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음식,건강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우리음식이야기] 잣
제25호 지리적표시 임산물-가평 잣
제26호 지리적표시 임산물-홍천 잣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기사입력  2021/11/07 [08:44]

잣나무처럼 그냥 존재하라

잣나무는 어떠한 분별이나 망상도 없다.

 

뜰 앞의 잣나무를 보고 조주 스님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배우라고 일렀다. 불립문자(不立文字), 문자를 세우지 말아야, 즉 ‘개념적 분석’을 내려놓아야 ‘참나’를 찾을 수 있다는 선사의 가르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잣(Pine nuts)은 소나무속에 속하는 상록교목인 잣나무의 씨앗이다. 잎은 솔잎과 비슷하나 좀 더 푸르고 굵다. 두 잎이 나오는 소나무와는 달리 한 군데서 다섯 잎이 나오기 때문에 오엽송이라고도 한다. 잣나무는 한반도 전역, 중국, 시베리아, 일본 관동 고산지대 등에서 자생한다. 우리나라 잣나무는 지름 1~1.5m, 높이 30~40m에 달하고 수령도 500년에 이르는 것이 많다. 15년 정도 자라면 열매가 열리는데 5월경에 노란색, 분홍색의 꽃을 피우고 9월 이후에 수확한다. 잣은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지름 6~10cm, 길이 9~15cm의 솔방울 속에서 형성되며 100알 정도가 결실을 맺는다.

 

잣이 기록된 최초의 고문헌은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찾을 수 있다. 34대 효성왕 때 신충이라는 신하가 왕과 바둑을 두는 일화에서, 그리고 35대 경덕왕 때 승려 충담사가 화랑이던 기파랑을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의 이상과 절조를 찬미한 대목에서, 잣나무를 상록의 상징이자 절개의 표상으로 여겼음을 알게 된다. 당나라 이시진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신라송자(新羅松子) 즉 우리나라 잣의 약효가 당나라까지 널리 알려져 그곳에 간 유학생들이 잣을 팔아 학비와 생활비로 썼다고 전하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인삼과 함께 서역에까지 수출되는 최고의 특산품으로 인정받기도 하였다.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홍천이 연이어 잣을 지리적표시 임산물로 등록했다. 잣은 하천과 계곡을 끼고 있으면서 안개가 잦고 사양 토질의 온대 산악지역에서 최상품이 나오는데 이곳의 지형이 최적지로 꼽힌다. 이 중 가평잣은 국내 잣 생산량의 35%를 차지할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대동지지(大東地志)> 등 여러 문헌에 가평현 지역이 해송자 즉 잣의 특산지로 유명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불로장생 신선식품으로 알려진 잣은 100g에서 약 670kcal의 열량이 나오는 고칼로리 식품으로, 기운이 없을 때나 입맛을 잃었을 때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B가 풍부하며 호두나 땅콩에 비해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빈혈의 치료와 예방에도 좋다. 인이 많고 칼슘이 적은 산성식품으로 해초, 우유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잣이 지니고 있는 성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양강장제의 역할을 하는 우수한 지방 성분이다. 잣에 함유된 지방은 올레인산과 리놀산, 리놀레인산 등 불포화 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불포화 지방산은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혈압을 내리게 할 뿐만 아니라 스태미너를 강화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동물성 지방과는 달리 혈액 속 콜레스테롤 양을 줄이므로 동맥경화는 물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한 잣은 혈색을 좋게 만들고 피부를 매끄럽게 해 동안 외모를 가꾸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 외에도 마음을 안정시켜 주며 불면증, 피부의 가려움증, 빈혈 등에 도움을 준다. 입안이 헐거나 혓바늘 돋는 증상을 치료하는데도 잣이 효과적이다.

 

폐질환, 당뇨병, 심장병, 중풍 등의 예방 및 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잣은 두뇌 발달을 도와 기억력 향상 및 체력 강화를 위해 권장되는 건강식품이다. 단 고열량식품이다 보니 과다 섭취시 비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심장과 간장, 신장의 경락에 작용해 진액을 생기게 하고 풍을 가라앉히며 폐를 튼튼하게 하고 양기를 돋우어 오장을 이롭게 해 준다, 기운을 생기게 하며 비위를 따뜻하게 해 소화 기능을 돕고 장을 부드럽게 해 준다, 눈과 귀를 밝게 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마른기침, 천식, 토혈, 코피, 변비, 식욕부진, 저린 증상,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전신의 통증, 관절통, 허리 아픈 증상,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 식은땀이 나는 증상을 치료한다, 중풍 예방 및 허약체질 개선과 환자의 회복을 돕고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등 불로장수의 묘약으로 널리 쓰여졌다.

 

민간에서는 출산 후 부인병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잣죽을 쑤어 먹기도 하고, 기침 치료를 위해 호두, 찹쌀 등과 함께 끓여 먹기도 하였다. 수정과에 잣을 몇 알 띄우는 것은 철분이 많은 잣이 빈혈을 막고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단맛과 잘 어울린다는 선조들의 지혜에서 비롯되었다. 잣을 고를 때는 하얀색보다 누런색을 골라야 하는데 갓 수확한 잣보다 1~2년 된 잣이 맛있고 영양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영양죽의 대명사인 잣죽 끓이는 법을 소개한다.

* 재료 : 잣 반 컵, 쌀 2컵, 소금 약간  

* 만드는 법 

1. 잣은 고깔을 떼어내고 젖은 행주로 깨끗이 닦는다. 

2. 쌀을 깨끗이 씻어 물에 2시간 정도 불린다. 

3. 잣은 믹서에 물을 1/2컵 정도 섞어 믹서에 간다. 

4. 불린 쌀도 물을 1컵반~2컵 정도 부어 곱게 간다. 

5. 두터운 오지솥에 쌀물과 물을 3컵 정도 붓고 어느 정도 데우다가 나무 주걱으로 서서히 저으면서 끓인다. 

6. 쌀죽이 끓어 엉기기 시작하면 잣물을 조금씩 부어 가면서 주걱으로 재빨리 저어 멍울이 지지않게 골고루 풀어 준다. 저을 때는 한쪽 방향으로만 젓는다. 

7. 뭉근한 불에서 잠시 끓게 두었다가 뜸이 들어 걸쭉해지면 불을 끄고 소금으로 간한다. 

Tip. 쌀을 불릴 때 쌀과 물의 비율은 1 : 6이 적당하다. 도중에 물을 더 부으면 맛이 덜하므로 처음부터 정확히 계량하는 게 좋다. 잣과 쌀을 한데 섞어서 갈면 죽이 쉽게 삭으므로 따로 갈아야 하고 소금 간을 미리 해도 삭으므로 먹을 때 하도록 한다. 

 

10여 년 전 러시아 연해주 한인들을 도와준 적이 있다. 현지 의사를 고용해 고려인 마을로 왕진을 다니게 하던 중 어느 날 의사가 증발해 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알고 보니 의사 일을 잠시 접고 수입이 짭짤한 잣 수확에 나선 탓이었다. 잣을 떠올리면 그때의 러시아 의사가 생각난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군포시민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1/11/07 [08:44]   ⓒ 군포시민신문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