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새해를 맞이한 느낌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보내는 한해를 돌아보고 오는 새해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곤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2020년 내내 ‘뉴스특보-코로나’에 갇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생사의 위기 앞에 초연해 질 수는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또 이런 비상의 와중에도 생계를 꾸려야 하는 지난 1년 간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전 국민은 코로나 시국상황에서 ‘안전’ 하나만을 생각하고 정부의 방역지침에 충실히 따르며 인내하고 버텨왔다. 그동안 정부가 코로나 ‘K방역’이라고 자랑한 것은 사실 높은 시민참여의식의 결과이다. 또 일치단결된 집단주의적 문화의 산물이기도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희생이 따른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내 안에, 우리 사회에 전체주의, 권위주의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점은 전통적 동양문화의 산물이자,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우리 정치문화와 관련된 것이다.
사실 유럽 선진국에서 코로나 방역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국민들이 일상생활의 자유와 권리를 희생하지 않으려는 개인주의 문화와 관련이 깊다. 그동안 독일에서는 ‘정부의 코로나방역정책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매우 거셌다.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의 대규모 반대집회가 개최되는가 하면, 의회에서는 정부의 규제 위주 방역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곤 했다. 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 우리의 시각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이 보인다. 더구나 하루 몇 만 명 확진자가 속출하는데도 병상확보나 환자치료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도, 백신확보 및 공급에 차질을 빚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똑같은 코로나사태인데 이에 대한 독일과 한국에서의 담론이나 여론의 논쟁은 사뭇 다르다. 독일적 시각에서 보면 한국사회는 ‘나의 권리’ ‘우리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우리 안에 ‘파시즘적 의식’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국사회를 돌아보면 ‘나’만 있고 ‘너’는 인정하지 않는 풍조가 만연했다. 늘 희생양을 만들어가며 자행되는 집단적 폭력이 난무하는가 하면, 이분법적 잣대로 선악을 양산하곤 했다. 이런 극도로 분열된 한국사회 여론지형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다양한 의견들이 수렴되고 순화될 수 있는 제도나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오히려 건전한 상식과 법치주의 민주주의 원리마저 파괴되는 것이 현실이다.
권력에 중독된 정치집단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전에는 이런 목소리를 시민단체들이 대변해 주었다. 지금은 다수 시민단체들이 권력집단으로 편입되었다. 따라서 집권당의 폭주가 이어져도 이를 견제하는 시민집단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들의 상식있는 목소리는 똑같이 존재한다. 다만 이를 수렴해 대변해 줄 장치가 작동되지 않을 뿐이다. 새해에는 시민들의 상식적 여론이 폭력적 지배문화를 순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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