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명 이야기⑯ ‘숲 안’ 마을 이름 몇 가지

신종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기사입력 2025/09/02 [08:46]

한국의 지명 이야기⑯ ‘숲 안’ 마을 이름 몇 가지

신종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입력 : 2025/09/02 [08:46]

  경기도 성남시 수내동(‘藪內洞’)이라는 땅 이름은 한자로 ‘숲 안’이라는 뜻이다. 한자 ‘藪’에는 ‘늪(沼)’이라는 뜻도 있지만 우리 역사•문화에는 마을에서 가꾸거나 보호하는 숲. 즉 ‘마을숲’을 뜻한다. 액을 막는다는 수구맥이나 방풍/방조림•서낭숲 따위가 그것이다. 『조선지지자료』(1911)에 수내동은 언문(諺文. 한글)으로 ‘슌ᄂᆡ’•‘숫ᄂᆡ’라 적은 뒤 앞에서 본 한자와 달리 ‘탄천(炭川)’이라 적은 데도 있다. 후자를 기준으로 보아, ‘수내’는 ‘숯내’라는 소리를 적은 음차(音借) 표기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이건식, 「광주시」 『경기도 역사지명 사전』). 숲이 있고, 거기에서 숯을 만드는 상관성 때문에 지명유래가 숲•숯 어느 쪽에서 비롯되었는지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

  

  수내동의 ‘숯내’는 수내촌(藪內村)•이매동(二梅洞)•원천동(遠川洞)’•석촌동(石村洞), 즉 오늘날의 서울 강남까지 한 가지(同名) 땅 이름으로 행세한다. 냇물이 흐르는 유역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다시 『조선지지자료』를 살펴보면, 지명(地名, 땅의 유형 구분으로서 山名•谷名•城名•寺刹名•古蹟名 따위)이 ‘炭川’이고 비고(소재지/마을이름 난)에는 ‘언문’으로 정확히 마을 이름을 적어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점(點) 개념, 즉 일정 지역에 고정시켜놓은 땅 이름이다. 이에 비해 ‘탄천’은 선(線) 개념으로서 길어질(장거리) 수밖에 없으니 ‘숯내/炭川 마을’이 성립되기는 어렵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숯내/炭川 說은 여전히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마을(이름)과는 거리가 있다.

 

경기도 광주군 낙생면(지명조사철, 1959)

* 도표에서 생략한 ‘지도상 기재’ 항목에는 ‘탄천/炭川’으로 되어 있음

 

  탄천을 따라가다 보면 여기저기 숯가마가 있었을 터이다. 하지만 ‘숲안’ 수내동은 따로 있다. “수내동은 원래 ‘숲안’이라고 불려 왔던 곳으로, 지금은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배우리, 『또 하나의 생활문화 지도, 땅이름』) 대정 7년(1918) 1/5만 조선지형도에는 이곳을 의연히 ‘藪內(수내)’라고 적고 있다.

 ‘수내마을’이 곧 ‘숲안마을’임은 다른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수내(藪內)  【마을】 전남-구례군-간전면-삼산리-    → 숲안

 수내(藪內)  【마을】 부산시-금정구-두구동-   → 숲안(윤재철, 「숲에 대한 오랜 기억」 『우리말 땅이름2』) 

 수내(藪內)  【마을】  전북-부안군-부안읍-모산리   → 숲안

 

‘숲안(마을)’이 변형/진화된 둘째 형태는 ‘쑤안’이다. 수•숳은 ‘숲’의 옛말로서 불경에도 보인다.  

藂林ᄋᆞᆫ 모다 난 수히오 (총림은 모여 난 숲이고)   『월인석보』 10:69 

  여기에서 ‘쑤안’을 떠올려보면 ‘수•숳’이 ‘쑤’로 되었다. 그렇다면 앞에서 본 藪內의 ‘藪’도 굳이 한자 연원이 아니라 토박이말 ‘수’를 그렇게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어학의 문외한인 필자가 더 이상 논의를 펴나감은 무의미하다. 우선 ‘수’가 쑤’로 바뀌어 간 사례가 참고된다.

  바람을 가린다는 뜻에서 이름 지어졌다는 아래 마을숲을 살펴보겠다.                           

가리-쑤 【숲】 경상북도-의성군-점곡면-사촌리-   → 가래수

가래-수 [가리수, 서림]  【숲】 사촌 서쪽에 있는 참나무 숲

  ‘쑤’를 인터넷 우리말샘이나 다음국어사전에서 찾으면 다음과 같다. “쑤: 명사 ‘수풀’의 방언 (경북)”. 이제 그 실례를 들어본다.

 

쑤-안[신촌] 【마을】 경상북도-영주군- 문수면- 월호리- 

쑤-안 【들】 경상북도-선산군-무을면-무이동-

쑤-안 【들】 경상북도-예천군-풍양면-낙상리-

쑤-안[수내] 【마을】 경상북도-봉화군-봉화면-문단리-

쑤-안[수내, 합수] 【들】 경상북도-예천군-용문면-하금곡리-

쑤-안 【골】 경상북도-봉화군-물야면-두문리-          

쑤-안[신촌] 【들】 경상북도-상주군-공성면-용신리-

쑤-안 【들】 경상북도-상주군-사벌면-매협리-

쑤-안[수내] 【마을】 경상북도-상주군-내서면-연원리/낙양동-   (이상은 땅이름전자사전)

쑤-안[藪內] 【마을】 서원(밑줄은 필자) 남쪽에 있는 마을. 마을 서쪽에 쑤안수가 있었다 한다. 서수(西藪) 안쪽에 있어서 불리는 이름이다

쑤안-수 【숲】 쑤안 서쪽에 있는 참나무숲  (이상은 『상주지명총람』)

 

  위의 상주-연원/낙양 지역 ‘쑤’에 대해서는 17세기 지방지 『상산지』에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林藪 在州西五里北川上 林木蔚然 捍距川溢 舊承詔令 植木守護 故俗稱御令藪 (마을숲. 상주 고을 서쪽 5리 북천=뒷내 위에 있다. 나무숲이 울창하다. 옛날에 물 넘침을 막으라는 명령을 받들어 나무를 심고 보호하였다. 그래서 속칭 ‘어명쑤’라고 한다). 

  상주 서원 남쪽 쑤안은 한자로 ‘藪內’라고 적고 있다. 그러니 ‘수•숳 – 쑤안’ 계열과 ‘숲•수풀 – 숲안’ 계열이 반드시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쑤안-수’라는 겹말[동어반복]을 보면 ‘수’에서 ‘쑤’로 발전했음에도 언제부터인가 ‘쑤’ 뜻은 잊혀졌는지 다시 ‘수’를 붙여 쓰고 있다. 이렇게 보면, 둘 다 총림(叢林) 계열인데, 서로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은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상주 연원동 쑤안마을에는 25번 국도 옆에 당나무가 있고, 동제단(洞祭壇)이 세워져 있다. 분당 수내동에도 이러한 신목(神木)과 제단이 있었을 법한데 그 어떤 기록이나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        

 

▲ (사진=조규원) 

 

# 독자가 내는 소중한 월 5천원 이상의 자동이체 후원은 군포시민신문 대부분의 재원이자 올바른 지역언론을 지킬 수 있는 힘입니다. 아래의 이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시면 월 자동이체(CMS) 신청이 가능합니다. https://ap.hyosungcmsplus.co.kr/external/shorten/20230113MW0S32Vr2f 

* 후원계좌 :  농협 301-0163-7925-91 주식회사 시민미디어 

 

  • 도배방지 이미지

온라인 전시회
메인사진
[류진숙 온라인 전시회] ksana
1/3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