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에서 전해진 강진의 소식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수만명의 생명이 하루밤사이에 희생되고 하지만 건물잔해 더미 속에서 기적같이 살아난 영유아들의 생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전 세계사람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튀르키예 강진의 소식이 전해지던 즈음 우리나라에서는 한 아이의 죽음이 보도되었다. 온 몸에 멍이 든채 죽은 12살 아이는 부모의 학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아이는 필리핀 유학의 명목으로 지난 11월 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학교에서는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하여 관리해왔다고 했으나 사건이 나기 6일전까지 계모와 통화를 했을뿐 가정방문은 하지 않았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이를 바꿔줬고 아이의 소재가 파악되었으니 학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6일 후 아이는 사망했다.
사건이 보도되던 날 티비에서 경찰과 동행해서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불과 얼마전 군포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례관리를 하는 선생님의 하소연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담당했던 대상자 중에서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가 있었다. 보호자와는 통화를 했지만 한번도 아이와는 통화 한적도 만나본 적이 없어던 선생님은 보호자에게 아이를 직접 만나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6번의 요청끝에 아이를 만난 선생님은 아이에게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지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가고 싶다고 작은 소리로 대답을 하다가 보호자의 눈치를 보더니 대답을 바꾸었다. 선생님은 아무래도 홈스쿨링을 한다고 하지만 교육적 방임이 의심되어 경찰에 협조요청을 했다고 한다. 며칠 후 경찰에서 연락을 받고 선생님은 절망할 수 없었다고 한다. “뭐 이런 일로 신고를 해서 바쁜 사람을 힘들게 하냐” 는 대답과 함께 보호자가 대안학교에 보낸다고 통화했다며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가정방문을 해서 아이를 만나보기는 커녕 엄마와의 전화 한통으로 끝난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인천사건에서 메뉴얼대로 가정방문만했어도 아이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사건이 아주 멀리 있는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작은 무관심이 쌓이면 아이들은 살 기회가 없다. 지진 잔해 속에서 살아난 생명을 기뻐하듯이 우리 마을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어른들은 노력해야 한다.
또 다른 선생님의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주였다. 군포 한 초등학교의 학교사회복지사인 선생님은 울먹이며 소식을 전했다. “군포시에서 학교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한다고 학교로 공문이 왔다” 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교육청 예산으로 채용되는 교육복지사와 시예산으로 지원하는 학교사회복지사가 있다. 그런데 작년 11월에 이미 시의회를 통과한 예산을 시에서 삭감하겠다고 공문이 온것이다. 처음에는 전액삭감을 이야기하다가 50% 삭감을 제시했다고 한다.
학교에 사회복지사가 왜 필요한가? 노인들은 노인복지관이 있고 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이 있어 그곳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 외에 일상적으로 지원받을 곳이 없다. 물론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경우 지원이 가능하지만 이른바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도움을 주고 받기 어렵다. 하지만 교육복지사 혹은 학교사회복지사가 있는 경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내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삶은 정말 어려웠다. 학교사회복지사들이 나서서 반찬배달을 요청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지원 심지어 기초학습지원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학교사회복지의 필요성을 경험한 지역(경남, 울산, 인천)에서는 교육복지사의 수를 크게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학교사회복지사의 수가 가장 적지만 지속해서 사업을 줄이고 있는 지역이 바로 경기도교육청이다. 그나마 군포에서는 그동안 시에서 협조를 잘 해주어 시예산으로 지원되는 학교사회복지사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게 무슨일이란 말인가? 군포시 학교사회복지지원예산은 4억5천만원정도라고 한다. 다른 예산에 비하면 크지 않은 예산이다. 가장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예산을 줄여서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코로나19시기 군포시가 아이들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도시를 가치있게 만들자는 군포시는 그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시민을 행복하게 한다는 군포시의 시민은 과연 누구인가? 가장 힘없고 약한 아이들이 행복하다면 온 군포시민은 모두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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