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은 3월입니다. 지난 3월 초 새벽에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전해 받고도 실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 며칠 전 잠시 뵈온 게 마지막이 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또다시 보름이 지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영면하셨다는 비보를 오늘에야 전해 듣고는 인생무상을 실감해 봅니다. 희수(喜壽,77)를 오래전 넘기시고, 미수(米壽,88)도 거뜬히 넘기시더니, 졸수(卒壽,90)를 코앞에 두고 황망히 가셨으니 인정사정없는 저승사자가 참으로 야속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고 이상철 선생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5년 경주의 양반가에서 태어나 해방혼란기 한국동란기 등 좌절과 고통의 시기를 잘 이겨내시고, 젊어서부터 산업역군으로 나라의 부국강성을 위해 몸 바쳐 일했으며, 장년 이후에는 대학의 사학재단 등 교육계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정의사회를 위해 헌신해 오셨습니다.
일선에서 물러나 산본 신도시로 입주하셨던 60대 중반 이후부터는 이곳 경기중부 시민사회의 일원이 되셔서 때로는 전면에서, 때로는 뒷전에서 활동가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故 리영희 선생과의 오랜 교분으로 홀로 남으신 사모님을 보살펴주시고, 김연아 동상의 불법적인 건립 진상을 밝히거나, 동네 유치원장의 갑질 횡포를 막아내거나, 무엇보다도 불의에 항거하는 모든 집회에 참여하는 등 올곧은 일에 앞장서셨습니다.
꼰대라고 지탄받는 칠,팔십 대 연세에도 2016~2017년의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하셨고, 작금의 윤석열 심판 촛불집회에도 앞장서 시민들의 참석을 독려해 오셨습니다. 아, 그런데 승리의 그날을 목전에 두고 영면하시다니, 애석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아쉽지만 4월 승리의 그날에 선생님 영전에 축배의 술 한 잔 올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살아생전 평소 고인은 “진실이 반드시 이긴다. 여럿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해선 안 된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감옥 갈 게 두려우면 아무 일도 못 한다.” 등등 투사의 정신을 시민사회에 심어주셨습니다.
가르침은 말씀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지역언론과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보내주시거나, 행사용 마이크를 사주시거나, 용기 잃지 말라며 밥을 사주시거나, 불의에 항거한 죄로 몸소 재판을 받으시거나, 치료비를 대신 내주시거나, 중요한 행사마다 몸소 동참해 주시거나, 방법만 달랐지 선생님께 신세 지지 않은 지역 단체가 어디 있을까요.
의인은 잊어서도, 잊혀져서도 안됩니다. 우리가 만들어 온 민주주의가 윤석열·김건희·한동훈 일당에 의해 무참히 무너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정의가 승리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연대하여 반드시 승리하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장례식은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서로 영원히 헤어지는 자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는 고인을 고이 떠나보내지만, 그 뜻만은 결코 떠나보낼 수 없다고 우리가 함께 다짐하는 자리입니다. 고인께서 하늘에서나마 “너그들 참 잘했데이”라며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시도록 각자의 소임을 다하겠노라 맹세하는 자리인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가십시오.
다시 한번 고 이상철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이승에 남아있는 저희를 믿고서 저승에서 편안하게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2024년 3월 18일 故 이상철 선생님 장례에 즈음하여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 신완섭이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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