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상 칼럼] 마음 다스리기

“모든 게 물거품 같으니....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어다.”

정홍상 행복한마을의료사협 행복한마을 한의원 원장 | 기사입력 2020/06/28 [21:05]

[정홍상 칼럼] 마음 다스리기

“모든 게 물거품 같으니....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어다.”

정홍상 행복한마을의료사협 행복한마을 한의원 원장 | 입력 : 2020/06/28 [21:05]

▲ 정홍상 한의원 원장     ©군포시민신문

 요즘 정신질환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 상처가 덧나면서 정신질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맞벌이 등 양육환경 변화, 경쟁 심화, 공동체 붕괴, 사건 사고 빈발 등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 조짐이 있을 때 얼른 대처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이 아니어도 마음 문제가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금강경 사구게 하나를 보면서 마음 다스리기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유명한 구절이죠. 뜻을 풀어보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꿈같고 헛것이며 물거품이며 그림자 같다, 이슬 같으며 또한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란 느낌, 감정, 생각 등입니다. 마음으로 끊임없이 느낌, 감정, 생각이 떠오릅니다.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저절로 떠오르기 때문에. 의지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느낌, 감정, 생각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분노, 화를 예로 들어봅시다. 어떤 상황이나 상대에 대해 내가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들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행위를 보았을 때 저절로 화가 일어납니다. 조건반사처럼 말입니다. 그 화에 사로잡히며 더 크게 증폭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스스로 일으키는 감정이나 생각이 있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에어컨 찬바람을 맞으면 일어나는 재채기처럼 모두 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일어납니다. 생각의 주체는 없습니다.

 

 마음에는 한 가지 느낌이나 생각이 쭉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가지 느낌, 감정, 생각이 펼쳐집니다. 마치 물거품 같지 않은가요? 한쪽에서는 거품이 꺼지고 다른 쪽에서는 거품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찌 보면 꿈같지 않은가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여러 장면이 펼쳐지는 꿈 말입니다. 이슬 같기도 합니다. 잠시 생겼다가 해가 솟아오르면 사라지는 이슬 말입니다. 번쩍 하는 번개 같기도 합니다.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하듯이 이런 느낌, 저런 생각이 끊임없이 번쩍거립니다.

 

 이러한 생각, 느낌은 진짜가 아니라 헛것입니다. 마음에서 일어난 일이니 실제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또한 그림자 같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알아채지도 못하는 느낌, 생각이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나라는 느낌이나 생각도 역시 물거품 같고 꿈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습니다. 나라는 느낌 역시 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때 떠올랐다가 어느새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잘 살펴보기 바랍니다. 나라는 느낌이나 생각이 떠오를 때만 내가 있다는 생각이나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을 때는 “나”는 눈 씻고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습니다. 나란 과연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마음에만 있는 것일까요?

 

 ​이렇게 끝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사로잡힐 필요가 있을까요? 누군가에 대한 미움, 어떤 것에 대한 후회, 잘잘못을 따져보자는 마음, 내가 옳다는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그것에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요? 조건 반사로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서 불안한 마음, 두려운 느낌, 우울한 느낌, 분노가 떠오르더라도 그러려니 하면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전거 타기를 배우듯이. 처음에 계속 넘어지지만 언젠가는 멋지게 탈 수 있습니다. 물거품 같고 꿈과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은 생각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습니다. 제멋대로 떠오르는 생각이니 흘러가는 대로 그냥 놔두면 그만입니다. 다만 관찰할 뿐입니다. 관(觀)은 새(雚)가 보는(見)처럼 보는 것입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가만히 물고기를 쳐다보고 있는 새처럼, 누군가 나를 공격하지 않나 살피는 새처럼 떠오른 느낌이나 생각을 관합니다. 감정이나 생각의 내용이 휘둘리지 않고 다만 알아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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