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군포철쭉축제를 위한 고언

조하식 철학박사 | 기사입력 2024/05/07 [09:30]

[특별기고] 군포철쭉축제를 위한 고언

조하식 철학박사 | 입력 : 2024/05/07 [09:30]

▲ 조하식 박사     © 군포시민신문

지난 4월 26일 평택시민인 우리 부부는 꽤 더운 날씨를 무릅쓰고 귀한 시간을 내어 맘먹고 ‘군포철쭉축제’에 다녀왔다. 그러나 서둘러 전철을 타고 두 시간 가까이 발품을 팔아 찾은 철쭉동산에는 막상 철쭉꽃이 없었다. 웬일일까? 이내 허탈한 기분이 밀려드는 데다가 너무나 의아한 나머지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가만히 눈여겨 살펴보니 아뿔싸, 빼곡하게 심어놓은 철쭉단지를 마치 정원의 조경수로 착각하여 무 자르듯 위를 쳐내다 보니 꽃망울 자체가 죄다 사라져 버려 키 작은 나무에 핀 몇 송이 꽃 외에는 아예 꽃무리랄 게 없었다.

 

왜 이렇듯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 벌어졌을까? 위에서 밝혔듯이 해마다 키가 자라는 철쭉을 정원에 심은 조경수인 양 오인한 채 구경꾼의 눈높이에 맞춘답시고 가지치기하듯 잘라내어 해괴한 모양새를 만들어낸 참이다. 생각해 보시라! 꽃나무는 과일나무와는 전혀 다른 수종이어서 과수는 반드시 전지를 해줘야 새 가지에서 싹이 돋고 꽃이 펴서 더 튼실한 열매를 맺는 법이로되, 꽃나무는 모가지를 싹둑 잘라내면 꽃망울 자체가 없어져 더는 꽃이 피지 않는 거야 불문가지이거늘, 어찌 이다지 몰상식한 일을 서슴없이 저질렀는지 담당자에게 캐묻는 바이다.

 

문제는 “봄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진분홍빛 철쭉 축제”라는 근사한 표제를 달아 전국에 퍼뜨린 기사문에 있다. 당연지사 방방곡곡으로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발걸음은 속속 몰려들건만, 축제(?) 현장에서 잔뜩 기대했던 꽃구경은 그야말로 말뿐인 잔치가 되고 만 셈이다. 어떻게 이런 무책임한 일을 벌일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나들이 나온 몇몇 분에게 의문을 표했거니와, 뭐에 얹힌 듯 심사가 불편해 거리 질서에 나선 공무원에게도 따지듯 물었으나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니, 그들이 짓는 멋쩍은 표정밖에는 별다른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미심쩍은 기류를 못내 떨쳐내기 어려워 내친김에 몇 군데 전화를 걸어 경위를 따져보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관광공사의 반응은 예상치를 넘어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꽃이 벌써 졌다느니, 아직 피지 않았다느니 거짓말로 일관하더니만 급기야 인터넷에 뜬 사진까지 들먹이기에, 몇 년 전 자료를 갖고 언제까지 대중의 눈을 속일 거냐고 호통을 치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라니, 순간 한심하다는 감정선에 참으로 딱하다는 연민마저 들었다. 이어진 군포시청의 응대 역시 엇비슷한 걸 보면 사전에 입을 맞춘 듯 보였고, 그나마 지역신문 기자와 주고받은 내용에는 나름 건질 만한 게 있어서, 요청에 따라 공들여 특별 기고문까지 쓰게 되었다.

 

그렇다면 차제에 이와 같은 문제점을 어떻게 수습해 나갈 수 있겠는가? 첫째, 이제껏 각인된 군포의 좋은 이미지를 되살린다는 취지에서라도 예산을 투입해 더는 꽃을 피울 수 없는 철쭉을 뽑아낸 뒤 다시 심는 결단이 최선책이라고 본다. 기존 나무에 꽃눈을 접붙이거나 키가 일정 선에서 멈추는 유전자가 개발돼 있다면 더없이 반길 일이다. 둘째, 산본 신도시로 이사를 고려할 만치 군포를 아끼는 입장에서, 향후 도시 전체의 경관을 위해서라도 싱가폴처럼 시청에 조경 분야 공무직 신설은 꼭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셋째, 애써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인에게 친절하고 정직하게 사안을 처리하도록 공무원 교육에 만전을 기하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다행히 지난해 ‘초막골생태공원’을 걸어본 뒤로부터 자연상태 그대로를 즐겨 처음 ‘무성봉’을 빠져나와 산기슭에서 두꺼비알을 보며 안식을 가진 호사를 누리기는 했으나, 바야흐로 AI가 나타나 인간의 고유영역을 실시간 잠식하는 마당에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닌 구태의연한 태도로 행정을 펼친다면,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감에서 쓴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니, 부디 고깝게 듣지는 마시라고 신신당부하며 이만 묵직한 건의 겸 제언의 글을 마치고자 한다.

 

▲ 4월 20일 철축축제 첫날 철쭉 모습.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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