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칼럼] 스포츠를 무시하는 한국 정치, 이번에는 ‘돔 경기장’인가

권혁웅 대한생활체육야구협회 전략기획팀장 | 기사입력 2026/02/09 [06:19]

[권혁웅 칼럼] 스포츠를 무시하는 한국 정치, 이번에는 ‘돔 경기장’인가

권혁웅 대한생활체육야구협회 전략기획팀장 | 입력 : 2026/02/09 [06:19]

▲ 권혁웅 대한생활체육야구협회 전략기획팀장  

선거철만 되면 토목 공약이 빠지지 않는다. 6월 지방선거는 '돔 경기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수만 명을 수용하는 돔을 짓겠다고 한다. 

 

돔 경기장은 기후 리스크가 없는 대신, 운영 난이도가 높다. 지금 공약들은 “요즘 프로야구가 잘 된다”, “공연도 같이 하면 된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기대가 전제다. 그런데 한국 스포츠는 돔을 산업으로 소화해본 경험이 없다. 전제부터 허구인 셈이다.

 

산업은 기대가 아닌 설계에서 시작한다. 왜 돔이 필요한지,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공급할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수익 구조가 있는지, 구체적인 설계가 없다면, 돔은 지역의 종양이 된다. 삿포로 돔이 닛폰햄과 결별한 뒤 수천억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것처럼.

 

경기장과 공연장은 관객의 집중, 시선의 흐름, 체류 시간, 동선, 좌석의 각도와 재질, 음향의 처리까지 모두 다르다. 시설의 가치를 좌우할 핵심에서 발생하는 본질적 차이를 간과한 '다목적' 돔은 선수, 관객, 아티스트 모두의 불만만 산다.

 

축구와 야구 겸용 논의도 그렇다. 축구와 야구는 경기 리듬, 관중의 몰입과 소비 패턴이 전혀 다르다. 이질적인 콘텐츠를 한데 담기 위한 설계 난이도와 비용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축구 안 할 때 야구하면 되지.’는 축구와 야구 모두에 대한 몰이해고, 납세자에 대한 무례다.

 

지역과 구단의 관계가 불균형한 구조에서, 일방적인 돔 신축 논의 진행도 문제다. 연고지 홈 구장은 지역과 구단 사이 역사와 문화의 결합체다. FC 바르셀로나의 캄 노우가 개축 과정에서 지역과의 연결 및 문화적 연속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설계 방향을 전면 변경했던 사례는 한국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지역과 스포츠의 관계를 무시하거나, 무지하기 때문이다. 돔 신축 논의가 무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에서 자유로운 전문 법인이 지역, 구단, 문화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대안이 있기는 하다. 실제로 연간 수백억 원의 흑자를 내는 도쿄 돔도 주변과의 연계 및 독립 법인의 전문 경영이 그 비결이다. 그러나 정치가 권력을 앞세워 전문성을 무시하는 환경에서, 일단 공약이 급조된 마당에 그 뒷받침이 제대로 설계될 턱이 없다. 

 

정치에 대한 기대를 접고 보면, 가장 실망스러운 대목은 일부 스포츠 원로들의 태도다. 투자에 대한 기대만으로 무비판적으로 정치와 악수하고 있다.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 지역과의 관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원로다운’ 성찰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스포츠가 자생하지 못하고 사회에 계속 기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괴로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원로’들부터 사회에 기생하는 지금 현실일지도 모른다.

 

우리 스포츠와 문화는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를 담는 그릇을 고민해야 할 정치권과 업계 리더들은 여전히 80년대 개발도상국 수준의 공약만 반복한다. '얼마나 크게 짓느냐'가 아닌 '어떤 가치를 담느냐'를 고민할 때다. 그런 고민이나 철학이 없는 돔은 시민의 혈세를 삼키는 허구의 궁전이 될 뿐이다.

 

▲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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