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12월 7일 아침, 이번에 같이 인턴시민기자가 된 친구와 만나 군포시민신문 후원 잔치를 도우러 갔다. 산본역에 내리고 중심상가로 나왔을 때 잠시 헤매는 시간이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후원 잔치 홍보 기사를 자세히 안 봐서 정확한 장소를 모르고 있었다. 먼저 도착하신 분께서 우릴 찾으러 온 후에야 도착하게 된 곳은 한 호프집이었다. 처음 이곳을 보고 흠칫했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는 공간의 크기가 작았고 또 무엇보다 ‘호프집’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한 것과 달랐지만 일단 넘어갔다.
우리가 할 일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야 진실을 알게 됐다. 나는 후원 잔치가 사람들이 와서 인사하고, 얘기하고, 준비한 음식도 먹다가 얼마씩 후원하는 간단한 행사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식당처럼 음식을 파는데, 그 가격을 좀 높게 책정해서 충분히 후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을 모아내는 그런 방식이었다. 행사의 방식이 이러니 나와 친구의 역할은 ‘멀뚱히 서서 쪽수 늘려주기’ 같은 쉬운 것이 될 수 없었다. 우리는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이 사실을 가서야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처음에 일 처리 단계를 배웠다. 1단계, CMS 후원을 하거나 군포시민신문 기사에 관한 퀴즈를 맞힐 경우 5천 원 상당의 칵테일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자리에 앉은 후원자에게 알린다. 2단계, 주문을 받는다. 그 후 주문서에 체크하고 같은 내용을 포스트잇에도 적어서 각각 전자는 카운터, 후자는 주방에 보낸다. 그리고 또 중요한 점은 주문받는 시점에 음식값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3단계, 주문받은 음식을 해당 테이블에 나른다. 마지막 4단계, 후원자가 떠났을 때 테이블을 치운다.
점심때는 이 단계를 정상적으로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녁때는 그렇지 못했다.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도무지 이 전부를 수행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녁 이른 시간에 1단계는 날아갔다. 알아서 기사 문제를 풀고 무료 칵테일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지만, 소수였다. 안타깝게도 칵테일은 따로 주문하는 사람도 적었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전주호 기자는 칵테일 실력을 맘껏 뽐내지 못했고, 결국 말미에 와서는 서빙과 테이블 정리의 세계로 포섭됐다.
그런데도 일손이 부족했다. 주문받고 카운터로 주문서를 전달하는 길에 또 주문받고, 술 추가 주문까지 받고, 선불로 받은 티켓을 카운터에 갖다 놓으려니까 이제는 음식이 나와서 서빙을 했다. 거기다가 ‘큰 거 온다’라고 말하며 절망했던 테이블 청소까지 가끔 더해졌다. 세 단계의 일들이 마구 꼬였고, 더 꼬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축구를 할 때보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돌아다녀야 했다.
맛집 알바가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경험이었다. 깨달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거창한 건 아니고, 식당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다. 종업원이 치우기 힘드니까 최대한 깔끔히 먹고 휴지 등 쓰레기 줄이기, 주문이나 추가 요구는 최대한 종업원이 여유 있어 보일 때 하기, 군자의 인내와 여유를 가지고 주문한 음식 기다리기 등등이다. 확실히 입장이 바뀌니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다.
사실 일을 하다 보니 중간에는 정말 맛집에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했었다. 끝나고 보니 맛집이 아니라 군포시민신문 후원 잔치였다. 군포시민신문은 맛집 못지 않은 치열함을 한편에 품고 있는 것 같다. 그 치열한 현장의 한복판에 있었음이 은근히 뿌듯하다.
<저작권자 ⓒ 군포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