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브랜디와 꼬냑 리뷰에서 예고한 대로 이번에는 브랜디 칵테일을 소개한다. 오늘 준비한 것은 두 가지인데 둘 다 이름이 특이하다. 쿠브와지에 꼬냑으로는 '사이드카 Sidecar'를, 돈 로얄 XO 브랜디로는 '홀시즈 넥 Horse's Neck'을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강한 술을 마신 뒤 입가심하듯 뒤이어 마시는 약한 술이나 음료를 '체이서 Chaser'라고 하는데 이번 시간에는 '사이드카'가 메인, '홀시즈 넥'이 체이서 역할이다.
'사이드카'에는 재료가 세 가지 필요하다. 꼬냑 60ml, 레몬즙 30ml, 그리고 오렌지 껍질 향을 우려내 만들어지는 '코앵트로 Cointreau' 리큐르 30ml를 얼음이 든 셰이커에서 흔든 뒤 칵테일 잔에 따라내면 완성이다. 코앵트로가 구하기 힘든 경우 상대적으로 싸고 구하기 쉬운 '트리플 섹 Triple Sec' 을 대신 사용할 수 있다. 코앵트로는 3~5만원대, 트리플섹은 브랜드에 따라 1만~2만원대에 구할 수 있다.단 가격 차이만큼 맛에 차이는 있다. 사이드카 칵테일에는 정해진 장식이 없지만 취향에 따라 오렌지·레몬 조각이나 껍질로 장식하면 더 좋다.
'사이드카'는 오토바이 옆에 붙이는 보조좌석을 뜻한다. 칵테일 사이드카가 탄생한 전간기 즈음의 유럽에서 사이드카는 흔한 교통수단이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군 장교가 사이드카에서 내려서 주문한 것이 유래다'는 설이 널리 퍼져 있다. 한편 <The Essential Cocktail>의 저자 '데일 디그로프 Dale DeGroff'는 바텐더의 관점에서 이름의 유래를 찾는다. "바텐더가 계량을 잘못해 칵테일잔을 채우고도 셰이커에 술이 남으면 그것을 옆의 샷잔에 따로 붓는데 이 샷잔을 '사이드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현업 바텐더가 사이드카 칵테일을 만드는 영상을 참조해 보면 간혹 일부러 샷잔에 나누어 따라주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그것을 따라해 쿠페 Coupe 칵테일 잔과 샷잔에 나눠 따라냈다. 하나의 칵테일로 두 잔이 나왔다.
다음은 브랜디 '홀시즈 넥'이다. 이 이름은 문자 그대로 말의 목이라는 뜻인데 레몬 껍질을 길게 깎아내어 잔 속에 장식하는 것이 말의 목과 닮아서라는 설이 가장 널리 퍼져 있다. 혹자는 말 애호가였던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즐겨마셨던 데에서 유래됐다고도 말한다. 필자는 국제 바텐더 협회(IBA) 레시피를 참고해 브랜디 45ml, 진저에일 120ml에 근접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비터스도 첨가할 수 있으나 생략했다. 하이볼 스타일 칵테일인 만큼 너무 독하면 술을 줄이고 너무 약하면 진저에일을 줄여도 된다.
레몬 껍질을 강조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브랜디는 본래 홀시즈 넥의 주재료는 아니다. 19세기 말의 홀시즈 넥은 얼음이 든 잔에 레몬 껍질을 길게 깎아 넣고 '생강향 사이다'인 진저에일만을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일종의 무알콜 칵테일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아메리칸 위스키나 브랜디를 섞어서 먹은 것을 '알콜이 친다'는 의미에서 '거센 한 방이 있는 홀시즈 넥 Horse's Neck with a Kick' 등으로 불렀다고 하는데, 그것이 지금의 유有알콜 홀시즈 넥이 되었다.
사이드카부터 맛을 본다. 우선 쿠페 잔에 따른 쪽의 향을 맡는다. 코에는 레몬, 오렌지의 상큼한 향에 영향을 받은 듯 묘하게 변한 꼬냑 향이 난다. 마치 와인을 닮아 있던 향에서 빠져 있던 산미를 추가한 것 같다. 샷잔에 따로 따른 쪽에 코를 가져가본다. 잔 모양이 다르지만 향 차이는 크지 않다. 원샷한다. 식도가 타는 느낌이 드는데 알콜 탓이 아니다. 레몬의 산 탓이다. 그 뒤를 꼬냑만 맛볼 때 느꼈던 카카오를 닮은 드라이함이 따라온다. 위화감은 없다.
다시 쿠페 잔을 홀짝이니 제주감귤 초콜릿을 먹는 듯한 맛이 난다. 거기서 단맛과 쓴맛이 동시에 덜어지고 상큼함이 더해진 느낌이다. 쓰거나 신것을 잘 못 먹는 편이라면 레시피에 설탕을 더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뒷맛에 어딘가 레드 와인을 닮은 떫은 맛이 따라온다. 산미는 입에서 빨리 씻겨가고 카카오 같은 풍미와 드라이함이 남는 편이다. 이것이 다음 모금을 마시게 한다. 그야말로 무한동력의 칵테일이다.
이 시점에 홀시즈 넥을 빨아마시니 금상첨화다. 입안에 레몬 섞인 생강향이 지나가며 깔끔해진다. 훌륭한 체이서다. 홀시즈 넥에서는 아니나다를까 무언가 '건강해지는' 맛이 난다. 물론 술은 건강에 해로우니 이것은 착각이다. 레몬 껍질의 미미한 약효와 탄산이 주는 일시적인 위산 분비 외에 별로 기대할 것은 없다. 단순히 레몬 껍질이 들어간 진저에일만으로는 맛이 심심할 수 있는데, 브랜디 특유의 카카오 등 풍미가 은근하게 맛을 뒷받침해 준다. 레몬 껍질 향 덕분에 적당히 상큼하면서도 신맛은 전혀 없어 더욱 조화롭다.
꼬냑이 브랜디의 일종인 만큼 사이드카에도 브랜디를 사용할 수 있고, 홀시즈 넥에도 꼬냑을 사용할 수 있다. 저가 브랜디로 사이드카를 만들면 맛의 아쉬운 부분을 오렌지와 레몬이 보충해주어 맛있는 한 잔이 된다. 반대로 꼬냑을 홀시즈 넥에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꼬냑의 다채로운 향이 생강과 레몬향에 묻혀 버려 아쉬워진다.
※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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