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추어탕' 바보 천사

[아름다운 사람들]

신완섭 기자 | 기사입력 2024/03/05 [08:29]

'고향추어탕' 바보 천사

[아름다운 사람들]

신완섭 기자 | 입력 : 2024/03/05 [08:29]

  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가 장난이 아니었다. 제수용 사과 1알이 1만 원을 넘길 정도였다. 특히 요식업소의 음식값이 요동치는 형세가 꺾일 기세를 안 보인다. 그런 와중에도 지난 15년 전 음식값을 그때 그대로 고수하는 착한 식당이 있기에 금정역 인근에 자리한 <고향추어탕> 여주인 유명숙(70세)씨를 만나 보았다.

 

  Q1 우선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칠순 나이에 뭐 소개할 게 있나요. 어머니가 전북 고창의 친정집에서 저를 낳는 바람에 그곳에서 태어나긴 했으나 30대 중반까지 쭉 서울에서 살았어요. 처녀 때는 코오롱 하청업체 재단사로 일하다가 1977년 외삼촌이 중매한 전북 고창 출신의 남편과 결혼, 두 딸아이 양육을 병행하려고 금천구 쪽에서 자그마한 슈퍼마켓를 운영했지요. 시골 출신인 남편이 변변찮은 일자리만 전전하다 보니 제가 생활전선에 뛰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다행히 처녀 때부터 악착같이 모아온 돈으로 1988년 이곳 금정역 일대에 작은 아파트를 하나 장만했다가 1996년 집을 처분한 자금으로 식당을 개업하며 지금까지 28년째 식당 일을 하고 있답니다. 

 

▲ 군포 금정역 인근 '고향추어탕'을 운영하고 있는 유명숙씨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Q2 그럼, 개업 때부터 지금의 ‘고향추어탕’이었나요

 

  아닙니다. 1996년 금정역 먹자골목 안에서 분식집을 5년가량 하다가 감자탕·순대국밥·추어탕 등으로 갈아타서 10년가량 더 했지요. 그런데 하다 보니 가게세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밤늦게까지 술손님을 받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한 마디로 돈을 버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2011년에 먹자골목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골목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한 지금의 자리로 옮겨 추어탕 집을 열었지요. 

 

  Q3 요즘 자영업자들이 무척 힘들어하는데, 여긴 좀 어떠신지요

  대부분의 업주들이 돈을 벌려고 일하지만 저는 살려고 돈을 법니다. 제가 생활할 정도의 돈만 벌 수 있다면 어떤 활동도 기꺼이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집주인 할머니께서 월세를 싸게 내주신 데다 S아파트 단지가 코앞이고 25년 전부터 나가고 있는 금정성당 교인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하고 있습니다. 

 

  Q4 추어탕이 7천원, 찌개류가 6천원, 막걸리가 3천원 등 가격이 무척 착한 데 반해 음식은 대단히 정성스럽습니다

  새로운 메뉴 몇 가지를 제외하곤 15년 전 가격 그대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여기 주변에는 낡은 아파트 주민과 고시원 거주자, 일용직 등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주메뉴를 추어탕으로 정한 이유가 ‘건강에 좋은 음식’이었던 것처럼, 가격에도 손님들이 ‘단돈 1만원으로 한 끼 식사에 술 한 잔’ 할 수 있게 해드리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제 마음을 잘 모르는 일부 손님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바쁜 식당 일로 성당 봉사 일은 엄두도 못 내는데, 따뜻한 한 끼 식사로라도 봉사할 수 있으니 천주교인인 저로선 무척 기쁘고 보람된 일이지요. 

 

  Q5 제가 한 달에 두세 번 여기서 식사를 하며 느낀 건 밑반찬에서부터 요리까지 다 맛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요리를 잘하셨나요

  아니에요. 제가 시집을 왔을 때 시어머니가 음식 솜씨가 없다며 타박을 자주 주셨어요. 남편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렇게 야단맞은 게 오히려 제게는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식당을 차릴 때에도 부닥치면 무슨 수가 나겠지, 음식도 자주 해보면 좋아지겠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뿐이어서 손님들의 의견을 항상 경청합니다. 조금이라도 부족한 게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고치도록 노력해오다 보니 십여 가지 메뉴들을 어지간히 해내는 것 같습니다. 밑반찬도 직접 만들어 내놓는데, 가짓수는 다섯 가지 이상으로 차려내 집밥 같은 느낌이 들도록 애쓰고 있지요. 

 

 

  Q6 최근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딸 둘 다 시집가서 잘살고 있고, 남편과는 2년 전에 사별해 혼자 생활하고 있어요. 살아있을 땐 놀고먹는 남편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더니만 하늘나라로 가고 난 뒤엔 순간순간 그립기도 해요. 올해로 제 나이 꼬박 70이지만, 남은 인생 사는 동안에도 무슨 일이든 하며 살 작정입니다. 그래서 매일 일할 수 있는 식당이 있어서 좋고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간다며 인사말을 남겨주는 지금이 행복해요.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일하며 살 수 있다면 큰 축복이겠지요. 

 

  기자후기_고향추어탕은 문인화가 O화백의 화실이 근처에 있어서 올 때마다 찾는 식당이다. 맛있는 음식과 정갈한 반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 최고라는 평소의 생각이 어느 날부턴가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작심하고 그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인터뷰를 청하고 보니 나름 사연 많은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살기 위해 일한다”는 고해성사 같은 그녀의 말이 아직도 귓전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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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쟁이 2024/03/05 [09:24] 수정 | 삭제
  • 금정역 근처에 갈 일 있으면 꼭 한번 들러볼께요. 급 엄마 손맛 추어탕이 땡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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