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12주기 추모행사 리뷰2] 12/3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관람

신완섭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 | 기사입력 2022/12/12 [08:23]

[리영희 12주기 추모행사 리뷰2] 12/3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관람

신완섭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 | 입력 : 2022/12/12 [08:23]

  본 영화관람 행사는 ‘리영희 12주기 추모행사(12/2~12/5)’ 기간 동안 군포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센터장 강선영)’에서 함께 주최해준 시민 대상 무료관람 행사였다. 총 100여 분의 시민들이 관람 신청하여 민중가수 정태춘 박은옥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리영희기념사업회(대표 정금채)에서는 신완섭 운영위원장과 김순천 총무분과, 우은숙 회원이 낮 12시경에 산본CGV 상영관 입구에 홍보 배너를 세우고 소책자와 그림엽서, 입회원서 등을 입장객에게 나눠주었다.

 

  당초 상영 전 간단한 소개말을 드리는 시간을 가지려 했으나 일손 부족으로 포기했다. 준비했던 소개말을 요약해 보면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독립영화 <워낭>으로 유명한 고영재 감독이 만든 다큐영화로 ‘리영희재단(이사장 김효순)’이 제작 지원했다. 주인공 정태춘 박은옥은 리영희 선생이 살아생전 부부가 함께 홋카이도 ‘조선인노동자유해발굴단’에 참여했을 정도로 교분이 두터웠다. 정태춘 씨도 선생의 우상 타파와 진실 정신에 감동받아 1980년대부터 평택미군기지 반대운동, 전교조 지원 공연, 노동단체 시위 공연, 2016년 촛불시위 등 가리지 않고 불의에 맞서고 진실을 외쳤다. 그런 인연으로 추모행사 일정 속에 영화관람 행사를 넣은 것이다”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이 외모로도 그 결연함이 상당히 닮았다는 느낌이다.

 

  함께 했던 2006년 8월 ‘조선인노동자유골송환운동’ 차 같이 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인이기도 한 정태춘은 이런 시를 남겼다. “홋카이도 포럼에 그가 왔다/ 한 손에 갈색 지팡이를 짚고/ 한반도, 아니 동북아, 아니 인류의/ 추악한 현대사와 함께 늙어온/ 그의 고분한 아내와 함께// 칠순 노구 그러나/ 아직은 형형한 눈매로/ 더욱 깊이 삽을 찌르라우/ 더욱 깊이 땅을 파라우/ 더욱 깊이 역사를 파내라우/ 진실을 파내라우/ 아름다운 이들이여“라고 노래한 것이다. 그를 보면 살아있는 선생의 분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분주히 공연 준비를 하는 팀들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왜 그가 음악인의 세계로 들어섰는지를 보여 준다. 팽택 시골에서 그는 항상 도피를 꿈꾸었다. 고등학교 때 학교 합주단에서 우연히 배우게 된 바이올린은 그의 도피를 돕던 탈출구였다. 음대 진학을 시도했지만 보기 좋게 낙방, 대학 대신 전투경찰로 군 생활을 하던 중 <시인의 마을>, <촛불> 등 서정미가 돋보이는 초기 곡들을 다수 작사·작곡한다. 이때 창작곡 경진대회에 출품했던 <양단 몇 마름>이 수상하며 레코드사에 발탁된다. 그리고 같은 소속사에 찾아온 부산 출신 박은옥을 만나 결혼하고 1978년 1집 음반이 대히트 치면서 데뷔 1년 만에 신인상을 수상하며 세인의 이목을 끈다. 그러나 2,3집은 무참할 정도로 저조했고 대학가요제 이후 열린 경쾌한 노래와 조용필의 아성에 가위 눌려 언더그라운드 가수 생활의 길을 걷게 된다. 이때 사회의 부조리와 사회적 약자의 설움을 공감하게 된다. 이후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개인적으로는 초기의 노래들을 좋아하지만, 민중가요로 만든 <5.18>, <92년 장마, 종로에서> 등을 듣다 보면 가슴을 후벼파는 울분과 함께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가 내뱉는 가사에는 우리 시대의 한탄이자 울분, 서러움이 묻어난다. 그러나 다 듣고 보면 외면할 수 없는 선각자적 메시지와 직면한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5.18 중),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중). “가족 누군가/ 새장 옆에서 제발 담배 좀 피우지 말라고 내게 말할 것이다/ 아치의 노래는 그의 자유, 태양빛 영혼 그러나,/ 아치의 노래는 새장 주위로만 그저 뱅뱅 돌고 ...”(아치의 노래 중). 영화 제목이 되어버린 그(아치)는 양아치라고도 불리는 새장 속의 새 이름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그의 외침에 절로 눈물이 났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여러 번 눈물을 훔쳤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김미현 씨는 정태춘 박은옥의 광팬이지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정태춘은 공연에 힘겹게 참석해 준 그녀에게 ‘봄’이라고 크게 쓴 글씨를 선물한다. 그녀가 아직 살아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극 중 정태춘이 아내 박은옥에 던진 말이 귓가를 맴돈다. “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을 때까지 뭔가를 해야 해” 그는 말보다 실천을 앞세우는 모범 국민이자 대단한 재주를 타고난 음악인이다. 리영희 선생과는 걸어갈 길의 결은 다를지라도 앞으로도 큰 걸음으로 걸어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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