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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 이야기] 한과
제75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강릉 한과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기사입력  2021/01/21 [23:34]

  강원도 강릉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가면 

  비구니 스님이 손에 한과를 쥐어 주셨어요. 

  너무 맛있어서 ‘이것만 먹고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지요.

 

  어릴 때의 그 맛을 되살려 전통한과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교동한과 대표 심영숙 씨의 말이다. 한과(韓菓)는 서양과자와 구별되는 한국의 전통 과자로서 주로 곡물가루나 과일, 식용 식물의 뿌리나 잎을 꿀, 엿, 설탕 등으로 달콤하게 만든 것을 말한다.

 

  한과를 만들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삼국유사(三國遺事)> 가락국기에 ‘제사 음식으로 菓(과자)를 쓴다’는 기록이 있어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신문왕 3년(683년) 왕비를 맞이할 때 신부집으로 보내는 예물 중에 꿀이 포함되어 있어 한과를 만들어 먹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문헌에 의해 확인되는 것은 고려 시대부터이다. 한과는 본래 불교의 소찬(素饌;고기나 생선이 없는 반찬)에서 발달한 것이다. 불교 전성기인 고려 시대 때 곡물 생산을 늘리고 육식을 기피하게 되면서 제사에 올리는 중요한 음식으로 한과가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일반 잔치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이때 만들어진 유밀과는 중국에까지 알려져 ‘고려병(高麗餠)’으로 인기가 높았다. 조선 시대에 한과는 왕실과 귀족들의 각종 잔칫상 필수 음식이었고 손님들을 위한 다과상에도 사용되었다.

 

  한반도 여기저기에서 지역 특색을 살린 한과들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한과의 본고장으로 100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 강릉한과는 다른 지역의 한과에 비해 입안에 감기는 맛이 부드러우면서 바삭하고 달면서 고소해 한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지리적 표시 농산물로 지정되었다. 

 

  한과의 바탕을 만드는 찹쌀을 깨끗이 씻은 후 약 25일 정도 전분을 분해하는 침지 과정을 거친다. 물 위에 허연 골마지가 끼면 찹쌀을 여러 번 헹궈서 빻는다. 체에 내린 고운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스팀 증숙(蒸熟)을 시켜 찜통에 쪄낸다. 이렇게 쪄낸 덩어리를 방망이를 이용해 꽈리가 일도록 힘껏 친 다음 바탕 작업에 들어간다. 얇고 판판하게 밀어 사방 10cm 정도로 자른 바탕은 다시 건조와 숙성과정을 거쳐 기름에 튀겨진다. 4배가량 부풀려진 바탕은 절단 작업을 통해 반듯한 모양으로 변신한 후 조청(맥아엿)을 묻히고 소를 입힌 다음 포장이 되어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침지에서 포장작업에 이르기까지 14개의 수작업 공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강릉한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한과(과줄)는 만드는 법에 따라 기름에 지지는 한과, 기름에 튀기는 한과, 판에 찍어 내는 한과, 조리는 한과, 엿에 버무리는 한과 등으로 나뉜다. 

  1. 강정. 강정은 한과의 으뜸으로서 모양이 마치 누에고치 같다 하여 ‘견병(繭餠)’이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혼인 잔치를 치른 신랑 신부 집에서 돌아가는 상객에게 이바지 음식으로 강정을 가득 담아 보냈다. 서로 간의 음식 솜씨와 정성을 담아 보낸 것이다. 강정은 고려 시대부터 널리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강정의 원재료는 찹쌀이며 고물로는 튀밥, 깨, 나락 튀긴 것, 잣가루, 계피가루 등이 쓰인다. 만드는 모양이나 고물에 따라 네모난 것을 산자라 하고 튀밥을 고물로 묻히면 튀밥 산자나 튀밥 강정이 되고 밥풀을 부숴 고운 가루로 묻히면 세반 산자 또는 세반 강정이 된다. 누에고치처럼 둥글게 만들면 손가락강정, 바탕 부서진 것을 튀겨 모아서 모지게 만든 것은 빙사과, 나락 튀긴 것을 붙인 것은 매화강정이라 한다. 

  2. 유밀과. 밀가루를 주재료로 기름과 꿀을 반죽하여 튀긴 과자를 말한다. 옛날에는 기름에 튀겨낸 밀가루 과자는 매우 특별한 음식이었다. 나라 안의 꿀과 참기름이 동이 날 만큼 고려 시대에 성행하여 국빈을 대접하는 연향 때에는 유밀과의 숫자를 제한하였다고 한다. 유밀과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것이 약과이다. 불교의 전성기이던 고려 시대에는 살생을 금하여 생선이나 고기 대신 유밀과가 중요한 제사 음식이 되었다. 흔히 고배(高排) 상에는 대약과를 놓고 반과상이나 다과상에는 다식과와 매작과와 약과를 쓰며 웃기로는 만두과를 얹는다. 

  3. 숙실과. 숙실과는 이름 그대로 실과를 날로 안 쓰고 익혀 만든 과자이다. 밤이나 대추를 제 모양대로 꿀에 넣어 조린 밤초와 대추초가 있고, 실과를 삶거나 쪄서 으깬 후 다시 제 모양으로 빚어 만드는 밤이 재료인 율란, 대추가 재료인 조란, 생강이 재료인 생란 등이 있다. 곶감쌈도 숙실과의 일종이다. 밤초와 대추초는 쌍둥이처럼 둘을 함께 만들어 한 그릇에 담아내며 율란, 조란, 생란도 손이 좀 많이 가긴 해도 함께 담아내는 것이 보기에 좋다. 

  4. 과편. 과편은 과일을 이용해서 묵 쑤듯이 만드는 서양 젤리와 비슷한 과자이다. 과일 중에 신맛이 들어 있는 딸기나 앵두, 살구, 산사 중 과육이 부드럽고 맛이 시며 빛깔이 고운 것을 주로 쓴다. 사과나 배, 복숭아는 빛깔이 변하므로 쓰지 않는다. 

  5. 다식. 다식은 깨, 콩(백태), 찹쌀, 송화, 녹두, 녹말 등을 가루 내어 꿀로 반죽한 다음 틀에 찍어 낸 과자이다. 녹차와 곁들여 먹으면 차 맛을 한층 더 높여 준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제사 때 차를 쓴다는 기록이 나온다. 중국 송나라에서 고려에 예물로 보낸 차를 시초로 해서 이를 즐기게 되었다고 하는데 용단이라 하는 떡차에 물을 부어 마셨다. 이때의 찻가루가 다른 곡식 가루를 뭉친 형태로 바뀐 것이 지금의 다식으로 추정된다. 다식을 찍어 내는 모양틀은 문양이 퍽 다양하다. 수복강녕(壽福康寧), 인간의 복을 비는 글귀를 비롯해서 꽃무늬, 수레바퀴 모양, 완자무늬에 이르기까지 모양새가 정교하여 그 당시의 예술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6. 정과. 정과는 식물의 뿌리나 열매를 꿀이나 물엿으로 쫄깃하고 달짝지근하게 조린 것으로 전과라고도 한다. 보통 다과상에도 오르지만 제수 때에는 제기에 괴어 담고 잔치 때에는 평 접시에 괴어 담는다. 고종 때 궁중 진연(進宴)을 기록한 의궤를 보면 정과 한 그릇의 재료와 분량이 잘 적혀 있다. 연근과 산사자 각 두 되, 생강 일곱 근, 질경 스무 단, 모과 열 개와 그 밖에 청매당(靑梅糖;매화나무 열매를 설탕에 조린 것) 한 봉, 당행인(唐杏仁;중국산 살구씨) 반 봉, 동과(冬瓜;박과에 속하는 만초) 다섯 편, 청밀(淸蜜) 한 말 일곱 되가 쓰였다. 

 

  달콤한 맛에 손이 절로 가는 한과의 영양학적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그러나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 기능이 뛰어난 찹쌀을 주원료로, 고물로 쓰이는 참깨와 차조, 흑미 등의 씨열매(種實)류는 단백질과 필수지방산이 풍부할 뿐 아니라 비타민B군과 무기질의 공급원으로 손색이 없다. 대대로 이어져 온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맛이 묻어있는 한과를 맛볼 기대로 다가오는 한가위 명절이 기다려진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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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1 [23:34]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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