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酒好리뷰 ⑮ 찬바람 불때 '핫 토디' 한잔'위스키, 보드카, 럼, 브랜디' 4종 4색으로 몸을 데우는 방법'주호'라는 이름을 가지고 술을 좋아하게 된 것은 재미난 우연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주호酒好와 발음이 같아서다. 2022년 7월말부터 1주 1회 간격으로 흔히 '양주'라고 불리는 서양 증류주와 리큐르, 칵테일, 기타 주류들을 소개해온 필자의 리뷰는 본 15회를 끝으로 쉬어 가기로 했다.
겨울이 한 발짝씩 다가오고 있다. 따스한 커피와 차, 코코아, 그리고 귤이 땡기는 계절이다. 푸근한 음료로 추위를 달래고 새콤한 과일로 비타민을 보충하면 몸에도 좋고 기분도 좋아진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술 또한 이런 '매해 반복되는 유행'에 빠질 리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약재를 넣어 따끈하게 데운 모주를 마셨다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비가 오거나 추운 날 위스키에 뜨거운 물과 레몬을 말아서 몸을 달래 왔다. 따뜻한 칵테일 '핫 토디 Hot Toddy'를 소개한다.
'핫 토디'는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의 야자나무 수액으로 만든 술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보통 위스키 등 증류주에 동량의 뜨거운 물이나 차, 그리고 꿀이나 설탕 약간을 섞어 만든다. 와인으로 만드는 온음료 '뱅쇼'처럼 과일이나 계피 같은 향신료를 넣기도 한다. 아무래도 바에서 근사하게 만들어내는 칵테일보다는 동절기에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마시는 음료에 가깝다 보니 레시피는 자유로운 편이다. 이번에 필자는 4종의 증류주에 각각 다른 재료와 뜨거운 물을 섞어 4가지의 핫 토디를 만들어 봤다.
각각의 레시피와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알려 둔다. 내열 유리가 아닌 유리잔에 갑자기 뜨거운 물을 부을 경우 유리가 깨질 수 있다. 필자는 촬영을 위해 일반 유리잔에 물 온도를 바꿔가며 부어 서서히 데우는 과정을 거쳤다. 집에서 따라할 경우 내열 유리잔이나 도자기 머그잔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모든 레시피 공통으로, 술과 물은 가능한 1:1 비율을 맞추는 게 좋다. 술이 더 많으면 따뜻하지 않고, 물이 더 많으면 쓴맛이 많이 날 수 있다. 마치 소주를 너무 적게 넣은 소맥에서 오히려 쓴 맛이 날 때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많은 레시피에서 추천하는 술과 물의 양은 각각 60ml지만 필자는 네 잔의 술을 마셔야 하는 만큼 각각 30ml~45ml 가량으로 줄였다.
첫째는 브랜디다. 사용한 술은 최근까지 스마트오더에서 4만원대의 가격에 구할 수 있었던 '앙리(헨리) 무니에 VSOP' 꼬냑이다. 앙리 무니에 VSOP는 '물 말고는 아무 것도 섞지 않은 원액 그대로'를 내세우는 꼬냑으로,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맛이 훌륭하다. 추가 재료로는 레몬 껍질과 마스코바도(비정제원당) 1티스푼을 골랐다. 일반 설탕이나 시럽을 사용해도 무관하다.
데운 잔에 브랜디(꼬냑)를 넣고 뜨거운 물을 반 정도 붓는다. 시럽이나 설탕을 넣고 잘 저은 뒤 뜨거운 물을 마저 부은 다음 레몬껍질을 쥐어짜고 퐁당 담가 준다. 필자는 멋을 위해 미리 잔 테두리에 레몬즙을 바르고 설탕을 묻혀줬다.
뜨겁게 데워진 술에서 알콜이 코를 찌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심하지 않다. 마셔보면 코와 입에서 포도향과 초코향, 레몬향이 골고루 어우러지는 신기한 기분이다. 입의 체온에 녹은 레몬 사탕 같은 끈적함도 있다. 따뜻하게 마시는 사이드카 칵테일 같기도 하다.
브랜디 버전과 과정은 비슷하다. 잔에 술과 뜨거운 물과 잼을 넣고 시나몬 스틱으로 저어준다.
맛을 보면 사과와 시나몬의 조합이 발군이다. 끈적하거나 텁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아보랄리스의 화사함이 잘 살아난다. 사과와 시나몬이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위스키로는 미국의 '잭 다니엘'이 있는데, 같은 재료를 넣었음에도 느낌이 전혀 다르다. 잭 다니엘은 착 달라붙는 느낌이라면 아보랄리스는 붕 하고 떠오르는 느낌이다.
잔에 건더기를 포함한 우즈바를 떠 넣고 비슷한 양의 보드카를 부어 준다.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붓고 섞는다. 마지막으로 말린 사과 조각을 띄워 장식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낭패다. 묽고 밍밍하고 알콜이 튄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데운 사케와는 전혀 감각이 다르다. 쿰쿰한 말린 과일의 풍미 속에 메도프 '도쿄'의 몽글한 맛과 튀는 알콜향이 각각 플러스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우즈바에 뜨거운 물을 넣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우즈바를 데워서 보드카와 섞는 게 나았을 듯 하다. 혹은 시럽처럼 끈적한 질감의 과일청과 물을 섞어도 괜찮을 듯 하다.
데운 잔에 뜨거운 물 약간, 럼, 그리고 꿀을 넣는다. 그을린 계피스틱으로 잘 저어주고 물을 마저 붓는다. 스틱의 탄 부분이 액체에 닿으면 탄맛이 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팔각 한 개를 위에 동동 띄워 주면 완성이다.
코를 가져다 대면 스모키한 시나몬향이 당연하게도 앞서 온다. 계피는 그을렸는지 아닌지에 따라 풍미가 확 달라지는 것 같다. 다음으로 레몬향과 럼 냄새가 올라온다. 입에 대면 팔각의 향 탓에 압생트의 아니스 느낌이 스친다. 그러나 역하지는 않다. 그 뒤로는 달콤한 맛과 럼의 풍미가 흘러들어오고 불에 그을린 계피가 씁쓸한 맛을 더한다. 묘하게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추운 날에 술을 마시면 혈액순환이 촉진되며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소보다 체온을 더욱 많이 빼앗기게 돼 병에 걸리거나 잘못되기 쉽다고 한다. 특히 뜨거운 술은 더욱 취기가 빨리 도니, 핫 토디는 집에 들어와서 추운 몸을 녹이며 만들어 마시는 것이 가장 좋겠다. 건강하고 안전한, 지속 가능한 음주를 하는 것이야말로 술을 통해 가장 많은 즐거움을 누리는 비법이다.
※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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