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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 이야기] 쌀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기사입력  2020/09/06 [23:20]

제12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이천 쌀

제13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철원 쌀

제32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여주 쌀

제79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김포 쌀

제97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군산 쌀

제98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안성 쌀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시인 정호승의 시 ‘밥 먹는 법’ 일부이다. 모래로 만든 밥이나 전시된 밥을 먹을 바에야 차라리 굶으라는 질타는 밥상 앞에 앉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밥그릇 안에 담긴 작은 밥알에서 엄마의 숨결과 사람과 땅 냄새를 느낀다면 세상도 한결 풍요로워질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의 주재료는 쌀이다. 쌀은 벼의 씨앗에서 껍질을 벗겨 낸 곡물이다. 벼와 쌀의 어원은 고대 인도어인 ‘브리히’와 ‘사리’에서 기원한다. 씨(種)의 옛말과 알(粒)의 옛말이 합쳐진 ‘씨알’의 줄임말이라는 설도 있다. 충청 이남 지역에서 사용되는 나락이란 말은 급료를 벼로 준 신라의 봉록, 즉 ‘라록(羅祿)’에서 변천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벼 재배역사는 경기 고양, 김포 일대의 B.C 2300년경 신석기 토층에서 자포니카 볍씨가 잇달아 발굴됨으로써 4300년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중국 양자강 유역의 하모도 유적지에서 발굴된 7천 년 된 탄화미가 가장 오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벼는 식물 분류상 Orysa(벼)속 중에서 Sativa 종에 속한다. 벼속에는 20~30종의 야생종이 있지만, 재배종은 아시아에 기원을 둔 O.savita와 아프리카 원산인 O.glaberrima 2종뿐이다. 일반적으로 벼는 O.savita 한 종만을 지칭하는데, 크게 대륙 지역의 인도형(Indica), 온대지역의 일본형(Japonica), 열대지역의 자바형(Javanica) 3가지 품종으로 나뉜다. 이들 품종을 구별하는 방법은 벼알의 모양이 약간 납작하고 길면 인디카, 폭이 넓고 두터우면 자바니카, 짧고 둥글면 자포니카종으로 보면 된다.

 

  밀, 옥수수에 이어 세계 3대 곡물로 꼽히는 쌀의 세계 생산량은 6억 톤을 능가한다. 총생산량의 5~6%만이 교역될 정도로 자국 소비 경향이 강한데, 최대 생산 국가는 중국(31%), 인도(20%), 인도네시아(9%) 순이고, 최대 수출국은 태국(26%), 베트남(15%), 미국(11%) 순이다. 우리나라의 쌀 재배면적은 총 90만 ha 정도로 전남, 충남, 전북 등 전국적으로 골고루 재배되고 있지만 20년 전에 비하면 약 25% 이상 재배면적이 줄어들었다. 이는 2005년 이후 쌀 한 가마니도 안 되는 연간 75kg 이하로 떨어진 1인당 쌀 소비량과 무관치 않다. 지금은 비록 쌀이 남아돈다지만 식량과 자원이 무기화되는 추세를 감안해 볼 때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쌀의 유명산지는 대개 중부 내륙 지방에 몰려있다. 일찍이 이천에 이어 철원, 여주 세 곳이 쌀을 지리적표시 상품으로 등록했으나 이후 김포, 군산, 안성도 가세했다. 왕실 진상미로 유명했던 이천 임금님표 쌀이나 여주 대왕님표 쌀의 아성에 비무장지대 청정지역을 내세우는 철원 오대쌀 외에 경기, 호남의 평야 지대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양상이다. 지역이야 어디든 여섯 곳 모두 흙과 모래가 잘 배합된 사양질 토양에 지하수, 관개수 등 물이 풍부하며 군산을 제외하곤 내륙 북단에 치우쳐 있어 태풍이나 벼멸구로부터의 피해가 적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밥을 상약(上藥), 치료약을 중,하약(中,下藥)으로 여겼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밥의 성질은 화평하고 달며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살을 오르게 한다. 뱃속을 따뜻하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하며 기운을 북돋워 주고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기술하고 있다. 곧 밥이 보약이라는 것이다. 사실 쌀은 지구력 증진에 좋은 탄수화물과 힘의 원천인 단백질 외에 철분과 칼륨 등 무기질이 고루 분포된 완전식품이다. 쌀눈에 많이 들어있는 가바(GABA; Gamma-amino butyric acid)라는 물질은 혈액 내 중성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향상시킨다. 이외에도 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 E와 옥타코사놀, 독소를 배출하는 비타민 B와 나이신 등 다양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1. 고혈압을 내리는 가바(GABA). 현미 100g당 8mg, 백미에는 5mg 정도 들어있다. 쌀눈에 풍부한 가바는 중성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높여줘 고혈압을 개선시키고 신경을 안정시킨다. 일본 신주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섭씨 40도 물에서 4시간 불린 쌀 100g당 가바 함량이 300mg 이상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쌀의 배아가 발아 과정에 들어가면서 가바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가바는 현재 뇌혈류 개선 의약품으로 연구되고 있다.

  2. 대장암을 예방하는 IP6. 현미의 식이섬유에 많은 이 물질은 대장암 예방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IP6는 세포의 생장에 빼놓을 수 없는 물질로 암 예방은 물론 지방간이나 동맥경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쥐 실험에서 대장암의 암세포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쌀겨에 주로 있는 IP6는 현미에 2.2%가 들어있고 도정을 할수록 함유량이 떨어진다.

  3. 쌀은 다이어트 식품. 쌀밥의 100g당 칼로리는 145kcal로 260kcal인 빵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쌀 100g당 지방함량은 밀가루의 1/4에 불과하고 73%가 불포화지방산이라 비만과 거리가 멀다. 또 쌀밥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켜 비만세포에 지방을 축적 시키는 빵, 국수와는 달리 식후 혈액 내 인슐린 수치를 서서히 증가시킨다. 문제는 밥과 함께 먹는 동물성 반찬이나 찌개, 식후에 먹는 간식 등에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려면 밥보다 빵, 케이크,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덜 먹어야 한다. 일본의 스즈키 소노코는 ‘하루 세끼 밥을 규칙적으로 먹을 경우 체내 포도당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살이 찌지 않는다.’며 먹으면서 살 빼는 법을 지도하고 있다.

 

  옛말에 ‘속이 쓰리면 찰떡을 먹으라’는 말이 있다. 찹쌀에 많은 프롤라민(prolamin) 성분이 위궤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찹쌀을 먹으면 프롤라민 성분이 위 점막을 보호하는 점액 물질을 50% 정도 더 분비하게 하고 위 점막의 항산화 기능도 30% 정도 개선 시킨다. 단 찹쌀에 열을 가하면 효능이 떨어지므로 생 찹쌀가루를 물에 타서 수시로 마시는 게 좋다.

최근 농촌진흥청 부설 연구소가 아침밥과 수능성적 간 관계를 조사한 결과, 매일 아침밥을 먹은 학생의 수능성적이 평균 294점인데 반해 3~4일은 281.1점, 이틀 이하는 275점으로 나타났다. 또 쥐 실험에서 쌀 중심의 식단과 밀 중심의 식단을 비교한 결과, 성장 효율, 단백질 이용효율,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 등 모든 면에서 쌀 중심의 식단 쪽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소비가 줄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선 건강식으로 쌀 소비가 느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서양 대체식과 각종 패스트 푸드에 밀려나고 있다. 장자는 다스림의 최고 상태로 함포고복(含哺鼓腹)을 꼽았다. 젖을 물고 기뻐하는 아이들과 배불리 먹어 배를 두드리는 어른들을 말함이다. 배불리 먹는다는 현대적 의미는 더 이상 양의 문제가 아니다. 허기진 영혼을 풍족하고 따뜻하게 해 줄 밥 한 그릇, 쌀밥의 의미를 재조명해 보자.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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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06 [23:20]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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