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위기 순간, 가뭄에 단비처럼 찾아낸 청년 스타트업 지원 사업‘청년기업가들의 수다’① 이지철, 오은지, 이규환, 최연지 대표중소벤처기업부가 2024년 12월 30일 총 3조 2,940억 원 규모로 ‘2025년 중앙부처 및 지자체 창업지원사업 통합공고’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101개 기관이 429가지 창업지원사업을 펼친다.
군포시민신문은 이 같은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알리고 그 과정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지역의 스타트업 청년 대표들과 함께 ‘청년기업가들의 수다’를 기획했다. 3번에 걸쳐 보도할 ‘청년기업가들의 수다’는 국가지원 사업과 지원사업별 상세한 이야기, 그리고 스타트업 현장의 사실적인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첫번째 ‘청년기업가들의 수다’는 2024년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 군포청년공간 플라잉 공유주방에서 열렸다. 이지철 (주)슬로우드 대표가 사회 겸 패널을 맡았고 오은지 폴루엣 대표, 이규환 톨스톨스 대표, 최연지 (주)어먼스코퍼레이션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지철(사회): 오늘 청년기업가들의 수다는 창업을 꿈꾸는 분들께 우리가 스타트업을 하면서 느낀 점과 지원 받은 사업을 공유하면서, 스타트업의 현실도 알려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자기소개와 함께 어떻게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이규환: 톨스톨스 대표 이규환이다. 톨스톨스는 반려동물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다. 원래 화장품 업계에서 일했는데, 반려인으로서 그리고 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톨스톨스를 시작했다. 반려동물 화장품은 사람 화장품과 제작 프로세싱이 똑같기 때문에 내가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은지: 폴 스포츠 의류를 만드는 폴루엣 대표 오은지다. 10년 정도 간호사 일을 하면서 원데이클래스로 폴 댄스에 입문했고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폴 댄스 의상들이 다 마음에 안 들었다. 진심으로 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옷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의상 제작 공부를 2년 동안 하고 폴루엣을 시작했다.
최연지: 유아∙아동 화장품을 만드는 (주)어먼스코퍼레이션 대표 최연지다.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던 중에 엄마 아빠가 된 친구들이 대체 아기 화장품은 뭘 사야하냐며 많이들 물어왔다. 아기 화장품은 맘카페나 조리원에서 듣는 정보가 대다수고, 다들 맞벌이를 하느라 정보 수집이 어렵다. 그래서 ‘이 브랜드라면 그냥 사서 써도 돼’ 하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지철(사회): 스타트업을 시작한 계기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필요에서 시작됐다고 들린다. 나 또한 필요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나는 독서가 유일한 취미인데 시중에 나와있는 독서대는 조금만 충격을 주면 깨지는 플라스틱 뿐이었다. 그게 평소 직장인이 되고 싶지 않던 마음과 합쳐져서 기능적인 독서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됐다. 그런데 나는 나무를 다루는 재능이 없었다. 그래서 내게 없는 능력을 가진 동료를 찾아 (주)슬로우드를 시작했다.
*스타트업 초기, 발목 잡는 어려움
이지철(사회): 돌아가면서 자기소개와 스타트업을 시작한 계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초기에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었나?
오은지: 서류 작업이 무척 힘들었다. 간호사 생활을 오래 하느라 일반적인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기초가 없었다. 제안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사업자등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척 난감했다. 하다못해 명함을 주는 게 예의인가 아닌가 헷갈리는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하루종일 인터넷을 뒤져가며 정보를 모으다보니 서류 작성을 할 수 있었다.
이규환: 내가 아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 제품 개발처럼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재밌었지만, 그 밖의 일에서 너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왜 일을 이렇게 처리하지? 이게 내가 알고 있던 상식에 부합한가? 이런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다. 지금은 그것조차 감안하는 게 사업이라는 걸 배웠다.
이지철(사회): 홍보와 관련된 어려움은 없었나?
최연지: 나는 홍보가 힘들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과 그걸 알릴 길을 찾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특히 스타트업 초반은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폼이 굉장히 크다. 워낙 다양한 마케팅 업체들이 활동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의 경쟁을 또 뚫고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지철(사회): 나도 마찬가지로 홍보가 문제였다. 나름 홍보비를 마련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했는데 제품 런칭 두 달만에 홍보비를 다 써버렸다. 그래서 1년이 넘도록 추가 홍보를 못 했고 내 브랜드는 그동안 버려져 있었다. 매장이라도 있었다면 호객행위라도 했겠지만 오로지 온라인 광고를 통해서만 홍보하려니 쉽지 않았다. 만약 누가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조언을 구하면 최소 1년 동안 광고할 홍보비는 마련하고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가뭄에 단비, 정부지원 사업
이지철(사회): 1년이 넘도록 제품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정부지원 사업에 대해 알게 됐다. 돈이 다 떨어지니 알게 되더라. 여기 대표님들은 어땠나?
오은지: 창문도 없는 고시원 쪽방 같은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다가 월세로 사업자금이 다 나가겠다는 생각에 지원사업을 찾아보게 됐다. 시청, 도청, 기관들 홈페이지를 막 뒤졌다. 그러다가 안양산업진흥원에서 청년 엑셀러레이팅 도움을 받았다. 사업화 교육을 받으면서 7평 정도 되는 사무실 입주 공간을 무료로 지원 받아 1년 동안 썼다. 또 경기과학진흥원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사무실 지원도 받고 시제품 개발비도 지원 받았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졌다. 엄청 도움 됐다. 대신 서류 작업은 많이 해야 한다.
이규환: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지원 사업이 있다는 걸 몰랐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하다보면 지원받지 않으면 사업이 영위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특히나 소비재 쪽은 들어가는 자원이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원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시제품을 지원받을 수 있었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었다. 바로 서로 입장이 비슷한 스타트업 대표들의 네트워킹이었다.
최연지: 맞다. 나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해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대표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규환 대표와도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알게 됐다. 혼자 고민하다가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참 좋았다.
이지철(사회):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스타트업 지원사업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보육 시스템도 잘 돼있다고 하는데 어땠나?
이규환: 대학생활과 비슷했다.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기초적인 세무, 창업 엑셀러레이팅, 투자 연계, 행사 등을 교육받았다. 분명 도움이 되고 창업에 필요한 요소였다. 또 네트워킹 행사가 많이 열렸다. 네트워킹 행사는 창업 애로사항을 단순히 인터넷에서 본 정보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상황에 처해봤고 해결해 본 적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연지: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 창업에 몰두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의욕도 남다르다. 또 전담 교수님이 멘토역할을 해준다. 혼자 일한다기 보다는 여러 사람이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움직여주는 느낌이다.
이지철(사회): 대표님들 이야기 잘 들었다. 하지만 지원사업이 받고 싶다고 다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노력과 준비가 따르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 질문 하나를 드릴텐데, 다음 시간 예고편이라고 생각하고 한 분만 답변 부탁드린다. 어떤 아이템이 지원사업에서 주목받는다고 생각하나?
이규환: 확신이 있는 아이템이 주목받는다고 생각한다. 지원사업을 받지 않더라도 내가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사업을 해나가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지원사업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다.
이지철(사회): 동의한다. 지원사업만을 위한 가짜 아이템은 다 떨어지게 된다.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의 마음가짐
이지철(사회): 오늘은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사업을 시작한 계기와 어떻게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참여했고, 또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살펴봤다. 다음 시간에는 앞서 말한대로 지원사업 정보와 합격 노하우, 리스크 같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이 있나?
최연지: 겁 먹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 하나하나가 전부 내 선택이고 책임이라는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 지금 가는 길이 맞는 방향이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스타트업 시작하고 주춤거리느라 초반 추진력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방향을 잡았으면 그냥 빨리 달려가라. 그 길이 아니면 다시 빨리 돌아 나오면 된다.
이규환: 식상하다고 느껴지는 성공의 방식을 내가 지금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티비에서, 책에서, 선배들의 입에서 귀에 인이 박이도록 들은 성공의 방식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나는 1% 미만이라고 본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간절하게 임해라. 간절함도 훈련이 된다.
오은지: 우리는 밥도 거르면 안 된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쉬려고 노력도 해야 한다. 시간을 쪼개 쓰는 훈련을 하면서 매일매일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
이지철(사회): 오은지 대표님은 쉬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에 쉬었나?
오은지: 사무실 나갔다. (웃음)
이지철(사회): 마무리 하겠다. 오늘 자리를 마련해준 군포시민신문에게 감사를 전하고, 다들 아프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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