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노인복지관 시문학회 동인시집, '봄·여름·가을·겨울' 발간

신완섭 기자 | 기사입력 2025/12/11 [08:28]

군포시노인복지관 시문학회 동인시집, '봄·여름·가을·겨울' 발간

신완섭 기자 | 입력 : 2025/12/11 [08:28]

  고교 후배가 발행인으로 있는 모데미풀 출판사에서 시집 한 권을 보내왔다. 내가 사는 군포시노인복지관(관장 윤호종)의 시문학회 동인시집이다. 1판 1쇄 발행일이 불과 며칠 전인 2025년 12월 8일이고 비매품인 점으로 봐서, 참여한 동인시인들이 연말을 맞아 지인들과 나눠 볼 요량으로 간행한 창작시집이다. 총 11명의 시문학회(회장 김대식) 동인들이 각자 10편 정도를 출품하여 제각각의 시심(詩心)을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 평이한 시어(詩語)라서 단숨에 훑어보았다. 몇 편의 시를 소개해 보면 

 

내가 사는 세상_김대식 시인

 

세상이

넓으면 뭘해

보리밥 강된장에

막걸리 한 잔이면

창밖에

찬란한 나의 우주가

살고 있는 걸

 

마음이 외로울 땐_권위숙 시인

 

마음이 외로울 땐

산으로 간다

감투봉 언저리

큰 소나무가 좋다

---중략---

안으로 안으로 감으며

살아가는 나이테는

나의 사랑과 삶

나의 길과 같다

 

잊혀진다 해도_박경섭 시인

 

소녀의 얼굴도 어렴풋이

아련한 추억만 맴도는데

꿈결에 살포시 오시려나

---중략---

어릴 적 일곱 빛깔 흔적 찾아서

옛 남산 향기에 헤매도는데

술잔에 어른어른 그리움 이네

 

꽃보다 고추_박준옥 시인

 

상처받기 쉬운

꽃같은 여자보다

고추처럼

야물고 매운 여자가

더 멋있게 보이는 건

나이 탓일까

 

가을비_성명옥 시인

 

깊어가는 가을밤

글 한 줄 써놓고

더 이상 쓰지 못함은

슬피 우는 풀벌레 소리에

묻혀버린 그리움 때문입니다

 

인생_이경희 시인

 

한 소녀가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식모살이 3년

공장생활 6년 하고

동네 통장 10년 한 뒤

70이 넘어 방통대 장학금 타며 4년만에 졸업했지

내 나이 30년만 젊었어도

뭐가 되든 되었을 텐데

아 쉽 다 

 

그냥 살았지요_양정모 시인

 

사노라니

힘겹고 어려웠지만

한 발짝도 비켜설 순 없었지요

한 세월 지나고 보니

품 안에 쌓여진 알곡들

잘 견뎌온 날들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세물머리_원지성 시인

 

생각이 다르다고 저 강은 말하지 않네

서로가 안아주고 어우러져 품어주면

돌부처 돌아앉듯이 그날인들 안 오겠나

 

주) 세물머리는 예성강·임진강·한강이 만나는 강화·교동 근처를 말함

 

남편과 자식_허득춘 시인

 

자식은 사랑이 많아서 버릇 없고

남편은 사랑이 고파서 성질 부린다

 

  지면 관계상 대부분의 시에서 생략시킨 내용들이 많으나 나이 든 시인들의 시는 한결같이 득도(得道)한 도인의 말씀 같고 부처의 게송(偈頌) 같다. 평균 나이가 70대 중반을 살짝 넘기고 있다 하니 살 만큼 사신 분들이다. 그만큼 켜켜이 살아온 흔적들의 빛깔이 바랬으면서도 중후하고 정겹다. 한 대중가수가 늙어감을 익어감이라 노래했던 것처럼, 나이 듦이 주는 사유의 무게감은 깊이가 있으면서도 아름답기까지 하다. 책 머리에서 복지관 관장은 “시인이 사는 세상에서는 칼을 녹여내어 호미를 만들어 식구가 되게 한다”고 시문학회 동인(同人)들의 시심을 축하했다. 이들을 지도해온 박현태 시인도 “인생의 과거에는 흔적이 남겨진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살았나 하는 기억과 무엇을 하며 즐거움을 누렸는가 하는 추억을 남긴다. 이번 동인시집 출간은 그런 의미에서 뜻있는 일이라”고 격려했다. 

 

  장수국가인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몇 해 전 ‘100세 문학’이라는 장르가 탄생했다. 초고령에 등단하는 작가들이 그만큼 많이 늘고 있어서 생겨난 이름이다. 우리나라도 머잖아 세계적인 최장수국가 대열에 진입할 것이다. 세대를 아울러 노인이 어르신으로 불리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다. 나는 군포시노인복지관 시문학회같은 어르신문학회가 마을 여기저기에서 생겨나 경험 많은 어르신들의 글과 말에 경청하고 싶다. 로맨스 그레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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