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발이 묶였던 유럽의 명문 교향악단들이 2023년 해외 순회 공연에 나섰다. 봄 시즌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필두로, 가을 시즌에는 무려 9개의 교향악단이 서울에서 클래식 애호가들의 귀를 호강시키고 있다. 특히 11월에는 세계 3대악단으로 꼽히는 빈 필ㆍ베를린 필ㆍ로열 콘세르트헤바우를 비롯해 라이프찌히 게반트하우스ㆍ뮌헨 필까지 최강의 라인업을 자랑한다.
이중에서 나는 11월11일,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에서 익숙한 작곡가의 익숙하지 않은 작품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 클래식의 고전인 모짜르트 교향곡 29번ㆍ브람스 교향곡 4번과 현대음악으로 알반 베르크가 쇤베르크에게 헌정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을 감상했다.
첫 연주곡은 모짜르트가 18세에 작곡한 교향곡으로 모든 현과 두 대의 오보에, 두 대의 호른만으로 지휘자는 모짜르트 특유의 생기발랄함을 이끌어냈다. 현의 음색ㆍ오보에의 선율ㆍ 호른의 울림을 균형있게 조율하면서, 청중에게는 음악의 우아함도 느끼게 해주었다. 두번째 곡은 현대음악답게 음악적인 구성이 복잡했고, 악단도 백여명의 단원이 모두 출연한 대구성이었다. 곡의 흐름이 격렬한만큼 산만해질 수 있는 청중을, 관악의 폭발적인 에너지 안에 가두고 연주에 몰입하도록 유도했다. 마지막 곡은 브람스 교향곡 4번, 베를린 필의 시그니처 레퍼토리 중의 하나다. 지휘자 페트렌코의 손끝에서 브람스의 비극적인 서정이 침잠하지 않고 담백하게 살아났다. 연주가 끝났음에도 잠간 숨소리마저도 멈춘 후에야,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현재 가장 뛰어난 지휘자로 평가받는 키릴 페트렌코는 2019년부터 베를린 필의 열두번째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이다. 1882년에 창단한 이래 카라얀ㆍ아바도 등 전설적인 지휘자들이 거치면서, 단원들의 완벽한 테크닉과 빈틈없는 호흡이 완성됐다고 한다.
이날 나의 좌석은 합창석으로 지휘자를 전면으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명장 페트렌코의 명지휘가 음 하나하나를 어떻게 모으고, 흐르게 하고, 숨쉬게 하는지를 보고 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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