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식이야기] 무안 낙지

제16호 지리적표시 수산물 - 무안 낙지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기사입력 2021/08/23 [07:45]

[우리음식이야기] 무안 낙지

제16호 지리적표시 수산물 - 무안 낙지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입력 : 2021/08/23 [07:45]

봄 주꾸미,

가을 낙지

 

주꾸미와 낙지는 8개의 발을 가진 두족류 연체동물로 사촌지간인 셈이다. 3월 산란기가 시작되기 직전의 이른 봄 주꾸미 맛과 5~6월 산란기를 끝낸 가을 낙지 맛이 최고여서 붙여진 말이다. 이 둘을 식별하는 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낙지는 몸길이가 70cm까지 자라고 발마다 1~2줄의 빨판이 있으며 발이 매우 가늘고 긴 반면, 주꾸미는 몸길이가 24cm에 불과하고 발마다 2~4줄의 빨판이 있으며 발 길이가 몸통의 2배 정도로 짧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하는 낙지의 몸은 가늘고 길며 외투막 길이에 비해 발이 긴데, 특히 첫 번째 발이 길고 굵으며 수컷의 세 번째 발은 혀 모양으로 교접완이다. 몸은 몸통·머리·발로 나뉘는데 머리처럼 보이는 몸통은 달걀 모양으로 심장·간·위·장·아가미·생식기가 들어있다. 연안의 조간대에서 심해까지 분포하지만 얕은 바다의 돌 틈이나 갯벌 속에 굴을 파고 산다. 바위틈이나 갯벌에 판 굴속에 있다가 발을 밖으로 내어 먹이를 잡아먹는다. 간의 뒤쪽에는 먹물 주머니가 있어 쫓기거나 위급할 때 먹물을 뿜어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한다. 산란기는 5∼6월이며 발 안쪽에 알을 낳는다.

 

한자어로는 보통 석거(石距)라 하고, 소팔초어(小八梢魚)·장어(章魚)·장거어(章擧魚)·낙제(絡蹄)·낙체(絡締)라고도 하였다. 방언에서는 낙자·낙짜·낙쭈·낙찌·낙치라고 한다. 중국의 의서 <천주본초(泉州本草)>에서 낙지는 ‘익기양혈(益氣養血), 즉 기를 더해주고 피를 함양해주기 때문에 온몸에 힘이 없고 숨이 찰 때 효능이 있다’고 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도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며 낙지의 효능을 입증하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형제인 정약전과 정약용은 낙지 사랑이 대단했다. 동생인 다산 정약용은 <탐진어가(耽津漁歌)>라는 시에서 ‘어촌에서는 모두 낙지로 국을 끓여 먹을 뿐, 붉은 새우와 맛조개는 맛있다고 여기지도 않는다.’고 읊었다. 정약전은 한술 더 떠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금도 남도 지방에는 출산이나 병치레하는 소에게 낙지를 먹이는 풍습이 남아 있을 정도다.

 

우리 선조들은 옛날부터 낙지를 즐겼던 것 같다. 광해군 때 허균은 팔도음식을 평가한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서해안에서 잡히는 낙지는 맛 좋은 것이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 특별히 따로 적을 필요가 없다’고 했으며, 특산품으로도 이름을 떨쳐 발해와 당나라 사이의 교역 품목에 낙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다. 이 때문에 옛날부터 산낙지를 즐겨 먹었을 뿐만 아니라 숙회, 연포탕 등 다양한 낙지 요리가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세발낙지로 유명한 무안군이 무안 낙지를 지리적표시 수산물로 등록했다. 이곳 현경면과 해제면 사이의 무안갯벌은 전남 순천만 갯벌에 이어 2008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는데 게르마늄이 다량 함유된 생태갯벌이다. 낙지가 가장 많이 잡히는 음력 9월 보름(중구사리)경 주낙(줄낚시)를 들고 갯벌에 뛰어들어보라. 야행성인 낙지가 보름달빛에 홀려 끌려올라 것을 눈으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무안군이 자랑하는 ‘무안 5미(味)’는 세발낙지, 양파 한우, 명산 장어구이, 사창 돼지 짚불구이, 도리포 숭어회 5가지인데 이 중 으뜸이 세발낙지 요리이다.

 

낙지는 광활한 갯벌에서 자라 맛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타우린을 다량 함유하고 단백질, 인, 철, 비타민 성분이 있어 콜레스테롤의 양을 억제하며 빈혈 예방의 효과도 탁월하다. 낙지는 바다 생물 가운데서 최고의 스태미나 식품으로 꼽힌다. 말린 오징어 표면에 생기는 흰 가루는 타우린이라는 성분인데, 강장제이자 흥분제에 속하는 것으로 일제가 2차 대전 말기 카미가제 특공대원들에게 흥분제 대신 먹였다고 알려져 있다. 낙지에는 타우린이 무려 34% 들어있다. 낙지 반 마리에 해당 되는 100g당 871mg이나 함유되어 있는데 같은 100g당 굴 396mg, 미역 200mg과 비교해 보아도 원기를 돋우는 음식으로 단연 으뜸이라는 평이 실감이 간다.

 

사람 몸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체내의 단백질은 평상시보다 더 많이 분해되므로 양질의 단백질 보충이 필수적이다. 또 단백질이 부족하면 성호르몬의 분비도 줄어들므로 스트레스와 섹스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산 낙지의 단백질 함량은 14.6%에 달하고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많아 갯벌 속의 인삼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낙지의 5대 효능을 요약해 보면, 첫째 풍부한 영양성분으로 최고의 스태미너 식품으로 꼽히고, 둘째 콜레스테롤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셋째 철분이 풍부해 빈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넷째 뇌 기능을 돕는 DHA 성분이 풍부하고, 다섯째 각종 아미노산이 간 기능을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낙지는 주로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서 산 채로 먹기도 하는데 조리해 먹을 때 보다 칼슘과 비타민 파괴가 덜하다. 또 낙지볶음을 먹을 땐 고추와 함께 먹으면 고단백 식품인 낙지와 고추의 매운맛이 조화를 이뤄 맛도 더 좋아지고 낙지에 부족한 영양성분인 비타민 A와 C를 고추가 채워주기 때문에 영양가도 높아진다. 양념을 거의 쓰지 않고 미나리, 대파 등 채소를 넣어 끓인 연포탕은 저칼로리 체중 조절식으로 인기가 높고 몸이 찬 사람들에게 좋다. 산낙지와 갈낙탕, 낙지볶음과 함께 대표적인 남도 음식에 속한다. 조선 시대 조리서 <음식방문(飮食方文)>이라는 책에는 연포탕이 1800년대 중반의 음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연포라는 명칭은 낙지를 끓일 때 마치 연꽃처럼 발이 펼쳐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낙지는 표고버섯과 음식 궁합이 잘 맞는데 낙지에 부족한 식이섬유와 비타민D를 보충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 하지만 발음상 낙제어(諾蹄魚)라고도 불리는 점 때문에 수험생에게는 금기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낙지에 관한 속담은 대체로 낙지의 생태나 잡는 행위와 관련된 것이 많아 일이 매우 쉽다는 뜻으로 ‘묵은 낙지 꿰듯 한다.’는 속담이 있고, 일을 단번에 해치우지 않고 두고두고 조금씩 할 때 ‘묵은 낙지 캐듯 한다.’라 한다. 낙지 머리와 남성의 성기를 동일시하는 음담패설도 전라남도 민간설화에 채록되어 있다.

 

서울에 무교동낙지가 유명하듯 청년 시절을 보냈던 부산에서는 <조방낙지>가 유명했다. 옛날 조선방직이 있었던 곳에 자리했던 그 식당 할머니의 야들야들 탱글탱글 낙지볶음 솜씨는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낙지볶음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 재료 : 낙지 2마리, 양파 1개, 대파 2뿌리, 풋고추 2개, 홍고추 2개. 양념장 : 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2큰술, 간장 1큰술, 다진마늘 1큰술, 다진생강 1/3작은술, 설탕 2큰술, 깨·참기름 약간씩 

 

* 만드는 법 

1. 낙지는 머리를 뒤집어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으로 문질러 씻는다. 

2. 손질한 낙지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3. 양념장(고추장,고추가루,간장,깨,마늘,생강,설탕,참기름)을 만든다. 

4. 실파는 4cm로 썰고, 양파, 홍고추, 풋고추는 채 썬다. 

5.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홍고추를 볶다가 양파, 낙지를 볶는다. 

6. 양념장을 넣고 볶다가 풋고추, 실파를 넣어 다시 한번 볶아낸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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