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석 칼럼] 임진왜란은 갑자기 오지 않았다 : '재팬 웨이'가 한국 스포츠에 던지는 경고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회장, 스쿼시 국가대표 감독. 체육학 박사(심리전공)
임진왜란은 사전에 대비할 수 있었다. 통신사로 파견된 황윤길(서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군사 동원과 병참 준비,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의 실체를 확인하고 침략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반면 부사 김성일(동인)은 히데요시를 경박한 인물로 평가하며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류성룡은 ‘10만 양병설’을 통해 군제 개편과 병력 확충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파의 논리 속에서 황윤길의 경고와 류성룡의 제안은 채택되지 못했다. 그 결과 임진왜란이 발발했고, 조선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임진왜란은 불시에 들이닥친 재난처럼 보였으나, 사실 패배의 기제는 오래전부터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축적되고 있었다.
오늘날 한·일 스포츠의 격차를 보면 400여 년 전의 이 장면이 소름 끼치도록 겹쳐 보인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재팬 웨이(Japan Way)’를 통해 국가 축구 철학을 명문화했고, 2050년 월드컵 우승이라는 장기 목표 아래 연령별 대표팀을 하나의 성장 체계로 연결했다. 최근 U-23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한 팀은 단기 성과 조직이 아니라, LA 올림픽과 A대표팀을 향한 경로 속에 배치된 팀이다. 두 살 어린 21세 중심 구성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인 기량이 아니라 시스템의 일관성과 축적 효과 때문이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도 일본은 역대 최다 메달을 기록하며 약진하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일본은 스포츠를 단순한 이벤트 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했다. JOC 골든 프로젝트와 애슬리트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메달 가능 종목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기업-선수 연계를 제도화했다. 선수는 일회성 성과 생산자가 아니라 장기 투자 대상이며, 인적자산 관리의 핵심 요소다. 이러한 구조가 글로벌 스포츠 경쟁력의 지속성을 만들었다.
반면, 한국 스포츠는 여전히 ‘천재 한 명’의 등장이나 ‘정신력’이라는 단기 처방에 기대고 있다. 연령별 대표팀은 대회 단위의 일회성 조직으로 소모되며, 실패의 책임은 시스템이 아닌 감독과 선수 개인에게 전가된다. 결국 준비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느냐, 선수를 소모품이 아닌 인적 자산으로 관리하느냐의 차이가 ‘글로벌 스포츠 경쟁력의 지속성’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 것이다.
국제 스포츠는 더 이상 개인 재능의 경쟁이 아니다. 이는 국가 단위 시스템 설계의 경쟁이다. 정책의 연속성은 거버넌스 불안정 속에서 흔들리고, 단기 성과 논리가 장기 설계를 압도하는 한국 스포츠 정책은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종목 간 통합 전략, 기업과의 구조적 파트너십, 선수 경력 전주기 관리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
임진왜란의 교훈은 명확하다. 외부 위협은 갑작스럽게 드러나지만, 내부 구조의 취약성은 오랜 시간 방치된 결과다. 지금 한국 스포츠가 직면한 문제는 경기력의 일시적 부진이 아니다. 전략적 로드맵의 부재와 구조적 설계의 결핍이다.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패배는 우연이 아니라 반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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