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酒好리뷰 ⑧ '솔향이 솔솔' 고든스 진과 김렛

가성비 런던 드라이 진과 '마티니 말고 김렛'

전주호 기자 | 기사입력 2022/09/22 [23:05]

주호酒好리뷰 ⑧ '솔향이 솔솔' 고든스 진과 김렛

가성비 런던 드라이 진과 '마티니 말고 김렛'

전주호 기자 | 입력 : 2022/09/22 [23:05]

'진 Gin'은 서양 증류주 중에서도 특이한 술이다. 보통 위스키나 브랜디, 다크 럼 등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증류주는 오크통 숙성으로 인해 갈색을 띤다. 반대로 숙성을 거치지 않은 화이트 럼이나 화이트 데킬라 등 투명한 증류주는 원재료 고유의 향만이 도드라지는 편이다. 투명 증류주의 대표주자인 보드카는 아예 원재료의 향마저 없애는 '무색, 무미' 무취'를 표방하기까지 한다.

 

이 와중에 '진'은 유독 특별하다. 오크통 숙성을 거치지 않아 맑고 투명하지만, 코를 가져다 대면 알콜 말고도 '솔 향기'를 비롯해 여러가지 다채로운 향이 퍼져 나간다. 이 '솔 향기'는 한국에선 '두송자 杜松子'로 알려진 노간주나무의 열매, '주니퍼베리 Juniper Berry의 향기다. 다른 증류주와 달리 진은 증류를 마친 알콜에 주니퍼베리, 시트러스 껍질, 고수 씨앗, 감초 등 각양각색의 향신료를 넣고 다시 증류해서 만들어진다. 술의 원재료 향은 사라지고 향신료의 향이 뽑혀나오게 하는 것이다.

 

▲ '고든스' 런던 드라이 진과 두 종류의 '김렛' 칵테일.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이러한 '진' 중에서도 가장 표준적인 맛을 낸다는 평가를 받는 '가성비 진'이 바로 '고든스 런던 드라이 진 Gordon's London Dry Gin'이다. 1769년 알렉산더 고든 Alexander Gordon에 의해 탄생한 이 진은 최초의 '런던 드라이 진' 중에 하나다. 18세기 영국에는 '진 광풍 Gin Craze'이라 불릴 만큼 진이 유행하며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는데, 1750년에 일명 '진 규제법 Gin Act 1751'이 제정되며 사그러든다. 이 이후 역한 맛을 감추려 단맛을 첨가하던 기존의 싸구려 진과 달리, 단맛을 빼 '드라이한' 맛과 풍부한 향을 지닌 고품질 진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런던 드라이 진'이다.

 

고든스 진은 750ml 병을 1만원 후반~2만원 초반 정도에 구할 수 있어 저렴한 편이지만 맛은 '최초의 고품질 진' 답게 훌륭하다. '고든스'는 솔향이 중점이 되는 풍미로 기본기에 충실해 처음 접해보는 사람에게 좋다. 향수처럼 강렬한 개성의 '봄베이 사파이어 Bombay Sapphire'나 오이와 장미 향을 가진 '헨드릭스 Hendrick's' 등 더 고가의 진들도 유명하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들 진에 비해 고든스는 대중적인 맛을 지녔고 가격도 낮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진은 니트나 온더록스로 즐길 수도 있고, 냉동했다가 짜릿하게 샷으로 마셔도 좋다. 그러나 진을 가장 맛있고 편하게 즐기는 방법은 역시 칵테일이다. 진 칵테일로는 '진토닉'과 '마티니'가 가장 유명하지만 오늘은 진토닉보다 강하고 마티니보다 부드러운 칵테일을 소개한다. 

 

▲ 칵테일 '김렛'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칵테일 '김렛 Gimlet'의 이름은 19세기 영국 해군 장교 토마스 김렛 Thomas D. Gimlette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그는 괴혈병 예방을 위해 선원들에게 라임주스를 진에 타서 먹였는데 이것이 유래로 전해진다. 만드는 법은 다양하게 알려져 있지만 바에서는 주로 진, 라임즙, 설탕이나 시럽을 얼음이 든 셰이커에 강하게 섞은 뒤 얼음을 걸러 칵테일 잔에 제공한다. 필자는 고든스 45ml, 라임즙 15ml, 심플 시럽(물과 설탕을 1:1 비율로 섞은 시럽) 10ml를 사용해 만들었다.

 

▲ 칵테일 '김렛'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완성된 김렛은 라임즙의 색상 유무에 따라 하얀색이나 옅은 연두색 정도의 뿌연 색상을 띤다. 투명한 재료만 사용하는데도 뿌옇게 나오는 것은 셰이킹을 통해 공기가 섞이기 때문이다. 잔을 들면 코에는 은은해진 솔향과 약간의 라임향이 난다. 맛을 보면 처음에는 진의 솔향과 라임의 신맛이 쿡 찌르고 그 뒤에 부드러움과 달달함이 따라오며 마무리된다. 영단어 Gimlet에는 '목공용 송곳'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에 걸맞는 맛이다. 이따금 미세한 얼음 조각도 입으로 들어오며 기분 좋은 시원함을 준다. 이런 얼음을 없애려면 셰이커에서 잔으로 따라낼 때 촘촘한 채를 받쳐 '더블 스트레인 Double Strain'을 하면 되는데 필자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 일명 '챈들러스 김렛'과 그 재료들. 오른쪽의 '하이드로 라임시럽(라임주스)'은 라임 코디얼(Cordial)에 해당한다.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김렛에는 이름만 같고 전혀 레시피가 다른 것도 있다. 라임즙 대신 당분이 첨가된 라임 코디얼 Cordial을 진과 1:1 비율로 얼음이 든 온더록스 잔에 바로 따르고 잘 저어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 레시피는 '레이몬드 챈들러 Raymond Chandler'의 소설 <기나긴 이별>(The Long Goodbye)에서 등장해 '챈들러스 김렛'이라고도 불리는데 김렛의 유래에 좀 더 가까운 레시피라고 할 수 있다. 코디얼이란 시럽과 주스의 중간 정도 농도를 가져 주로 희석시켜 마시는 음료다. 국내 시판 코디얼에는 '시럽' '주스' 두 표현이 혼용되고 있는데, 주스라는 표현은 생 라임즙에도 사용하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 서로 대신해 사용할 수는 있지만 맛과 색상 차이가 분명해 주의해야 한다.

 

챈들러스 김렛에는 본래 '로즈 Rose's' 사의 라임주스 코디얼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국내에는 정식수입되지 않아 구하기 어렵다. 필자는 국산 브랜드 '하이드로'의 라임주스(라임시럽) 제품을 사용했다. 맛은 셰이킹한 김렛과 정반대다. 솔향이 달달하고 부드럽게 들어오나 싶더니 뒤이어 시고 씁쓸한 맛이 훅 치고 들어온다. 하이드로 라임주스는 제품 라벨에 '라임시럽'으로 표기할 정도로 당도가 높지만 그냥 마시면 신맛이 매우 강해 단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칵테일로 만드니 단맛이 풀려나는 느낌이 든다.

 

두 김렛의 공통점은 의외로 매콤한 찌개 안주와 어울린다는 것이다. 필자는 애호박찌개를 안주로 두 잔을 금방 비웠다.

 

김렛은 '도수 높은 칵테일,' '멋있는 칵테일'을 찾는 초심자에게 권하기 좋은 진 칵테일이다. 영등포 모 유명 칵테일바의 메뉴판에는 김렛의 설명에 '마티니 말고 이거 드세요' 라는 문구가 있다. 이름의 유명세에 기대어 마티니를 시켰다가 그 독한 맛에 질색할 바에는 똑같이 진을 기주로 하고, 훨씬 편하면서도 '찌르는 듯한' 강렬함을 겸비한 김렛을 시키라는 바텐더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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