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민 칼럼] 돌봄의 포스트 코로나19 ⓵

지역아동센터로의 쏠림 해소해야

김보민 (사)헝겊원숭이 이사장 | 기사입력 2020/09/20 [20:09]

[김보민 칼럼] 돌봄의 포스트 코로나19 ⓵

지역아동센터로의 쏠림 해소해야

김보민 (사)헝겊원숭이 이사장 | 입력 : 2020/09/20 [20:09]

군포에는 39개 민·관·학 기관 및 시설이 참여하고 있는 군포청소년지원네트워크(이하 청지넷)가 있다. 매년 청지넷에서는 지역의 아젠다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워크숍을 실시한다. 코로나19로 모든 아동 청소년 관련기관들이 힘들었던 올해도 어김없이 워크숍은 열렸다. 지난 9월 16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워크숍에는 45명의 군포지역 아동청소년기관 실무자들이 참가하였다. 올해 워크숍은 <코로나19 역경과 도전>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를 극복하기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리고 잘 대처한 것은 무엇이고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를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빌게이츠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말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가운데 올해처럼 그냥 앉아서 당하고 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현실 자각이 필요했고 또 언제든 다시 닥쳐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 이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기간 동안 벌어졌던 지역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정리해보고 포스트 코로나는 어떠한 것을 염두하며 준비해야할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만날 수 없는 상황. 처음에는 한 두 달 이러다 말 것이라는 생각에 모든 사업을 연기하는 것으로 버텼다. 그러다가 개학이 한 달이나 연기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개학. 처음에 가장 힘들게 이 상황을 버텨준 곳은 지역아동센터였다. 처음에 센터문 마저 닫았을 때는 대체식을 전달하였고 현재까지 지속된 긴급돌봄 아닌 긴급돌봄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초등학생 일주일에 하루 중학생 일주일 등교를 하면서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의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하루에 점심 저녁 두 끼를 센터에서 먹고 온라인 수업도 센터에서 진행되었다. 그 와중에 식사 때 사용하는 가림막을 보조금으로 구입할 수 없다는 말에 청지넷 회의 때 모두들 답답함을 느꼈다.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아이들도 힘들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야 했던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긴급돌봄에 관해서 민원이 없게 하라면서도 아이들이 너무 붐비지 않게 해야 되고, 센터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은 안부전화를 하고 안부대장(?)까지 작성하라는 공문은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을 힘 빠지게 하는 행정이었다.

 

학교와 공공기관이 문을 닫은 상황으로 아이들이 갈 곳은 없어져버렸다. 청소년문화의 집, 수련관은 물론이고 작은도서관까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아이들은 집에 갇혀버렸다. 가정에서 돌봄이 되는 아이들은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상황은 심각했다. 생활패턴은 무너졌고 온라인 등교조차 제때 하지 못했다. 학교가 도피처인 아이들이 있다. 집에는 잠잘 때만 들어가고 밖에서 오래오래 있다가 집으로 가는 아이들. 지역아동센터장을 할 때 아이들이 명절 때만 되면 물어보곤 했다. “선생님 추석 때 센터문 열어요?” 긴긴 연휴가 끝나고 나면 간혹 멍이 들어 나타나는 아이들도 있었다. 명절도 아닌 코로나로 집에서 긴긴 시간을 보내는 선생님들은 많이 걱정하였다. 그 걱정은 사실이 되어 아동학대와 방임으로 고통을 받는 아이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공기를 공유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말감염이라는 것. 공기를 호흡하는 일이 개인의 일이 아니고 모두의 일이 라는 것이다. 지역에서 학교와 공공이 문을 닫는 것은 개별 기관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일이다. 적어도 우리 기관은 문을 닫았기 때문에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감염되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책임을 져야할 곳이 죄다 문을 닫아도 전체 지역사회의 위험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 위험 부담이 다른 쪽으로 집중 될 뿐이다.

 

처음에 가정에서 보호하던 부모님들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긴급돌봄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지역아동센터로 아이들은 몰린다. 위험도는 높아진다.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아동들은 가정에서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이다. 가정의 책임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것은 지역사회의 책임이다. 반드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지역사회 문 닫은 기관을 여는 것은 어떠한가? 30명의 아이들이 좁은 지역아동센터에 몰려있는 것이 아니라 10명씩 분산해서 돌보는 것은 어떤가? 우리가 문을 꽁 꽁 닫은 사이에 우리 아이들은 방치되고 있다. 지역사회 전체를 바라보고 돌봄공간을 구성해야 한다. 이정도는 지역사회에서 합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긴긴 팬데믹 시대에 우리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볼수 있지 않을까?  (다음에 계속)

 

▲ 김보민 사단법인 헝겁원숭이 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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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쟁이 2020/09/24 [12:03] 수정 | 삭제
  • 헝겊원숭이 이사장님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아이들 돌봄 대책에 '긴급'이라는 꼬리표를 떼야합니다. 약간의 위험부담 감수하고 기관들은 다시 문을 열고 지역사회, 특히 마을공동체들은 소규모의 돌봄공간을 준비해야합니다. 우리집 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같이 돌아보고 이들이 겪을 문제가 어느 정도의 심각한 것인지 돌아보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