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경의 從心문화]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회고전

MMCA덕수궁관

김난경 시민기자 | 기사입력 2022/12/06 [20:23]

[김난경의 從心문화]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회고전

MMCA덕수궁관

김난경 시민기자 | 입력 : 2022/12/06 [20:23]

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회고전이 '우주를 향하여'라는 부제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우주를 향하여'는 1970년대 중반~ 90년대까지 문신이 제작한 여러 조각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회화 45점ㆍ조각 95점ㆍ드로잉 90점이 4개의 전시실에 나뉘어져 관람객을 맞이한다. 

 

72세에 생을 마감한 그의 묘비에는 "노예처럼 일하고, 서민과 함께 생활하고, 신처럼 창조한다."는 생전의 좌우명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 한 문장으로도 그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가정형편으로 중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한 문신은 16세에 그림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일본으로의 밀항을 감행한다. 일본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한 그는, 고학으로 돈을 벌면서도 교내 데생대회에서 1등도 놓치지 않는다. 졸업 후, 도쿄 인근 예술인촌에 살면서 인정받는 화가로 성장한다.  

 

그 당시 21세의 문신이 이젤을 앞에 놓고 곁눈으로 거울을 보며 그린 <자화상>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한편 고학으로 번 돈 500원을 아버지에게 보내 고향 뒷산을 사게 하고, 50년 후 이 땅에 자신의 미술관을 손수 지어 국가에 기부한다.

 

해방이 되자 고향 마산으로 돌아오면서, 문신은 수중에 있던 500원을 몽땅 털어 일본에서 물감을 사온다. 물감이 귀했던 전쟁통에도 일본에서 사온 물감으로 마음껏 그림을 그리며, 마산과 서울을 오가며 10여차례 개인전을 열며 왕성하게 활동한다. 그러나 그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40세즈음인 1960년 무일푼으로 무작정 파리로 향한다. 

 

1965년 잠시 고국에 돌아와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도 했으나, 1967년 다시 파리로 가서 조각가로 변신한다. '조각가 문신'은 1970년 프랑스 '사장(沙場) 미술관'에서 열린《국제 조각 심포지엄》에 <태양의 인간>이라는 13미터 높이의 나무조각을 출품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 후 10년동안 다양한 전시에 초대되어  100여회 참여하면서, 조각가로서 명성을 떨치며 예술가로서의 독창성도 인정받는다.

 

미술가라는 단어는 언제나 아름답게 펼쳐진 파노라마 속으로 자신을 향하게 한다고 말했던 문신! 산과 바다에 둘러싸인 고향 마산 풍경과 주변 사람들의 소박하고 거친 삶 그리고 향토성 짙은 정물을 화폭에 담은 회화작품이 1전시실에서 그의 삶과 예술을 파노라마처럼 우리에게 보여준다.

 

조각가 문신이 작품으로 표출한 조각의 형태는 <개미>처럼 추상적 표상이 아닌 그 자체 삶을 지닌 구체적인  존재로서 생명의 리듬을 느끼게 해준다. 하나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재료와 도구를 잡는 순간, 손의 물리적 동작에 몰입한다고 한다. 이때 상상력을 매개로 예상치 못했던 형태가 스스로 작품으로 창조되어지곤 한다고 작품을 완성한 후 문신은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조각품은 예술혼이 깃든 창작품이며 혼신의 노동을 통한 명품, 즉 예술가와 장인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평을 듣었다.

 

문신은 석고나 나무, 브론즈를 대신해서 부식에 강한 스테인레스 스틸을 야외 조형물의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제 그의 조각은 공원ㆍ지하철역ㆍ광장 등에 전시되어 도시인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조각 작품은 재료별로 (나무 ㆍ브론즈ㆍ스테인레스 스틸) 2ㆍ3ㆍ4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문신은 1980년 영구 귀국 후, 해방 전에 사두었던 뒷산에 자신의 미술관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했다. 14년에 걸쳐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열정으로 고향의 일꾼들과 같이 산을 깎고 돌을 쌓고 연못을 파고 나무를 심었다. 1994년에 완공된 시립 창원마산 문신미술관은 그의 50년 예술 경력의 종합작품이다. 그리고 다음 해, 문신은 운명적인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그는 조선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조국인 조선에서도 일본에서도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더더욱 늘 이방인이었다.

 

"인간은 현실에 살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우주)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던 작가에게 '우주'는 생명의 근원이자 고향과도 같았다고 한다.  <우주를  향하여>는 그의 갈망과 그의 도전적인 예술가적인 기질을 내포하고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 야외 조형물이다.  전시관 바로 앞에 분수를 배경으로 설치된 <우주를 향하여>는 빛의 흡수와 반사로 거울처럼  그 안에 나와 주변의 모든 초겨울 풍경을 반영한다.

 

또 '올해 최고의 전시 공간 디자인'으로 뽑힌 문신 회고전을 반드시 관람해야 할 전시로 추천한다. 전시는 내년 1월2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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