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5일 정명훈 지휘,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의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 공연에 다녀왔다.
1부 조성진이 협연한 챠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은 호른의 웅장한 도입부로도 유명하다. 그 후에 펼쳐지는 주선율에서 개인적으로는 늘 광활한 시베리아 설원을 연상한다. 역시 조성진의 피아노 소리는 하얀 눈을 닮은 겨울 아침처럼 깨끗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듯한 격정적인 부분에서는 무섭게 건반을 두드렸고, 속삭이는 듯한 새의 지저귐같은 부분은 가볍게 타건했다. 자연스레 눈을 감고 무아지경에 이르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2악장에서 현의 피치카토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한사람이 연주하는 것같아, 오케스트라 475년 역사를 증명해 주었다. 협연자 조성진이 '벨벳같다'고 표현한 현과 개인의 역량이 특출한 관악 솔로들과의 만남은 대화같은 연주였고, 각 악기 특유의 소리가 따로 또 같이 들리기도 해서 환상적이었다. 도입ㆍ전개ㆍ절정까지 달려, 길게 숨을 고른 후에는 지휘자와 협연자가 눈빛을 나누고 3악장을 시작했다. 정말 잠시 '쉼'과 '고요'의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 장은 주선율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으면서 반복한다. 챠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1번 임을 상기시킨다.
드레스덴과 조성진과의 협연은 오늘이 마지막 무대로, 오케스트라ㆍ지휘자 ㆍ협연자ㆍ관객 모두가 최고로 만족한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지휘자 정명훈과 오케스트라 단원들 한분한분 모두 웃음을 보였고, 관객은 함성과 박수갈채로 조성진의 연주에 답했다. 앵콜로 '헨델 프로젝트' 수록곡 중 <미뉴에트 G단조>를 선물했다. 7월 리사이틀에서 연주할 헨델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2부 프로그램으로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과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이 이어졌다. 10년 넘게 호흡을 맞춘 수석 객원지휘자 정명훈의 손끝에서 각 악기의 음색이 특색있게 살아났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으며 한소리로 전체의 균형은 깨트리지 않았다. 이 두 곡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이 더욱 빛을 발했으며, 정명훈은 악보없이 모든 곡을 암보로 지휘했다. 특히 마탄의 사수 서곡에서 포근하게 다가오는 관악기의 음색은 소름이 돋을만큼 감동적이었고, 아직도 관악기의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여운이 긴 연주였다. 마지막으로 앵콜곡을 소개하면서 "음악의 끝은 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봄의 향기 가득한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을 들려주었다. 봄과 사랑이 담긴 연주였다.
3월7일과 8일에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 단독 공연이 예술의 전당에서 이어졌다. 깊이있는 브람스 해석으로 정평있는 정명훈과 함께 이틀에 걸쳐 브람스 협주곡 1~4번 전곡을 연주했다. 오케스트라 앵콜곡은 역시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이었다.
아시아 투어 6번을 일본과 중국을 배제하고모두 한국에서 소화할 만큼,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아주 높아졌다고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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