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1호 보성녹차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2호 하동녹차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50호 제주녹차
진리가 무엇입니까?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喫茶去)
조주 스님의 유명한 선문답이다. 전남 화순군 쌍봉사를 창건했던 철감선사의 스승이었던 스님은 차를 끔찍이도 좋아하셨다 한다. 지금도 6월이면 그를 기리는 다례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한 잔 차로도 제자를 배려하려 한 고승의 마음이 사랑겹지 않은가. 우리 차의 유래를 살펴보면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령 공이 차 씨앗을 가져와 지리산 화개 쌍계사와 구례 화엄사 일대에 심었다’는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기록과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왕후 허황옥이 인도 아유타국에서 차 씨앗을 가져 왔다’는 『가락국기(駕洛國記)』의 기록이 남아있다. 가야 고분에서 차 도구가 출토될 정도로 중국, 인도에 이어 우리나라 차의 역사도 오래되었다. 고려 시대 차 축제인 팔관회를 비롯해 지금도 명절 차례 풍습이 남아있을 정도로 조선 중기까지는 차 생활이 활발하였으나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혼란스러운 정치 사회 분위기에 차 문화도 급격히 사라져 버렸다.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차의 양은 세계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 녹차가 몸에 좋다 하여 차 문화를 부흥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고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녹차를 지역 특산품화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 지리적 표시 농산물 1호가 보성 녹차이고 2호가 하동 녹차이다. 최근에는 제주 녹차까지 50호로 등재하여 총 3곳의 녹차 산지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차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보성은 그야말로 녹차의 메카다. 기후가 온화하고 강우량이 많은 반면, 물 빠짐이 좋아 일찌감치 주 작물로 집중재배 되었는데, 비슷한 입지조건을 갖춘 하동, 제주 역시 친환경 농법을 통한 질 좋은 녹차 재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는 제조과정의 발효(정확히는 산화라고 해야 함) 정도에 따라 녹차, 홍차, 우롱차 등으로 나뉜다. 새로 돋은 가지에서 따낸 어린잎을 차 제조용으로 사용하며 대개 5월, 7월, 8월 3차례에 걸쳐 잎을 따는데 5월경에 처음 딴 것이 가장 좋은 차가 된다. 기후대별로 온대인 우리나라에서는 따낸 잎을 즉시 덖어 말린 녹차를, 아열대인 중국 남부에서는 반발효차인 우롱차를, 실론 등 열대지역에서는 찻잎을 완전 발효시킨 홍차를 즐긴다. 조선 후기 때의 초의선사는 동다송(東茶頌) 등을 지어 우리 전통의 제다법을 정립하였다. 지리산 화개 일대에 머물며 가마솥으로 덖는 부초차(釜炒茶), 증기로 쪄내는 증차(蒸茶) 제다법을 집대성하였는데, 당나라 『다경(茶經)』의 저자 육우가 살아온다 해도 몽산차, 용정차가 동다(東茶), 즉 우리 차만 못함을 인정할 것이라고 우리 차의 우수성을 예찬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녹차의 효능은 1. 아미노산의 일종인 테아닌(Theanine)이 뇌파를 알파파로 만들어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주고 집중력을 높여주며, 녹차 속의 카페인이 각성 작용을 일으켜 머리를 맑게 한다. 2. 다량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체내 효소의 활동을 도와 신진대사를 원활히 한다. 3. 녹차에 풍부한 폴리페놀과 탄닌산이 바이오플라보노이드와 결합하여 생성시키는 다양한 카테킨류의 항산화 성분이 암, 성인병 등을 예방하고 노화 방지를 돕는다. 4. 지방을 분해하는 효능이 있어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5. 강한 알칼리성 음료로서 갈증 해소에 탁월하고, 불소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구취를 제거하고 충치를 예방한다. 6. 녹차의 풍부한 엽록소와 미량원소가 유·소아의 성장 발육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녹차가 아무리 좋다 해도 지나치면 해로울 수 있다. 1. 녹찻잎에는 커피콩보다 많은 카페인이 들어있어 자주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금물. 하지만 한 잔에 들어가는 녹찻잎의 양이 커피보다 훨씬 적고 저온에서 우려낼 경우 카페인이 적게 나오므로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2. 녹차는 찬 성질이 있으므로 설사가 잦거나 식욕이 없는 사람, 소화기가 약하거나 잠이 부족한 경우에도 삼가는 것이 좋다. 3. 녹차의 카페인과 폴리페놀이 임산부에게 필요한 철분과 쉽게 결합해 체내흡수를 방해하니 요주의. 분유에 녹차를 타는 것도 금물. 4. 식후에 바로 마시면 녹차의 탄닌이 무기질과 결합해 음식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므로 식후 30분이 지나고 마시는 것이 좋다.
하지만 차 한 잔에서 우러나오는 카페인량은 50mg 이내에 불과하여 성인기준 일일 적정섭취량 400mg에 훨씬 못 미치므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최근 국내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암, 심장병 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펄펄 끓는 물에 2~3분가량 충분히 우려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인 다도 상식에 따르면 섭씨 70~80도 사이의 식힌 물에서 우려내야 녹차의 맛이 부드러워지고 입안에서 그 맛을 머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암을 억제하고 세포 노화를 막는 카테킨을 최대한 섭취하려면 상식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퍼듀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녹차에 레몬주스나 설탕을 넣어 마실 것을 권고한다. 이유인즉, 레몬주스의 아스코르빈산과 설탕의 자당이 카테킨의 구조를 안정화시켜 장 흡수를 3배 이상 높여주기 때문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약사가 직접 제주에서 친환경 차밭을 일군 곳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주인공은 국내 최대 약국체인인 <온누리약국체인>을 창업한 박영순 약학박사이다. 동굴의 다원으로 유명해진 <다희연(茶喜然;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600)>이란 곳으로 지금 한창 유기농 찻잎이 신록을 뽐내고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녹차 맛을 보고 싶은 이는 한 번 찾아가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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