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보에게] ② 도시농부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김재규(경기도시농업협의회 공동대표), 정용수(자립하는 소농학교 교장), 박호진(옷을 만드는 목화학교 대표), 김석용(군포농생태마을 운영위원), 송향미(넓은들두레 대표), 조은빛(범밧골농부들 대표)편집자주) 2024년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인 학부모, 도시농부, 문화예술인, 청년, 소상공인, 대안교육 관계자 등이 국회의원 후보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기획연재로 담아 보기로 했다. 이 기획연재를 통해 나온 유권자들의 제언을 받아 본보가 시행하는 '국회의원 후보 분야별 온라인 토론'을 위한 질의서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사회에서 생태환경을 보존하는 일을 하는 도시농부들’(23년2월24일 기사 참조)은 오늘 많이 불편하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정당과 후보들이 개발공약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군포에서는 4호선 1호선 지하화, 대야미부터 도마교동까지 신도시를 만들고 거기에 들어설 새로운 전철 노선을 유치하고, 산본천 복원에 노후신도시 재개발까지 개발소식이 넘쳐나며, 총선 후보들도 개발 가치를 높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농업’을 위한 땅과 생태환경을 보전하자고 이야기하면 씨알이 먹힐까? 의문스럽다고 한다. ‘시민들의 수다’를 시작하기도 전에 호흡이 가쁘다. 그래도 경청하는 시민들이 있을 것이라고 기자가 겨우 설득해서 ‘시민들의 수다 도시농부편’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할 말 많은 도시농부들을 모시고 약속한 시간에 다 끝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2024.02.01 목 오후 5시 / 전국귀농운동본부 참석자 김재규(경기도시농업협의회 공동대표), 정용수(자립하는 소농학교 교장), 박호진(옷을 만드는 목화학교 대표), 김석용(군포농생태마을 운영위원), 송향미(넓은들두레 대표), 조은빛(범밧골농부들 대표) 진행 김기홍 기자
사회자 : 이번 총선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도시 농부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김석용 : 지금 수도권만 살펴봐도 GTX를 ABC에서 DEF까지 놓는다, 철로를 다 지화화한다, 광역 교통망을 확충한다, 각종 재건축 재개발을 촉진하겠다 등등... 지금 다 개발 사업 위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이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가 라고 의문를 제기하는 정치 세력이 없는 것이 게 가장 큰 문제예요. 심지어 거대 야당들이 거기에 동조하거나 혹은 더 앞서 나가는 경우가 있는 거잖아요. 오늘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공약으로 예산 40조를 써서 수도권 내 철로는 다 지화하겠다라고 얘기 하잖아요?결국 이 개발 사업을 통해서 집값, 땅값을 올리겠다라는 건데 서민들은 지금 가계부채 때문에 못 살겠다하고 청년들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결혼도 못하는 그런 판인데.. 이런 부동산 개발 위주의 공약이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 녹지공원 얘기도, 생태환경 얘기도, 거기에다가 도시에서 농사를 짓자는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나요? 이런 부동산 개발 사업을 그냥 놔둬서는 안 됩니다. 이게 정상적인 정치냐라고 문제 제기를 해야합니다. 그렇게 해야 대안적인 도시농업, 생태환경 보전을 주장할 수 있다고 봐요.
김재규 : 농사지으러 오는 길에 4호선을 타면 금정역에서 산본역으로 넘어올 때가 군포시의 관문인데 그 전철을 타고 오면서 건물 옥상을 바라보면 거의 황폐화돼 있어요. 군포의 특별한 이미지가 대외적으로 없는 것 같은데 그래서 전철 타고 오면서 이렇게 옥상을 내려다보면 사실은 군포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안 좋게 보여져요. 저 옥상이 푸르게 녹화되어 있다면 참 좋을텐데
김석용 : 그래서 전철을 지하화하자는 거예요. 볼 수 없게 하려고...
김재규 :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030년도까지 1.5도 내로 붙잡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것에 모두가 인정을 하고 있고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별 효과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 세계 구성원 모두가 탄소 중립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내고 참여하는 것이 가장 유일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 작은 도시 군포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을 녹지를 보존하는 것입니다. 녹지를 확장하지는 못해도 남은 것이라도 보존하는 거예요. 그 다음에 도시를 녹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사실은 누구나 말로는 중요하다고 하면서 실제로 선거 때나 정책을 펼쳐갈 때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거나 실행하지 않아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이번 선거에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해요. 우리 아이들에게 나중에 원망을 듣지 않으려면 그리고 아이들이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이 작은 도시부터 집단 행동을 순발력있게 해야합니다. 특히 대야미의 녹지와 생태지역을 잘 지키고 그다음에 도심 안에서 녹지를 많이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자 : 좀전에 건물 옥상이 황폐하다고 하셨는데 도심을 녹화하는 정책으로 건물옥상을 이용하는 사례가 있습니까?
김재규 : 미국이나 캐나다에 있는 어떤 기업들은 옥상에 큰 텃밭을 만들어서 아이들한테 먹거리 교육을 합니다. 도시에 슬럼화 돼 있는 곳들을 조금 더 희망이 있는 지역으로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 장소를 이렇게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면 도시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공간도 흡수하는 양도 늘어나고 그 마을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지 않을까요?
정용수 : 지금 수도권에 녹지가 엄청나게 없어지고 있어요. 그린벨트로 겨우 막아왔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너도 나도 개발 개발 하잖아요. 지금 대아미만 봐도 녹지나 농지를 갖고 있는 사람한테 대한 혜택이 없어요. 그러니 그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거야. 농지를 갖고 있는 사람한테 훨씬 더 많은 돈을 줘야 합니다. 농지 보유세를 받을 게 아니라 보유자한테 보상금을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 농지소유자가 다른 방식으로 개발하지 않고 녹지로 보존하고 있으면 보상을 해줘야한다는 말씀인가요?
정용수 : 지금은 돈으로 얘기를 해야해요. 다른 사람들은 다 그 부동산 갖고 돈을 벌고 있는데 욕심이 안나겠어요?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돈 벌 수 있는 방식을 충족시켜줘야 돼요. 그걸 안 하니까 딴 방식으로 보려고 자꾸 꼼수들을 만들어내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안 해요. 시민들은 땅있는 사람에게 돈 준다고 그러면 난리가 나죠. 근데 실제로 땅 갖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걸 활용 못해서 부담만 느끼거든요. 세금만 올랐어요. 세금이 오른 만큼 뭔가 농지를 지키는 그거에 대한 보상을 줘야해요. 근데 이런 얘기는 함부로 하기가 어려워요. 근데 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얘기할 수가 있어요. (웃음) 그래서 저는 집안의 땅을 녹색 공간으로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 문화유산신탁에 기증을 했고 그 취지에 맞게 그 땅이 녹지로 보존되고 있잖아요? 일반인들도 녹지를 갖고 있었을 때 거기서 일정한 보상을 받고 그걸 유지를 하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박호진 : 도시농업분야에서 시민들한테 필요한 정책은 도시농업의 한계에서 벗어나서 일상이나 문화를 담고 이게 확산이 되어야 되는데 요즘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실례로 파주 살래 텃밭이 없어집니다. 갑자기 공고가 나서 3월에 폐쇄 된답니다. 도시농장에서 생태적 가치와 좋은 공동체 커뮤니티를 만드는 모범 사례였어요. 이미 서울 노들 텃밭도 없어졌죠. 혁신파크도 없어지고요. 이 곳들은 모두 공유지에 자리 잡은 이야기죠. 호주의 ‘세레스파크’ 같은 경우는 1982년도에 시의회에서 공유지를 시민사회와 연간 1달러 임대 계약을 해가지고 40년 동안 이 농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 세월 속에서 에너지 자립, 생태환경 도시농부교육, 로컬푸드마켓, 결혼식 등 수많은 재미난 일들이 시민사회 주도로 이루어졌어요. 정권이 바껴도 이 공유지는 연간 1달러의 계약이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청년 일자리들이 이 세레스에서 만들어지고 수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이 호주 사례처럼 국회에서 이렇게 정권이 바껴도 지속 가능한 시민 텃밭들의 공유지를 좀 제도적으로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 좀전에 문화유산신탁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사례가 많이 있습니까? 그런 곳에 대한 지원정책은 있나요?
정용수 : 현재까지 개인 소유 토지를 문화유산신탁에 기증한 사람은 전국에서 딱 두 사례가 있어요. 군포 속달동과 담양에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개인이나 종중이 갖고 있는 공공 성격이 땅이 꽤 많습니다. 그런 곳을 유지하는데도 돈이 필요해요. 일정 비용을 국가에서 대주고 자연스럽게 녹지로 잘 보존만 한다면 엄청난 영향이 될 거예요. 그리고 세금을 못 내면 토지로 대신 내는 걸 받아줘야 돼요. 그래서 그 국가의 소유권이 많아져야 돼요. 우리나라는 국가에 너무 땅이 없어요. 지금 땅 담보에서 잡지 않아요. 국가에서 그런 걸 자꾸 늘려가야 돼요
사회자 : 지역에서 도시 농부로 사시면서 가장 답답한 일 또는 이건 좀 해결되면 좋겠다 하는 일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송향미 : 제가 농사를 짓는 이 곳은 지하철역 가까이에 농지가 있어서 참 좋은데 최대의 단점은 땅값이 비싸서 농지를 소유하기 어렵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소유하고 있는 땅은 없지만 농사 활동만으로 어떤 인센티브가 있으면 좋겠어요.
조은빛 : 얼마전 광주를 다녀왔어요. 거기서는 ‘도시 농부’를 ‘도시 출몰 농부’라는 단어로 바꿔불러요. 예를 들면 멧돼지가 도시개발로 제 삶터에서 쫓겨났다가 유전적인 경험으로 자기의 터로 돌아왔는데 그걸 본 도시사람들은 멧돼지가 출몰했다고 하면서 내쫓아요. 그런 현상을 빗대서 도시농부들도 도시 개발로 인해서 자꾸 내쫓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와 농사를 짓는 것을 ‘도시 출몰 농부’라고 부르는 거예요. 가끔 도심 곳곳에 ‘이곳은 시유지이니 경작하지 마세요’라는 현수막 밑에서 꿋꿋하게 농사를 짓는 분들을 보면 ‘도시 출몰 농부’라는 말이 참 와닿아요.
송향미 : 이제 한살림 군포지부 대회에 갔었어요. 자매결연을 맺은 부여 생산자분들이 작년에 농사 어떻게 지었냐 너무 어려웠다는 거예요. 그분들이 얘기하시는 게 기후 위기로 이제 날씨가 너무 엉망이라는 거예요.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비닐하우스에 양배추를 심어서 한 2천개를 수확해야 되는데 200개 개 수확하고 다 갈아엎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고, 편안하게 생협에서 사 먹고 있는 것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요. 그래서 농사짓는 그런 손길을 귀중하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조은빛 : 요즘 ESG 경영이 가장 대세잖아요. 친환경, 사회적인 책임을 가지고 경영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움직이는데 군포시는 거꾸로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많이 앞세우고 있어요. 지금의 대세를 잘 타고 있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들어요. 그리고 정부든 지자체든 친환경적이라는 거에 대해서 굉장히 추상적이에요. 산을 보존해야 된다 숲을 보존해야 된다 이 정도거든요. 사실 생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생태 농사를 짓는 곳이 가장 생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 점에서 이제 도시 농부들이 더 필요한 이유가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도시농업에는 먹을거리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화적 그런 요소들이 있어요. 대야미에서 성장하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역량을 봐도 알 수 있어요. 시민들이 도시 속에서 생태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농사짓고 있는지 어떤 관계를 맺어가고 있는지 어떤 사회적인 문화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총선 후보들이) 이곳에 와서 그 현장을 좀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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