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음악을 애호하는 군포시민의 한 사람이자 지역예술협업단체 <만지작동맹>의 대표 자격으로, 우리 지역의 새해 첫 음악회인 ‘신년음악회’ 관람 소감을 남기는 글이다. ----------------------------------------------------------------------------- 설 연휴를 넘긴 주말 토요일(2/18) 저녁,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 로비가 관람객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중 나온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김홍기 단장, 군포문화재단 성기용 대표, 군포문화예술회관 최성지 단장 등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틈에 김윤주 전 시장, 현 이길호 시의장 얼굴도 보여 새해 인사를 나눴다. 지난해 송년/제야 음악회 때는 현 시장이, 올 신년 음악회에는 전 시장이 바통 이어받기로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순서가 바뀐 듯한 느낌을 살짝 느껴본다. 공연 시작 10분 전 자리에 드니 이번 공연도 만석이다.
1부는 체코 민족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작의 몫이다. 지휘는 국내 지휘계의 거장 마에스트로로 손꼽히는 임헌정(현 포항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그의 부드러우면서도 절제된 지휘 모습은 드보르작의 음악성과 참 잘 어울린다. 먼저 <슬라브 무곡 제8번 사단조 Op.46 B.83>으로 포문을 열었다. 참고로 Op는 ‘작품번호’를 말한다. 1878년 베를린 음악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단 두 달 만에 작곡한 보헤미안 민속 스타일의 무곡으로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두 번째 곡은 <교향곡 제8번>이다. 그의 아홉 교향곡 중 보헤미안 색채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으로 ‘드보르작의 전원 교향곡’으로 불린다. 4악장이 끝날 때까지 마치 따뜻하면서도 싱그러운 봄바람이 거푸 부는 느낌을 받았다. 참고로 교향곡은 통상 4,5개의 악장으로 구성되는데 악장 사이에 박수는 금물이다. 음악의 흐름을 방해해서인데, 이날만큼은 단 한 건의 실례(失禮)도 없었다. 군포시민의 음악감상 수준이 대단하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울려 퍼진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 수차례의 커튼콜 끝에 15분 휴식 시간에 들어갔다.
2부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카미유 생상스의 몫이다. 왈츠의 왕답게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 <안넨 폴카>, 오페레타 <집시남작> 중 개선행진곡은 들뜬 새해의 기분을 한층 고조시키는 진취적 기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참고로 Operetta는 대사와 춤, 오케스트라가 혼조된 작은 오페라를 의미한다. 슈트라우스 2세의 곡들 중간에 배치된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제1번 라단조 Op.33>은 첼리스트 송영훈의 무대였다. 그는 9세 나이에 서울시향으로 데뷔한 음악 신동으로, 2015년부터 KBS 클래식 FM ‘송영훈의 가정음악’ 진행자로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잘생긴 외모의 송영훈은 마치 프라임필하모닉 단원들과 한 몸이 된 것처럼 묵직하면서도 감미로운 선율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더욱 감동을 준 것은 수차례 커튼콜 후에 앵콜 곡으로 활을 내려놓고 손가락만으로 연주를 들려줬다. 이런 피치카토 기법은 튕기는 소리가 매우 청아하고 담백하여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나도 모르게 “와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앵콜 연주곡이 워낙 특이해서 주최 측에 여쭤봤더니, 조지아의 전통 류트 이름을 딴 <총구리(Chonguri)>란 곡으로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술칸 친차제(Sulkhan Tsintsadze)가 지은 곡이란다.
이날 함께했던 클래식 애호가 K씨는 “음악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받고 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음악이 주는 감동은 즉흥적일 수 있으나 그 여운은 길다. 나 역시 신년의 활기찬 기운을 듬뿍 받은 느낌이다. 특히 첼로협주곡을 감상할 땐 잠시 중학교 시절의 추억으로 빠져들었다. 경남 진해중학교 재학 때 교내합주단에서 1년간 첼로를 연주한 적이 있어서다. 그때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롯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으로 경남도내 합주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잊지 못할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 올 한해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아가자’ 다짐해 본다. 힘겨운 새해가 될지라도 다들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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