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중학교 교육복지사 선생님이 자전거 동아리에 아이를 보내면서 전화를 하셨다. “ 선생님, 철수가 아빠랑 살아서 집에서 밥을 잘못먹어요. 자전거 동아리에서 간식이라도 잘 좀 챙겨주세요.” 철수는 정말 잘 먹는 아이였다. 나중에 라이딩 가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빠는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고 아이들끼리 힘들게 먹거리를 해결하고 있었다. 아빠가 용돈을 주기는 하지만 아이들끼리 무엇을 제대로 챙겨먹었겠는가? 이렇게 연결된 철수네 집 반찬배달은 4년간 지속되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를 찾아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분이 바로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육복지사이다. 헝겊원숭이운동본부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연결하고 추천해주는 분들의 90%가 바로 교육복지사 또는 학교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다. 군포에 교육복지실이 있는 학교는 4개 학교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의 숫자(90명 이상)로 교육복지학교를 지정하다보니 군포에는 간신히 4개 학교가 남았다. 나는 90명이라는 숫자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철수 경우만 보더라도 사각지대의 아이들은 단순히 저소득층이라는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고 군포처럼 작은 도시에는 아이들의 숫자가 적다보니 저소득층아이들의 숫자도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군포시에서 교육경비로 지원하는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있다. 예산지원은 시에서 받고 있지만 학교 안에서 하는 일은 교육복지사와 같다. 교육복지학교로 지정되지는 못했지만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학교에 시에서 예산을 지원하여 학교사회복지사를 고용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군포에는 8개 학교에서 약 4억5천 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2024년 부터 이 예산은 전액 삭감될 예정이다. 학교사회복지예산 삭감은 올초부터 나왔던 이슈로 교육청에서 담당해야할 예산을 시에서 더이상 부담하기 어렵다고 군포시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얼마 전 교장선생님들이 학교사회복지 사업에 관해 질의했을 때 예산삭감이라는 답변이 시에서 왔다고 하니 이것은 기정사실이다. 2024년 부터 8개 학교 학교사회복지사업은 중단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2024년 교육복지학교가 어쩌면 군포에서는 거의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교육청에서 앞으로는 교육복지사를 배치 기준을 저소득층 70명이상으로 정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군포에는 1,2명도 배치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반면 아이들 숫자가 많은 안산시의 경우 30개 학교가 늘어나게 된다. 작은 도시에 살아 교육복지사가 다른 시로 넘어가는 상황을 보고만 있는 것도 속상한데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던 학교사회복지사 선생님들도 내년부터는 사라지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학습부진과 학교부적응의 문제가 날로 심각한 이 상황에서 특히 다문화가 많은 군포 상황에서 이제 철수 같은 아이들의 어려움은 누가 알아챌 것이며 또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같은 세금을 내면서 아이들의 숫자가 적은 지역이라고 교육복지사업을 축소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지만 백번 양보해서 만일 교육청이 해줄 수 없다면 시에서 한발 양보해서 사업을 지속할 수는 있지 않을까? 약 5억원의 예산만 있으면 군포에서 가장 약하고 힘없는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물론 학교에 있는 모든 아이들도 갑자기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이 생기는 것이다. 인천과 울산의 경우 코로나시기를 겪으면서 학교사회복지사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교육청에서 전 학교에 학교사회복지사를 배치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전 교육감시절부터 교육복지사업과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정책적으로 줄이고 있었고 학교 수 대비 교육복지사 혹은 학교사회복지사가 배치된 학교의 수가 매우 적은 곳이다. 하지만 적어도 군포시가 마음만 먹으면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
지난 5월 있었던 헝겊원숭이운동본부와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한 코로나19아동청소년 사회적자본 설문조사 결과보고회에서 중학교 2학년 찬미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동안 먹을 것이 부족하고 혼자 외롭게 도움받을 곳이 없이 지냈다고 답한 5~10%의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찾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어른들이 80~90%의 아이들이 코로나 기간동안 잘 지냈다고 답을 한 것을 보고 안도하고 있었던 순간 중학생 찬미의 한 마디에 몹시 부끄러웠다. 눈에 보이는 성과와 개발도 중요하지만 5~10%의 아이들을 지켜주는 군포의 어른들이 되면 좋겠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우리 군포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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