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 이야기] 찰쌀보리쌀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기사입력 2020/12/17 [23:08]

[우리 음식 이야기] 찰쌀보리쌀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입력 : 2020/12/17 [23:08]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49호 군산찰쌀보리쌀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65호 영광찰쌀보리쌀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니리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는 언제 읽어도 가슴이 찡하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춘궁기에 보리피리로 마음 달래던 시절이 있었다. 엄동설한 언 땅에 뿌리를 내려 파릇파릇 잎을 돋는 보리는 강한 생명력만큼이나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랜 작물 중 하나다. 이집트 미이라에서 보리껍질이 발견되어 1만년의 재배역사가 추정된다. 볏과의 두해살이풀인 보리의 조성은 보리알이 배열된 열수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두줄보리는 여섯줄보리에 비해 한 이삭에 열리는 보리알의 수가 적은 대신 크기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되는 보리쌀용 여섯줄보리와는 달리 유럽에서 많이 재배되는 두줄보리는 맥주제조용으로 쓰인다. 여섯줄보리는 중국 양쯔강 상류의 티벳지방, 두줄보리는 카스피해 남쪽 터키 일대의 중앙아시아 지역이 원산지다. 

 

  오랜 옛날부터 주식으로 많이 재배되었고 소맥인 밀보다 양식으로 더 중요시 여겨 대맥이라 불렀다. 1960년대 1인당 연간 소비량 40kg에 달하던 것이 1970년대에는 1.6kg로 격감했다. 식미성이 좋지 않아 주식에서 밀려난 탓이다. 우리나라에는 삼한 시대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며 보리라는 단어는 1466년 <구급방언해>에서 처음 발견된다. 겉보리와 쌀보리가 생산되고 있으며 주로 전라도 지방에서 생산된다.

 

  겉보리는 가을에 파종하여 이듬해 5월말경에 수확하고 영남지방에서 주로 재배되어 보리차, 엿기름의 재료로 쓰인다, 쌀보리는 봄에 파종하여 5월말경에 수확하는데 주로 호남지방에서 재배되고 식사용 보리쌀로 쓰인다. 보리 종자에 찹쌀 성분을 교배한 개량종인 찰보리의 전분은 아밀로오스가 적고 아밀로펙틴이 많아 찰기가 뛰어나다. 이처럼 보리는 전분의 구성비에 따라 찰메성이 있는 찰보리와 일반보리인 메보리로 나뉜다. 찰보리쌀은 쌀과 바로 혼합하여 밥을 지을 수 있고 밥이 식었을 때 덜 딱딱해지는 특성이 있으나 찰기가 떨어지는 메보리는 따로 삶았다가 쌀과 합해 다시 밥을 지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일반 가정에서는 단연 찰보리를 선호한다. 또한 메보리보다 식이섬유 함량이 높고 베타글루칸도 20% 이상 더 많아 비싼 만큼 경제적이다. 

 

  찰보리의 주산지인 호남 지역 중 전북 군산과 전남 영광이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완료했다. 두 곳 다 도내 최고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는데 토양이 기름지고 비옥하며 보리생육에 적당한 pH 6-7 정도의 미사질양토의 재배환경을 갖고 있다. 이 중 흰찰쌀보리 명품화 사업에 먼저 시동을 건 군산시는 보리막걸리인 ‘맥걸리’를 비롯해 보리국수, 보리빵, 보리떡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보리가 쌀보다 낫다? 쌀이 부족했던 60,70년대만 하더라도 보리밥 장려운동이 한창이었다. 이 때 내세운 구호였는데 과연 사실일까. 보리는 조단백이 9.5-11.8%, 지방질이 1.1-1.2%로 쌀보다 높고 당질은 77%로 81.6%의 쌀보다 낮지만 식이섬유가 쌀의 10배, 밀가루의 5배로 훨씬 많다. 다양한 무기질 중 칼륨과 철분의 함량은 쌀에 비해 8배와 5배가 높고 비타민 B군은 쌀보다 1.5-2배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별히 도정한 후에도 속겨층이 쌀처럼 완전 제거되지 않고 보리알의 중앙 깊은 골에 섬유질과 영양소가 그대로 남아있어 손실이 적은 대신 거친 질감을 준다. 쌀에 비해 거칠고 물에 잘 풀리지 않아 익히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완전한 판정승이다.  

   

  보리의 대표적인 효능을 소개하면,

  1.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억제하는 토코트리에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끈적이는 성질의 수용성 식이섬유 베타글루칸은 위와 장에서 음식물의 통과를 느리게 하여 당이나 지방의 흡수를 지연시키므로 당뇨 환자에 좋다. 쌀보다 훨씬 많은 칼슘, 섬유질, 비타민 B군 등이 피부를 탄력있게 해 주며 나트륨이 적은 대신 칼륨이 많아 혈압을 조절해 준다. 

  2. 풍부한 비타민 B6가 두뇌활동을 촉진하고 집중력을 높여주어 성장기 어린의 정신 건강에 좋다.

  3. 말초혈관 활동을 원활히 하는 비타민 E와 말초신경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비타민 B가 정력을 강화시킨다. 고대 로마 검투사들이 체력보강을 위해 섭취했다는 기록이 있다.

  4. 보리는 <동의보감>에 다섯 가지 곡식 중 으뜸이라는 오곡지장으로 기록되어 있다. 풍부한 비타민과 수용성 식이섬유가 장내세균총의 환경을 개선하여 장을 튼튼하게 하고 변비를 해소하며 포만감을 주어 식품의 섭취량을 줄여주고 소화촉진을 돕는다.

  5.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산성토양 대신 알칼리성 불모지에서 잘 자라는 보리는 우리 몸을 알칼리성 체질로 바꿔준다.

  6. 백미에는 섬유질이 100g당 0.3g, 현미에는 1g이지만 보리에는 무려 2.9g이 함유되어 있어 섬유질이 전혀 없는 육식 섭취시 함께 먹으면 변비를 예방하고 장내 독소와 오염물질을 배출해 준다.

  7. 보리 속의 프로안토시아니딘과 폴리페놀화합물은 면역증강 효과와 항알레르기 작용, 항산화 효과를 나타내어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방귀 길 나자 보리양식 떨어진다.’ 보리밥을 먹으면 방귀가 잘 나오는데 좀 뀔 만하니까 양식이 떨어지곤 했던 보릿고개 시절의 속담이다. 보리에 많은 수용성 식이섬유는 소장에서 소화 흡수되지 않은 채 대장에 도달하면 점질성의 베타글루칸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급속히 발효되어 여러 가지 휘발성 물질을 생성하는데 이것이 장내가스를 유발하여 방귀가 잦아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방귀는 생리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발효부산물로 생성되는 아세테이트와 프로피온산 등 짧은 사슬의 지방산들이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고 부티르산 같은 지방산이 대장암에 대한 보호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귀대장 뿡뿡이로 놀림을 받더라도 몸에 좋은 보리밥을 먹은 후엔 마음껏 방귀를 끼시라.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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