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식이야기] 겨울배추

제11호 지리적표시 농산물 - 해남 겨울배추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기사입력 2021/06/15 [16:58]

[우리음식이야기] 겨울배추

제11호 지리적표시 농산물 - 해남 겨울배추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입력 : 2021/06/15 [16:58]

  땅끝에 서서  

  더는 갈 곳 없는 땅 끝에 서서  

  돌아갈 수 없는 막바지...(중략)  

  혼자 서서 부르는 / 불러  

  내 속에서 차츰 크게 열리어  

  저 바다만큼  

  저 하늘만큼 열리다.

                                                         - 김지하 시 ‘애린’ 일부 -

 

김지하의 시처럼 해남 땅은 땅끝마을이다. 돌아갈 수 없는 막바지이기에 결연한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는 바다를 열고 하늘마저 열게 한다. 이곳 해남 땅에서 겨우 내내 열리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겨울배추다. 수확기에 접어드는 초겨울이면 주산지인 이곳 황산, 화원 일대의 배추밭은 온통 푸르른 바다처럼 장관을 이룬다.

 

해남 겨울배추는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강원도 고랭지배추로 대표되는 여름배추와 쌍벽을 이룬다. 배추는 재배 시기에 따라 4계절 배추로 나뉘고 속이 차는 여부에 따라 알이 꽉 찬 결구(結球)형과 그렇지 않은 비결구형으로 나뉘는데 우리가 즐겨 먹는 대부분은 결구형 배추다.

 

배추는 섭씨 23도 이상의 고온에 취약한 반면, 5도 이하에서도 생육을 멈추므로 온도에 대한 적응범위가 좁다. 따라서 더운 여름철에는 서늘한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되고 겨울에는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가는 법이 거의 없는 남해안 일대에서만 재배된다. 한편 겉절이 해서 먹기 좋은 봄배추는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을 난 것이라 연하고, 김장용 배추인 가을배추는 속이 노랗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특산품 중 11번째로 지리적표시 상품으로 등록된 해남 겨울배추는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 무농약 재배. 병충해가 없어지는 가을에 재배하기 때문에 농약을 거의 쓰지 않고 설령 쓰더라도 초기에 조금 쓸 뿐 4개월이 지난 출하기에는 자연 분해되므로 농약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2. 뛰어난 맛. 해남 겨울배추는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활발한 당 대사를 하여 당도가 높고 조직이 치밀하여 아삭하니 질감이 좋다.

  3. 꽉 찬 속. 동일한 양의 하우스 배추에 비해 조직이 치밀하고 결구가 완벽하여 양이 많고 맛이 좋으며 시간이 흘러도 물러지지 않는다. 

  4. 안정적인 생산. 풍·흉작에 좌우되는 여름배추와는 달리 겨울철 배추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공급이 안정적이다.

  5. 김치냉장고와 천생연분. 12월 중에 수확하여 저온창고에 보관하였다가 3~4월에 출하되는 해남 겨울배추는 늦여름까지 김치냉장고에 두고 먹을 수 있어 농약을 많이 쓰는 고온기 배추보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영어명 Chinese cabbage에서 알 수 있듯 배추는 중국이 원산지이다. 화북 일대에서 화중, 화남,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되었는데 각 지역에 따라 독특한 형의 품종으로 개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배추가 재배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고려 고종 23년(서기 1,236년) 때 출간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그 성상이 설명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으로 추정된다. 당시에는 배추를 채소가 아닌 약초로 여겨 숭(崧)이라 했다. 숭은 중국 제나라 때 처음 등장하는데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소나무풀이라는 뜻이다. 배추는 본래 중국어의 白寀(백채, 빠이차이)라는 말에서 배채>배차>배추로 발음이 변화된 것으로, 지금도 중국 산동성 일대에선 그대로 불리고 있다. 

 

배추는 중국요리에서 육류와 함께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식품으로 중국에선 '백 가지 야채가 배추만 못하다(百菜不如白菜)'란 말이 있을 정도로 배추를 중히 여겨왔다. 우리나라에서도 1년 내내 김치와 국 찌개 등에 이용되고 있는 배추는 96%가 수분이지만, 다른 영양분도 많이 들어있다. 배추의 푸른 잎에는 철분, 칼슘, 엽록소, 비타민C가 많고, 노란 고갱이에는 비타민 A가 많다. 특히 배추의 비타민C와 칼슘은 국으로 끓이거나 김치를 담가도 다른 식품에 비해 영양분 파괴가 적다. 또 야채나 과일 섭취가 부족한 겨울철엔 비타민의 공급원으로서 배춧잎 하나로 1일 비타민C 필요량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여서 겨울철 감기 예방에 더없이 좋은 식품이다. 배추의 중요한 영양가엔 칼슘이 있는데 칼슘은 알칼리성으로 밥, 국수, 고기 등의 산성식품을 중화시키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배추는 열량이 낮을 뿐 아니라 단백질, 지방, 당질의 함량이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애용된다. 배추에는 식이 섬유가 많아 배추김치를 즐겨 먹으면 변비, 대장암 예방과 치질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다량 섭취시 배변 속도가 빨라지므로 설사 증세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좋은 배추 고르기

김장용 배추를 고를 때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 크기가 좋다. 배추를 들어보았을 때 일단 묵직하고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한 것이 수분이 많고 싱싱한 배추다. 겉잎의 흰색과 녹색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것으로 배추 속 부위가 노르스름한 색을 띠고 줄기 부위를 씹어봤을 때 달고 고소한 맛이 도는 것이 좋다. 또 겉잎을 많이 떼어낸 흔적이 있으면 병이 들었거나 저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니 겉이 조금 시들하더라도 겉잎이 붙어있는 배추가 좋고 겉잎에 검은 반점이 있으면 속까지 그런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배추국  만드는 법

  ① 배추는 깨끗이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손으로 찢는다.

  ② 적당량의 물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고 쇠고기를 먼저 넣고 끓인다. 

  ③ 물이 끓으면 배추를 넣고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④ 간이 안 맞으면 소금과 다시다로 간을 맞추고 파를 넣고 배추가 적당히 익을 때까지 끓인다.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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