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역사기행기-4일차 단둥/다롄

동네 형님 두 분과 떠난 여행

신완섭 기자 | 기사입력 2024/11/19 [08:34]

2024년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역사기행기-4일차 단둥/다롄

동네 형님 두 분과 떠난 여행

신완섭 기자 | 입력 : 2024/11/19 [08:34]

 동네 형님 두 분과 아래의 일정으로 4박 5일간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遼寧省) 일대를 한 바퀴 돌았다. 성도이자 제1의 도시인 선양시를 시작으로 랴오닝성 제2의 도시인 다롄시 및 뤼순커우구에서 마무리했던 닷새간의 여행을 일정 순으로 기록해 본다.

 

  일정: 10/11~12 선양(瀋陽)/랴오양(遼陽) - 10/13 퉁화(通化)/지안(集安)/환런(桓仁) - 

        10/14 단둥(丹東)/다롄(大連) - 10/15 뤼순커우구(旅順口區)


 

  4일차(10/14, 월) 단둥/다롄

 

  오전 6시경 눈을 떴다. 일행이 아직 꿈나라에 있어서 까치걸음으로 아침 산책을 위해 호텔로비로 내려왔더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비와 마주친 것이다. 방으로 올라와 일기가 불순함을 보고한 뒤 압록강 투어를 논의한 결과, 가까운 곳의 ‘압록강 단교(斷橋)’를 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관광지로 유명한 압록강 공원이나 철교까지는 택시로도 1시간이 걸리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식사를 끝낸 뒤 바로 체크아웃을 했다. 한 블록 위치에 있는 단둥역까지 걸어가 오전 11시 10분발 다롄행 열차표를 미리 발부받은 뒤 인근 편리점에 짐을 맡기고는 1.5km 거리에 있다는 단교 공원까지도 걸어가 보기로 했다. 걷다가 어느 가게 앞에 수북히 쌓인 보리 화환을 보았다. 돌아와 검색해 보니 중국에서는 신장개업 축하 화환은 ‘보리 화환’이 대세란다. 보리의 중국어 발음(다마이·大麥)이 ‘많이 팔자’(大賣)와 같기 때문이다.

 

▲ 단둥 압록강 단교 너머 북한 신의주 모습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L 교수가 완강하게 택시 이용을 고집했으나 다수결에 밀려 한참을 걸었는데, 도대체 강변이 나타나지 않아 재차 확인했더니 이번에도 길을 잘못 들어 하는 수 없이 택시를 붙잡아 단교 앞에서 내렸다. 다수가 항상 옳은 게 아니란 걸 느낄 틈도 없이 소변이 귀두 끝까지 몰려온 것을 감지했으나 화장실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나는 결국 골목 벽에다 난사하는 실례를 범했다. 다행히 시비 거는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나라 망신시킬 뻔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우리도 오락가락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였다. 

 

  나는 단교와 압록강 건너 북한 땅을 사진에 담기 바빴다. ‘압록강 단교(鴨綠江斷橋)’는 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폭격으로 단교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09년 일제가 서울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 단둥으로 연결되는 철교를 착공해 1911년 준공되어 한반도에서 중국 만주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국제철도노선이 연결되었다. 다리 중앙부는 선박이 통행하던 선개교(旋開橋, 수평으로 개폐가 되는 다리)였으나 1934년 3월 가동이 중단되었다. 1950년 11월 8일 유엔군의 폭격으로 교량의 중앙부에서 북조선측 강변까지 파괴되어 단교된 바람에 바로 상류 쪽에 1943년 완공된 압록강의 2번째 다리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가 이용되고 있다. 남아있는 절반의 다리 위로 많은 관광객이 오가고 있었지만, 시선만 다리 위를 응시했을 뿐 아쉽게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 다렌 숙소에서 바라본 동항 모습 (사진=신완섭)     ©군포시민신문

 

  오전 11시 10분 정시에 출발한 열차는 오후 2시가 좀 지난 시각에 다롄북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화장실부터 찾았으나 택시 승강장이 있는 지상 1층에 화장실이 없다.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보았으나 개찰구 안에만 화장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물어물어 다시 지하층으로 내려가 겨우 볼일을 보다 보니 절로 쌍욕이 나온다. “인민의 거시기는 황소 불알인가, 제발 층마다 화장실 좀 만들어둬라, 망할 놈들~” 

 

  택시를 잡아타고 동방수성(東方水城, Venice Watertown) 인근의 숙소로 향했다. 인터넷 고덕지도(高德地圖)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으나 건물 바깥에 아무런 호텔 간판이나 표식이 없다. 지도가 잘못된 건가, 한참 주위를 서성이다가 호텔명을 다시 들여다보니 ’동항국제공관해경loft주점(東港國際公館海景loft酒店, Ocean View loft Hotel, Donggang International Mansion)’ 밑에 매우 작은 글씨의 ‘23F’란 글자를 확인, 23층으로 올라가니 동네 구멍가게만한 접수실에서 한 노인네가 체크인해준다. 17층 룸을 배정받은 걸로 봐서 몇 개 층을 통째로 분양 또는 임대받아 객실사업을 하는 것 같았다. 명칭 중간에 들어간 ‘loft(=건물의 상층부 또는 고미다락)’란 영어 뜻대로 바다가 훤히 내다뵈는 환상적인 뷰가 우릴 반긴다. 방 구조도 복층 형태로 아래층에 거실 겸 더블침대 하나, 다락방에는 싱글침대 두 개가 마련되어 내부 시설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 베니스를 본뜬 동방수성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시내 구경에 나섰다. 걸어서 5분 거리의 동항 근처에는 다롄 관광명소 중 한 곳인 ‘동방수성’이 있다. 이곳은 중국의 완다그룹에서 1조 원을 투자해서 만든 관광특구로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실물 풍경을 그대로 본떠와 곤돌라를 타며 잠시 타임머신을 타보는 기분을 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실상은 수로 너머 이태리식 건물들이 텅 빈 채 배경 역할만 하는 데다, 가게 주인이든 관광객이든 동양인 일색이어서 짝퉁 관광지란 느낌만 들 뿐이다. 다만 사진 찍기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리라.

 

  다시 택시를 타고 야경이 멋있다는 ‘러시아거리’로 향했다. 지하철 2호선 중산광장(中山广场)역 하차 후 출구 D로 나오는 곳이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가 쉬워서인지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거리는 이미 어둠이 깔렸고 화려한 조명 아래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이곳은 20세기 초에 건축된 러시아식 건물 38개 동이 남아있어서 고풍스러운 외관이 눈길을 끈다. 특별히 아치형 창문과 화려한 장식, 러시아어 간판까지 이곳이 과거 한때 러시아인들의 거주지였음을 상기시켜준다. 낮에 본 동방수성처럼 러시아 현지에 와 있는 듯한 묘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L 사장은 길거리 좌판대에서 손자들 선물용으로 여러 개의 오뚜기 인형이 들어있는 마트료시카 인형을 두 개나 샀다.

 

▲ 러시아거리 입구 모습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또 다시 택시를 타고 젊은이들이 붐빈다는 ‘서안로 야시장(西安路 夜市)’으로 찾아갔다. 시장이 입주해 있는 중앙대도(中央大道) 건물 역시 전철로 쉽게 오갈 수 있는 서안로역 코앞에 위치해 다롄시 젊은이들의 해방구 같은 곳이다. 입구에는 포장마차가 즐비하고 그 옆 광장에는 젊은 남녀들이 단체로 춤을 추고 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축하해 주는 공연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지하 1층 먹자골목으로 내려가 낮에 동항 해안길에서 만난 다롄사범대 유학생들이 추천해준 이곳의 명물이라는 먼즈(炯子, Menzi)와 구운냉면(烤冷麪)을 사 먹어 보았다. 먼즈는 묵 같은 식재료에다 샹차이(香菜), 간장 등 양념을 토핑해 먹는 음식이고, 구운냉면은 얇은 소면을 불판에 넓게 편 뒤 거기에 날계란을 풀어 면들이 흩어지지 않게 한 후 그 속에 소시지 햄 등을 넣고 계란말이처럼 돌돌 말아 먹는 음식인데, 우리 돈으로 1,500~4,000원 정도의 부담 없는 간식거리라고 여겨졌을 뿐, 별로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외를 나가보면 어디서나 우리나라 K-food가 최고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늦지 않게 숙소로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서안로 야시장 입구 광장 단체 춤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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