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 한국미술협회 군포지부 지부장

[아름다운 사람들]

신완섭 기자 | 기사입력 2022/11/21 [07:27]

배선한 한국미술협회 군포지부 지부장

[아름다운 사람들]

신완섭 기자 | 입력 : 2022/11/21 [07:27]

  빼빼로 데이로 알려진 11월 11일, 군포문화예술회관 뒷길 공방거리에 위치한 배 지부장의 화실을 찾아갔다. SUN ART라는 간판 아래 ‘선(善)한 게장’ 돌출간판이 낯설어 내부를 들여다보니 젊은 여자 한 분이 양념게장 포장 작업에 여념이 없다. 알고 보니 시집간 딸이다. 엄마의 화실에서 게장 장사?, 화실은 대체 어디냐고 묻자 건물 모퉁이 돌아 지하실이란다. 간판 없이 문이 잠긴 지하 화실, 초행인지라 더더욱 헤맨 끝에 배 지부장을 만날 수 있었다.

 


  Q1 (빼빼로 2통을 건네며) ‘선한 게장’은 뭡니까

  제가 이름처럼 ‘배(倍)로 선한’ 사람이라서 제가 만드는 게장도 ‘선한 게장’인 거지요.(웃음) 60대 중반을 넘기고도 아직 건설 일을 하는 남편과 주말 부부로 지내다 보니 평일 소일거리로 차린 게장 장사가 인기(?)를 끌어 아예 브랜드를 그렇게 정한 건데 그 맛이 얼마나 착한지 조만간 선한 게장 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후일담_며칠 뒤 집으로 배달되어온 양념게장은 온 식구가 맛있게 먹고 있다)

 

  Q2 그림과의 인연은?

  충청도 태생이지만 어릴 때 안성의 칠장사 부근으로 이사 가는 바람에 젊은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어요. 할아버지가 대처승이셨고 시골살이는 단조로웠으나 산과 들, 강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보며 곧잘 그림을 그리며 놀았습니다. 대학에선 생물학을 전공했으나, 학과 공부나 졸업 후 취업에는 별 흥미를 못 느끼던 차에 스스로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별도로 전공하며 아예 화가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림 그리기가 이유 없이 좋아서 시작했으나, 그동안 여러 대회에서 상도 받고 여러 차례 개인전 단체전을 갖다 보니 지금은 화가로서의 소명 의식마저 느끼고 있습니다.(웃음)

 

  Q3 여기 있는 여러 작품 중 삼베를 소재로 한 작품이 유독 눈에 띄는군요

  저는 산본성당 소속의 천주교 신자인데, 25년째 ‘염령회’에서 염(殮) 봉사를 하고 있어요. 돌아가시는 신도들의 시신을 수의로 갈아입힌 다음 삼베로 싸 드리는 일이지요. 연중 대략 50~70분 정도가 하늘나라로 가시는데, 이때 자투리 삼베 조각이 남게 되어 이것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제 작품 소재로 쓰고 있지요. 삼베로 만든 작품을 볼 때마다 영령들이 주고 간 선물이라 여깁니다. 최근에는 치과의사 C씨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셨는데 염을 하다가 인생무상에 앞서 살아있음의 축복을 그림으로 남기자며 묵상하고 기도했습니다.(잠시 숙연) 

 


  Q4 오다 보니 공방거리가 한결 밝아졌더군요

 

  아 네, 군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동료 미술가 세 분과 마을 정비 차원에서 길거리 벽화 그리기 작업을 한 덕분이지요. 제가 이곳에 화실을 차린 지도 벌써 15년이 지날 만큼 이곳에는 20여 곳의 공방이 모여 있습니다. 산동네인 이곳은 별로 크지 않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골목이 많습니다. 그만큼 정감이 가는 곳이라 손수 아기자기하게 마을을 꾸며놓고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낙후된 구도심을 골라 벽화작업을 지속하여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에 일조하고 싶어요. 인터뷰 끝나고 길거리벽화 구경을 시켜 드릴게요.

 

  Q5 현재 2년 차 미협 지부장을 맡고 계신데.

  그러게요. 앞으로 2년이 더 남았으니 아직도 할 일이 태산같아요. 저의 목표는 회원들의 창작활동 독려뿐만 아니라 작품 판매 지원에 있어서, 불과 한 달 전 ‘사회적협동조합 G-ART’가 출범했어요. 지역 미술가들의 작품을 판매하거나 렌탈해 주는 일을 알선하는 미술품 중개사업체지요. 실제 얼마 전 도시공사와 처음으로 연계약 렌탈을 체결해 1호 크기 기준으로 매월 10만 원의 렌탈료를 해당 작가에게 지급하는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역 미술가들이 G-ART에 등록하려면 1구좌(=작품 10점) 당 10만 원의 연회비를 내야 해요. 전 미협회장을 지내신 강희진 조합장님과 이상훈 사무국장님이 엄청 애쓰고 있으니 많이 홍보해 주세요. 

 

  Q6 미협 관련 애로사항이 있다면

  현재 미술협회 가입 조건은 전공자일 경우 전시경력 2년, 비전공자일 경우 전시경력 9년으로서, 가입비 15만 원에 연회비 7만 원입니다. 해당자로선 약간의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지역의 숨은 고수들을 많이 발굴하고 싶어요.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은 우선 예술공급자인 창작 층이 두터워야 하지 않을까요. 나 홀로 활동하는 분들이 미협에서 같이 활동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함은 물론 서로 다른 장르와도 협업(콜라보)하는 예술문화 풍토 조성에도 힘쓰겠습니다.

  요즈음 한 가지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바로 ‘ROAD GALLERY(길거리 화랑)’ 문제인데, 올해 상반기 시에서 저희 협회에 조성비 2억3천5백만 원을 책정해준 시 지원사업입니다. 알다시피 소도시인 군포는 상설 전시공간이 많이 부족하잖아요. 상대적으로 시민들의 향유 욕구는 높아져만 가서 이를 해소할 목적으로 기획된 확정사업인 데도 시청 녹지과의 시설관리 반대에 부딪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게 무척 안타깝습니다. 이후 미협이 나서서 시설관리를 책임지겠다고 했으나 연말이 가깝도록 종종 무소식이네요. 시와 미협 간에 빠른 타협점이 찾아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배선한 한국미술협회 군포지부 지부장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기자노트_동갑내기인 배 지부장의 트레이드 마크는 ‘해맑은 미소’이다. 쉴새 없이 웃어대는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나 역시 행복 바이러스에 빠져든다. 성당에서의 봉사와 미협 지부장의 중책을 성실히 수행하는 가운데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가 염원하는 ROAD GALLERY에서 함께 작품 전시를 해 볼 날이 머잖아 이뤄지기를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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