로 낮고 겸손하게 가야 한다.
공자님께서 이런 것을 가장 쉽게 표한한 것이 ’내가 원하지 않은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이다. 한자로 恕(서)라고 하는데, 서를 실천하는 것이 우리 지도부의, 유림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논어에 있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면 된다. 다른 이의 잘못을 따지는 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입은 닫고 행동으로‘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ㅇ 사회적 통합이 국가의 주요 과제로 대두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정치적 보수 진보, 지역, 다문화, 소득 격차, 세대와 성 갈등을 비롯한 많은 요인이 국가의 통합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유교를 비롯한 종교들이 사회적 통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금 우리나라는 다종교 국가이다. 현재 드러나는 모습은 종교 간의 갈등이 없고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7대 종단(개신교·불교·유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기타 민족종교의 종단)이 함께 성명서를 내기도 했지만 현재는 종단 간의 화합이 잘 안 되고 있다. 종단에서도 이를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종교 간 화합도 잘 됐고 정치권과 종교인들의 거리도 적절하게 유지됐는데 이후 각 정부마다 종교를 표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통령과 가까운 종단이 혜택을 보는 아주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것을 빨리 떨쳐 버리고 종교의 순기능인 사회통합기능, 어려운 이웃들을 살피는 기능, 소외된 계층과 함께하는 기능 등을 구현해야 한다. 이런 순기능을 중심으로 종교 간의 갈등 조정이나 화합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유교에서는 가장 어려운 이웃을 ‘맹자’에서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고 한다. 환은 홀아비, 과는 남편이 없는 여자, 고는 부모가 없는 아동, 독은 자녀가 없는 남자 또는 여자를 말한다. 하소연 할 곳이 없는 분들이며 현대에도 그대로 있다. 유림인 우리도 이웃을 돌아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려고 한다. 대학생유도회, 청년유도회가 중심이 되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고 실천할 생각이다.
ㅇ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유교의 참모습이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이 안 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제를 거치고 광복이 되면서 많은 신흥학교들이 생겼다. 당시 성균관대학교은 물론이고 유림이 각 시도의 국립대학이나 초·중·고등학교를 향교의 토지를 가지고 많이 세웠다. 그런데 교과서에서 단 한 줄도 이런 내용을 본적이 없다. 그러니 유교가 권위적이고 옛 것만 따른다는 인식이 팽배하는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유림이 독립운동에 기여를 했고 학교를 설립하는데 많은 지원을 했다는 기록이 교과서에 나와야 한다.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유교의 상명하복, 봉건주의 잔재 등 잘못된 인식을 청산하고 올바른 유교 알리기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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