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월대보름(2/5)을 하루 앞둔 토요일 저녁, 군포문화회관 수리홀에서 세종국악관현악단(대표 김혜성) 주관으로 한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2023 정월대보름 달달한 콘서트’가 열렸다. 제목의 ‘달달’은 중의적 표현으로 아마도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메타포일 것이다. 지난 1월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단 주관의 신년음악회에 이어 국악 음악공연으로는 처음 열리는 공연이어서인지 이날도 그야말로 인산인해, 만석을 기록했다.
두 번째 곡은 경기민요 명창 김혜란의 협주곡 <우리 비나리(이준호 작곡/구희서 작사)>로서, ‘지구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현생에 이르기까지 살과 액을 풀고 복덕을 비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악관현악의 웅장하고 다양한 반주가 창(唱)과 군무(群舞)와 한데 어우러져 평상시 대하던 비나리 느낌과 달리 큰 희망을 품게 한다. 세 번째 곡은 <방아타령 주제에 의한 해금 협주곡(김영재 곡)>으로 해금 연주는 한양대 국악과 김성아 교수가 맡았다. 경기민요인 방아타령의 섬세한 표현을 재해석하여 국악관현악과 주거니 받거니 소통하는 새에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이날 사회자는 해금 연주 모습을 학에 비유했지만, 나로선 노란 치마저고리의 여자아이가 칭얼대고 응석 부리는 모습이랄까, 해금의 소리는 변성기에 이르지 못한 앳된 꼬마의 재잘거림 같다.
네 번째 협연은 소리꾼 유태평양과 함께하는 <장타령> <아름다운 강산>이다. 장타령은 각설이들이 구걸 삼아 장마당에서 부르던 노래로 타령조의 비애가 묻어나면서도 가락과 가사가 유쾌하고 신명 나며, KBS 불후의 명곡에서 불렀다는 아름다운 강산 역시 ‘<흥부가> 중에서 박 타는 대목’을 삽입하여 특유의 시원한 창법이 흥을 돋운다. 물오른 관객석에서 “앵콜”이 터지자, <아리랑> 메들리를 부르며 관객들의 합창을 이끌어냈다. 우리 가락은 신명이 치솟을 땐 관객의 흥이 연주자의 흥을 압도하기도 한다. 교향곡 연주 때 악장 사이에 박수를 금기시하는 연주자 위주의 감상 매너와는 달리, 공연 도중에 “얼씨구, 좋다” 등 추임새를 부추기는 국악 공연은 관객 위주의 감상을 내세워서이다.
마지막 공연은 국악관현악곡 <휘천(輝天)>이다. 강상구가 작곡한 창작곡으로 ‘어둠과 혼란이 가득했던 땅에 새 인물이 나타나 하늘 문을 열고 휘황찬란한 빛줄기와 대지를 적시는 빗물을 영접한다’는 내용이다. 무대 뒤 자막을 꽉 메운 대자연의 모습만큼 현란하고 장엄한 가락과 장단으로 연주 내내 축복받는 느낌이었다. 학이 날아오르듯 두 팔을 크게 벌려 무대를 휘젓는 지휘자 박호성의 동작까지 더해져 이날 <달달한 콘서트>는 그야말로 관객들의 마음속에 집채만 한 달덩이 하나씩을 안겨 주었으리라.
군포문화재단 창단 10주년, 군포문화예술회관 건립 25주년을 기념한 공연이기도 했던 이 날의 행사로 말미암아 참관객뿐만 아니라 군포 전역에 새해의 힘찬 기운이 가득해지고, 군포문화예술회관 상주 단체인 세종국악관현악단에도 더욱 활발한 기운이 뻗치기를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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