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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역사는 어떻게 공공도서관 서가까지 들어왔을까. 그리고 그것을 정리하자는 말 앞에 왜 늘 “검열”이라는 단어가 먼저 소환될까.
최근 몇 년 동안 공공도서관에서 일제 강점기와 현대사를 왜곡한 책들이 발견됐다는 문제 제기는 여러 지역에서 반복돼 왔다. 이는 한두 도서관의 실수라기보다 “누가·어떤 기준으로·어떤 절차로 대응할지” 정한 제도가 부재한 결과에 가깝다. 한 번 들어온 책이 특별한 절차 없이 장기간 서가에 남고, 베스트셀러였다는 이유나 “양쪽 의견을 다 비치해야 한다”는 막연한 균형감으로 논란이 정리된 책까지 계속 비치되는 현실이 이런 문제를 더욱 고착시킨다. 그러다 문제가 제기되면 “도서관은 검열 기관이 아니다”라는 말이 반복된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야 한다. 도서관은 “아무 책이나 다 들여놓는 곳”인가, 아니면 “공적 책임을 지고 정보를 선별·관리하는 곳”인가.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 이 질문은 더 이상 이론적 논쟁이 아니다. 공공도서관에서는 오래전부터 역사왜곡도서가 반복적으로 발견됐고, 그때마다 “논란–사과–재발 방지”라는 문구가 되풀이되었다. 이 악순환을 끊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명문화”와 “책임 주체의 설정”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두지 않기 때문에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군포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고든 계기는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시작됐다. 대야도서관에 배낭을 멘 두 사람이 들어와 “왜 여기에는 〈반일종족주의〉가 없느냐”며 시민희망도서 신청을 하고 나갔다는 이야기를 독서모임 구성원에게서 들었다. 단순한 취향의 신청이라기엔 목적성이 강해 보였다는 말과 함께였다. 그 말을 듣고 “군포시에는 어떤 역사왜곡이나 일제 잔재가 남아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군포시 각 부서에 공문을 보내 공공기관이 보유하거나 제작한 자료·홍보물·명칭·상징 등을 전수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과정에서 공공도서관 장서 중 일부가 역사왜곡도서로 딱 스크리닝에 걸렸고, “정책 공백”이 실제 서가 한 칸에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 문제의식은 국회에서 열린 ‘역사 바로세우기 범국민 전진대회’까지 이어졌다. 경기도 대표로 참여해 공공도서관 역사왜곡도서 문제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발표했고, 그 연장선에서 군포시 공공도서관 역사왜곡자료 관리 및 이용 안내 조례안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러나 매번 등장하는 반론은 비슷하다. “책 없애려는 것 아니냐”, “표현의 자유 제한 아니냐”, “정권 바뀌면 기준 흔들리지 않느냐.” 그래서 조례안은 처음부터 “삭제·검열”이 아니라 관리·안내에 초점을 맞췄다.
첫째, 도서관이 역사적 사실을 임의로 판단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준은 국가기관의 공식 보고, 법원의 확정판결, 국가가 설립·인가한 공공학술기관의 연구 결과 등 이미 공적으로 확정된 근거에 한정했다.
둘째, 기본 원칙은 “안내 우선, 최소 개입”이다. 왜곡 정보가 확인되면 사실관계 안내를 제공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방식으로 이용 방식을 조정한다. 연구·비판 목적 접근은 막지 않으며, 도서를 ‘없애는’ 방식도 아니다.
셋째,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조문에서 명확히 정리했다. "다양한 해석이나 의견 개진 범주에 속하는 일반적인 학설이나 견해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해 비판적 연구나 사상적 다양성을 배제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따라서 이 조례는 특정 이념을 걸러내는 “검열 도구”가 아니라, 공적으로 확인된 허위 사실에 대해 시민에게 최소한의 안내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공공 규범이다. 아무 기준 없이 왜곡 자료와 검증된 자료를 뒤섞어두는 것이야말로 공공기관의 책임 방기다.
문제는 이 상식적인 일을 “법에 쓰지 않았기 때문에” 각 도서관의 재량에만 맡겨왔다는 점이다. 어떤 지역은 안내문 하나 붙이는 데 소송이 붙고, 어떤 지역은 조용히 책을 치우고, 또 어떤 지역은 “그냥 두자”고 버틴다. 같은 책, 같은 논란인데 지역마다 기준이 다 다르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지방정부 조례의 역할이다. 도서관이 임의로 선을 넘지 못하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임도 막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일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 점검해야 할 것은 기념행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 시에 남아 있는 기억의 구조다. 공공도서관 서가에 어떤 책이 어떤 설명과 함께 꽂혀 있는지, 왜곡된 역사가 아무런 주석 없이 진실과 나란히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다.
공공도서관은 모든 책을 다 담는 창고가 아니라, 공적 책임을 지는 ‘기억의 인프라’다. 그 인프라의 기준을 묻고 바로 세우는 일을 언제까지 “검열”이라는 단어 하나로 가로막아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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