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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 이야기] 모싯잎송편
제101호 지리적표시 농산물-영광 모싯잎송편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기사입력  2020/06/22 [22:51]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시집가서 예쁜 딸을 낳는단다.

 

  송편은 대표적인 한가위 명절 음식이다. 추석 명절 때면 아낙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다. 대표적인 차례 음식이었던지라 정성껏 제를 올리려는 기원 의식에서 자연스레 이런 덕담이 오고 가지 않았을까. 중국에 보름달 모양의 ‘월병(月餠)’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반달 모양의 ‘송편’이 있다. 시루에 솔잎을 켜켜이 깔아 쪄내어서 붙여진 송편의 유래는 통일신라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이름은 ‘소나무 송(松)’자에 ‘떡 병(餠)’이 합쳐진 ‘송병’이었는데 음 변화를 거쳐 ‘송편’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송편은 보름달 모양의 월병과 달리 왜 반달 모양이 되었을까. 놀랍게도 백제 멸망과 관련된 일화가 전해온다. 사연인즉, 백제의 마지막 왕이었던 의자왕(재위 642~660) 때 궁궐 땅속에서 거북 등이 하나 쑤욱 올라왔는데, 등짝에 ‘백제는 만월(滿月)이요, 신라는 반월(半月)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한다. 이를 수상히 여긴 왕은 점쟁이를 불러 그 뜻을 물으니 ‘만월은 점차 기울고 반달은 점점 만월로 차게 되니, 역사의 운이 신라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풀이하였다. 이 소식은 신라에도 풍문으로 전해졌고, 마침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자 통일신라 사람들은 보다나은 앞날을 기원하며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빚어 먹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문헌상 최초의 기록은 1680년에 저술된『요록(要祿)』에 ’백미(白米)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이 쪄서 물에 씻어낸다’라는 문장에서 찾을 수 있으나 이미 오래전부터 즐겨 먹던 고유의 음식임엔 틀림없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소를 넣고 접기 전까지 송편의 피는 둥근 보름달 모양이다. 소를 넣고 반으로 접는 과정에서 달의 발전과정과 변화를 보게 된다. 그러니 송편 한 개에 보름달과 반달이 다 담겨있는 것이다. 우리의 한복이 다리가 다 내비치는 중국의 치파오와 다르듯이, 송편에서도 약간 감추면서도 은근과 끈기를 보이는 민족성을 드러낸 건 아닐까.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재증병(再烝餠)’ 편에 ‘흰떡을 쳐서 송편을 빚고 다시 짜내어 냉수에 씻어 먹으면 질기고 단단하여 좋다’고 하였고, 별법(別法)을 소개한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는 ‘흰떡을 골무떡보다 눅게 하여 쪄서 많이 친다. 굵은 수단처럼 비벼 그릇에 담아 떼어 얇게 소가 비치게 파고, 거피팥에 꿀을 달게 섞고 계피 후추 건강 가루를 넣어 빚는다. 너무 잘고 동그랗지 않게 크기를 맞추어 버들잎같이 빚어 솔잎을 켜켜이 얹고 찌면 맛이 유난히 좋다’고 하였다. 

 

  이처럼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가을걷이를 끝낸 뒤 떡을 만들고 술도 빚어서 서로 나눠 먹으며 수확을 축하했다. 송편은 대표적인 명절 떡으로서, 갓 수확한 햅쌀과 햇곡식으로 만든 오려(=올벼라는 뜻)송편을 차례상에 올렸다. 색에 따라 흰송편, 쑥송편(녹색), 송기송편(붉은색), 치자송편(노란색) 등으로 구분하고 깨, 팥, 콩, 녹두, 밤 등 사용하는 소 재료에 따라서도 달리 불리어지고 지역에 따라서도 특색이 제각각 달랐다. 대체로 북쪽 지방이 모양이 큰 반면, 서울 경기 지방은 작고 앙증맞은 크기였다. 강원도에서는 멥쌀 송편 말고도 도토리 송편, 감자 송편을 만들어 먹었다.

 

  모시가 많이 나는 남부지방에서는 모싯잎을 삶아서 불려놓은 멥쌀과 함께 빻은 가루를 익반죽한 다음, 팥고물, 동부고물, 깨고물 등을 넣고 송편을 쪘다. 영남 지방에서는 쪄낸 떡에 참기름을 바르고 감잎에 싸 먹으며 콩고물, 양대콩, 밤, 대추를 소로 쓰기도 한다. 모싯잎이 들어간 송편은 쫄깃한 맛과 오래 두어도 쉽게 굳지 않는 장점이 있어 오래 전부터 전라도 지방의 별미 떡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곡창지대가 많은 이곳에선 옛날부터 본격적인 농사철에 들기 전에 2월 초하루 중화절식을 노비일(奴婢日; 머슴날)이라 하여 머슴들의 나이 수대로 송편을 대접하는 풍습이 있었다. 노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송편이라는 의미로 지금도 전라도에선 ‘노비송편’이라 부르기도 한다. 

 

  굴비로 이름난 전라남도 영광 지역은 모시를 옷감으로 쓰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오래전부터 떡으로 만들어 먹는 전통이 남아 있다. 그런 연유이어서인지 2016년도 지리적표시 농산물로 ‘영광 모싯잎송편’을 등록 신청했다. 은은한 향과 풍부한 식이섬유 성분의 모싯잎으로 반죽을 빚고 청포묵의 원료인 동부콩으로 주로 속을 채워 단맛이 적당하고 식감도 쫄깃하다 보니 건강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모싯잎송편 제조업체가 130여 곳에 이르고 연 매출도 280억 원대로 늘어나 모싯잎송편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 업체대표인 조헌성 사장은 “영광의 모시는 풍부한 서해안 해풍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다른 지방의 모시보다 색상이 선명하고 향이 강하다. 항산화 성분이 쑥의 6배나 되고 칼슘 함량이 멸치의 3배, 우유보다는 48배가 더 많아 최고의 건강식품”이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모시풀은 쐐기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서 단단한 뿌리를 지니고 있으며 키는 2m까지 자란다. 모시를 삼는 줄기에는 잔털이 많이 나 있으며, 떡과 부각 등에 이용하는 잎은 어긋나고 잎 끝이 꼬리처럼 길고 잎 가장자리에는 깻잎처럼 톱니들이 고르게 나 있다. 옷감 재료인 모시를 얻기 위해 오래전부터 심어왔으며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백제 땅에 야생 모시풀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모시풀은 칼슘이 풍부하여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고,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에 효과가 있으며, 한방에서는 여성의 하혈 시 지혈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궁합 음식으로는 육류를 꼽는데, 모싯잎 쌈을 싸서 먹으면 식이섬유소가 지방의 흡수를 막아주고 배변량을 늘려주기 때문이다.

 

  송편에 쓰이는 모싯잎의 영양 정보를 100g 기준으로 살펴보니 니아신 0.90mg, 나트륨 9.00mg, 단백질 3.20g, 당질 3.90g, 베타카로틴 2,551.00㎍, 비타민A 425.00㎍, 비타민B1 0.05mg, 비타민B2 0.09mg, 비타민B6 0.17mg, 비타민C 46.00mg, 비타민E 0.82mg, 식이섬유 2.00g, 엽산 1.80㎍, 인 51.00mg, 지질 8.50g, 철분 5.20mg, 칼륨 675.00mg, 칼슘 59.00mg, 회분1.70g 등이다.

 

  송편 만들 때 쓰일 모싯잎은 짙은 초록색을 띠고 윤기가 흐르며 잎이 싱싱한 것을 골라야 한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흔들어 씻은 후 물기를 털어내어 사용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근본적으로 쌀가루와 설탕이나 꿀을 버무린 소로 인해 생각 이상으로 고열량 식품이라는 점이다. 송편 대여섯 개면 밥 한 공기(300kcal)에 해당하므로 맛있다고 과식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한 가족(5인분) 기준의 모싯잎송편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 주재료: 쌀가루 5컵(650g), 모싯잎 50g, 팥 3컵(360g) / 부재료: 소금 1큰술(10g), 

            설탕 1큰술(10g), 참기름 1큰술(15ml), 뜨거운 물 1컵(200ml), 소금 약간 

  * 조리과정(90분가량)

  1st. 냄비에 모싯잎과 잠길 만큼 물을 넣어 한소끔 끓여 삶는다.

  2nd. 체에 걸려 흐르는 물에 헹구고 물기를 꼭 짠 후 잘게 다진다.

  3rd. 볼에 쌀가루, 다진 모싯잎, 소금 약간을 넣어 골고루 섞은 후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익반죽을 한다. 쌀가루에 따라 수분 함량이 다르므로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상태를 살펴 물의 양을 조절한다. 반죽이 마르지 않도록 젖은 면보를 덮는다.

  4th. 팥은 깨끗이 씻은 후 냄비에 팥과 잠길 만큼 물을 넣어 끓인다. 끓어오르면 물을 따라내어 버린다. 팥을 물로 한번 헹군 후 냄비에 팥과 물을 넉넉히 붓고 푹 익을 때까지 삶는다(약 1시간). 삶은 체에 걸러 팥 앙금을 내린 후 으깨어 설탕을 넣어 골고루 섞어 소를 만든다.

  5th. 반죽을 떼어내 양 손바닥 사이로 굴려서 지름 2.5cm 크기로 둥글게 만든다. 엄지손가락으로 가운데 움푹하게 만들어 팥소를 담는다. 엄지와 검지로 반죽을 붙여가며 반달 모양을 만든다. 김이 오른 찜기에 젖은 면보를 깔고 송편이 서로 붙지 않게 올려 뚜껑을 덮고 찐다. 쪄낸 송편을 재빨리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뺀 후 참기름에 버무린다. 

 

  조선 시대 방랑시인 김삿갓은 송편을 이렇게 예찬했다.

“손바닥에 굴리고 굴려 새알을 빚더니 /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조개 입술을 붙이네. / 금반 위에 오뚝오뚝 세워놓으니 일천 봉우리가 깎은 듯하고 / 옥 젓가락으로 달아 올리니 반달이 둥글게 떠오르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송편의 모양새다. 일천 봉우리 위로 떠오르는 반달의 모습처럼 둥근 보름달이 연상되는 건 비단 방랑시인 뿐만이 아닐 것이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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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22 [22:51]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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