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뉘엿 수리산 너머로 기우는 오후 5시 반 경, 일군의 무리가 속달동 안동네에서 몰려나온다. 마을 안에서 여는 안 고사를 치르고 내려오는 길이란다. 군웅제를 올리는 당숲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지역사에 능한 이진복 교수의 말을 빌면, 민속신앙으로 전래 되어오는 대표적인 마을행사로 산신제(山神祭), 정제(井祭, 샘굿), 당제(堂祭)가 있다 한다. 오늘 행사는 당제에 해당하는데, 마을 입구에 당숲(=군웅숲)에 있던 터줏가리에서 마을의 무사안녕을 비는 발복제이다.
저녁 6시가 되자 환하게 불을 켜고 한복으로 갈아입은 제주들이 터줏가리가 쌓인 정자 앞에 모여든다. 터주는 집터를 맡는 신으로서 터줏대감, 텃대감, 터전, 터신, 지신, 토주, 기주(基主) 등 다양하게 불린다. 집안의 액운을 거두어 주고 재복을 주는 신이다. 터줏가리는 일반적으로 서너 되들이의 옹기나 질그릇 단지에 벼를 담고 뚜껑을 덮은 다음 그 위에 원추형 모양의 짚을 틀어 엮어 씌운 형태를 취한다. 터주단지 안에 ‘토지지신(土地之神)’이라고 쓴 위패 또는 지위를 꽂아 놓거나 겉에 붙여 놓기도 한다.
김정수 군웅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군포의 문화유산이자 마을 축제의 랜드마크인 군웅숲의 가치를 매개로 민속신앙으로 전승시켜 마을주민들의 자부심 고취는 물론 군포시를 대표하는 생태문화 행사의 전형을 보여주고자 한다. 2억 원의 도비를 끌어와 군웅숲 정비를 도와주신 지역 도의원 여러분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안내로 군웅회장, 마을 어르신, 이혜경 만신, 이학영 국회의원, 성복임 시의회 의장, 정희시 도의원 등이 차례로 절하고 소지(燒紙) 올림을 하였다. 아쉬웠던 점은 행사안내문에 올라가 있던 풍물놀이패의 공연이나 만신굿과 비손 행사, 무감놀이(신명풀이), 혼집주저리(터줏가리) 태우기 같은 제례 관련 행사들이 코로나19 거리두기 차원에서 생략된 점이다. 다음 행사 때부터는 제례에 전통적으로 행했던 민속행사를 하나도 빠트림 없이 보여주길 바랬다.
다만 명과 복을 나누는 음식 접대는 너무도 성대하여 막걸리에 고기와 떡, 국을 배불리 먹고, 돌아가는 길에 제상에 올려졌던 돼지를 해체한 생고기 한 점도 얻어왔다. ‘제사보다 젯밥’ 격이 되어버렸지만,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화합을 도모한 귀중한 행사였다. 주최한 군웅회와 후원한 군포문화원, 협찬한 희방전통문화원, 음식준비에 애써주신 마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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