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 이야기] 무화과제43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영암 무화과한평생 열매만을 위해 잎만 무성히 키우다 번지 잃은 초가와 함께 허물어져 내리는 무화과여
황인산의 <무화과> 연작시에는 ‘꽃 벌 나비 없어 무화과라 했나’고 반문한다. 무화과(無花果)는 꽃이 없는 과실이라는 뜻인데 정말 꽃 없이도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만고의 진리는 식물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꽃이 필 때 수많은 작은 꽃들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꼭대기만 조금 열려 사람들이 꽃이 피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어느 날 열매가 익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학자들에 따르면 인류가 처음으로 재배한 작물이 무화과라고 한다. 1만 1500여 년 전에 원생인류가 재배한 흔적이 보이고,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과일을 따 먹은 뒤 처음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가렸던 나뭇잎에서부터 무려 60회 정도 기록되어 성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식물로 장구한 재배역사를 자랑한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중종 때 1521-67년간 간행된 『식물본초(食物本草)』에 꽃 없는 과일로 소개되고 있어 이 무렵 처음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18세기 무렵 청나라 사신을 따라 열하, 즉 중국 하북성에 갔던 연암 박지원이 이 이상한 나무를 보고 ‘잎은 동백 같고 열매는 탱자 비슷하다. 이름을 물은즉 무화과라 한다.’고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적고 있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맛이 달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중해 연안 소아시아(터키) 지방이 원산지로 뽕나무과에 속하며 고온건조한 아열대성 기후에서 잘 자라 그리스, 스페인, 터키, 이란, 미국이 주 생산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남단인 전남 영암군에서 전국 수확량의 70%가 재배되고 있다. 1970년대 초 현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친형인 故 박부길 씨가 처음 소득 작목으로 식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뒤 ‘꽃을 품은 영암 무화과’라는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며 제철인 8~10월을 시작으로 연간 약 3,000톤 이상을 출하하고 있다.
무화과의 약성은 흔히 ‘3항(抗) 3협(協)’으로 요약된다. 3항은 항산화/항균/항염증 효과이다. 최근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조사에 따르면, 무화과는 항암작용이 있는 벤즈알데히드 및 비타민류로 해서 몇몇 과일의 항산화 능력 비교에서 가장 높고 키위, 오렌지, 토마토, 딸기의 순이었다. 또 무화과는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도 키운다고 할 정도로 독특한 향과 유즙 때문에 벌레나 해충이 감히 접근을 못 한다. 무화과 가루를 염증 부위에 뿌리거나 들이키면 염증 해소가 빨라 관절염, 인후통, 기침 환자 등에도 추천된다.
3협은 소화촉진/변비탈출/심혈관질환예방을 돕는다는 것이다. 육식할 경우 무화과로 고기를 재어서 먹거나 후식으로 무화과를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단백분해효소인 휘신(Ficin)이 있어서 고기가 연해지고 소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변비는 건강과실로 이름난 푸룬(말린 서양자두)보다 2배나 많은 섬유소(100g 당 말린 것은 4g)가 해결해 준다. 또 적포도주보다 폴리페놀 함량이 많고 바나나보다 80%가량 칼륨이 더 많아 혈관벽에 쌓인 유해산소를 제거하고 혈압을 조절해 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처럼 무화과는 독특한 맛과 향으로 인기가 높을 뿐만 아니라 폴리페놀, 벤즈알데히드, 쿠마린 등 몸에 좋은 각종 화합물이 다양하게 들어있어 감히 과일의 귀족으로 불린다. 무화과는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는데 수라상 일품요리는 대개 약효를 가진 식품으로 채워졌다. 무화과와 채소를 섞어 만들어진 만두 요리에 ‘무화과 꽃주머니’라는 예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무화과는 유효성분인 당단백질과 식이섬유소 등이 비교적 안정적이라서 말려 먹는 경우에도 효과가 별반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안토시아닌 등 폴리페놀 성분은 산화에 약하고 금속성분이 닿으면 쉽게 변색하기 때문에 쨈이나 주스로 만들어 먹을 경우 유리병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생과인 경우 껍질이 약하고 쉽게 물러지므로 냉장고에 보관하여 3~4일 내 먹도록 한다. 많이 먹어도 부작용은 없지만, 하루 섭취량은 폴리페놀 1000mg 정도를 섭취하게 되는 3~4개가 적당하다.
옛날 클레오파트라와 로마 검투사들이 즐겨 먹었다는 무화과. 이 시대의 선남선녀로 살아가려는 당신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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