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식이야기] 넙치

제10호 지리적표시 수산물 - 완도 넙치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기사입력 2021/08/28 [10:07]

[우리음식이야기] 넙치

제10호 지리적표시 수산물 - 완도 넙치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입력 : 2021/08/28 [10:07]

우(右) 가자미

좌(左) 넙치

 

가자미와 넙치는 그 생김새가 흡사하다. 구별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눈의 위치를 따진다. 즉 두 생선의 등 쪽을 위로 하여 아가미와 복부를 아래로 두었을 때 가자미는 눈이 오른쪽에, 넙치는 왼쪽에 위치한다. 그래도 헷갈리는 사람은 같은 글자수의 ‘오른쪽 가자미, 왼쪽 넙치’로 기억해두면 더 이상 헷갈리진 않을 것이다. 

 

넙치는 ‘넓다’는 형용사에다 물고기를 뜻하는 ‘치’자가 합쳐져 붙여진 이름으로서 몸이 넓적하여 광어(廣魚)로도 불리지만 표준말은 당연히 넙치이다. 이름의 유래를 좀 더 살펴보면, 고대 중국 사람들은 넙치를 접어(鰈魚)라고 했는데, 이는 동쪽에 접한 우리나라를 접역(鰈域)이라 부른 것처럼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물고기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도 ‘후한서 변양전주(邊讓傳注)에 이르기를 비목어(比目魚)를 일명 접어(鰈魚)라고 하고 강동에서는 판어(板魚)라고도 한다.’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야핑(牙 魚+平), 일본에서는 히라메(魚+平)라 부르고 있어 3국이 모두 넓적한 물고기로 부르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넙치는 가자미목 넙치과에 속하는 해양 생선이다. 연안의 조수가 고여 있는 곳에서부터 수심 1천 미터의 심해에까지 폭넓게 서식한다. 몸길이는 5cm 정도의 소형 종에서 80cm를 능가하는 대형 종까지 다양하다. 이름대로 몸은 납작하고 대개 원 또는 긴 타원형을 띤다. 꼬리지느러미는 등쪽과 뒤쪽이 명확히 분리되고 몸 색깔은 등 쪽이 갈색 또는 어두운색이고 복부 쪽은 흰색이다. 여름철에는 모래 암초가 있는 연안에 살지만 수온이 낮아지는 겨울이 되면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2~7월 사이 수심 20~70m 조수가 잘 통하는 모래진흙, 모래 자갈 혹은 암초 지대에서 산란하는데, 섭씨 15도 정도의 수온에서 60시간 정도 걸려 지름 1mm 전후의 둥근 알을 부화한다. 1년이 지나면 몸길이가 15~30cm이 되고 3년차에는 34~57cm, 5년 차에는 50~76cm, 6년이 지나면 80cm 이상까지 자란다. 지금까지 잡힌 넙치 중 가장 큰 놈은 아이슬란드 피오르드에서 군터 헨젤이라는 독일 어부가 잡은 것으로서 길이가 무려 2.5m, 무게가 220kg에 달해 1천 명이 한꺼번에 먹을 분량이었다 한다. 특이한 점은 새끼물고기일 때에는 몸 양쪽에 두 눈이 있고 머리에 가시가 있다가 자랄수록 오른쪽 눈이 왼쪽으로 이동(Left eye Flounder)하고 가시도 없어져 몸길이 16mm 정도까지 자라면 눈의 이동이 완전히 끝나고 바다 밑바닥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가자미는 왼쪽 눈이 오른쪽으로 몰리는 Right eye Flounder이다.

 

넙치는 우럭이라 불리는 조피볼락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어류양식 어종이다. 연간 생산량이 5만여 톤(약 1억 마리)에 달해 전체 양식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넙치양식 총생산량의 40%를 차지,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완도산 넙치가 지리적 표시 수산물로 등록되었다. 육종연구를 통해 일반 넙치보다 성장이 빠르고 질병에도 강한 우량 넙치를 추운 겨울을 나며 양식하므로 타 지역 양식산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고 맛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완도군이 앞장서서 ‘완도 넙치&LOVE'라는 전국단위 판촉행사를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넙치는 10월에서 2월 사이 늦가을과 겨울철이 제철이다. 육질이 단단하고 씹는 맛이 좋으며 지방질 함량이 적어 담백한 맛을 내기 때문. 넙치는 높은 콜라겐 함량으로 세포막을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탱탱하고 윤기 있는 피부를 만들어 준다. 국물음식을 식혔을 때 생기는 조린 국물의 엉김은 열에 녹아 나온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넙치는 날갯살이 가장 맛있는 부위인데 근육이 잘 발달 되어 있는 지느러미 부위에는 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콜라겐과 콘드로이틴이 많아 피부미용에 매우 유효하다. 라이신을 비롯한 양질의 아미노산으로 영양균형이 잘 잡혀 있으면서도 소화가 잘되는 저지방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이라서 노인과 환자 회복식, 산후조리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3월 넙치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봄철 산란 후에는 맛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로 불릴 만큼 가자미과에 속하는 도다리는 봄이 제철이다. 그러니 가을 전어>겨울 넙치>봄 도다리로 이어지는 횟집 순례를 다녀도 좋겠다.

 

넙치 하면 자연산을 떠올린다. 자연산과 양식산을 구별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뱃살을 비교하는 것이다. 깊은 바닷속 모래 바닥을 배를 끌면서 유영하는 자연산 넙치의 뱃살은 우윳빛처럼 하얀 반면, 양식산에서는 파리똥 같은 반점이 발견된다. 재미난 것은 인공 수정한 치어를 바다에 방류하여 성장한 자연산에서도 반점이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자연산 활어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어 순수 자연산 넙치(광어)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양식기술이 발달하여 양식산 넙치의 육질과 영양 상태가 자연산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만큼이나 서양 사람들도 넙치 요리를 즐긴다. 수산강국인 노르웨이에서 생선 3인방은 넙치, 대구, 연어이다. 깊은 곳에 서식하여 잡기가 힘들었던 넙치는 특별한 연회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귀한 음식(God fish)이었다. 이태리나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생선요리도 넙치(halibut) 아니면 연어(salmon)다. 비린내가 적고 맛이 담백하여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기 때문. <할리벗 요리책>의 저자인 캐넌 바나비 쉐프는 “단단하면서도 살짝 달콤한 맛을 가진 넙치는 와인에 담아 끓이기만 해도 훌륭한 맛이 난다”며 다양한 종류의 요리에 이용하고 있다.

 

집에서 조리할 수 있는 이색적인 ‘버섯 넣은 넙치살 튀김 요리’를 소개한다.

* 재료: 넙치살 600g, 버섯 소 100g, 밀가루 1큰술, 빵가루 1작은술, 달걀 1개, 당근 20g, 표고버섯 50g, 소금 1/2큰술, 식용유, 케첩 1.5큰술, 양파 1개, 마늘 1톨, 청·홍고추 각1개, 참깨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 조리법

1. 손질한 양파, 버섯, 당근, 고추, 마늘을 각각 가늘게 채를 썬다. 

2. 1의 준비한 재료를 버터에 볶다가 케첩,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양념한다. 

3. 준비한 넙치살은 얄팍하게 저며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하고 밀가루를 골고루 바른 다음 버섯 소를 넣고 싼다.

4. 3의 넙치살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바른 다음 빵가루를 입히고 참깨를 뿌린다.

5. 섭씨 180도의 튀김기름에 4를 노릇하게 튀겨낸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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