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酒好리뷰 ⑤ '불타는 와인' 브랜디와 꼬냑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셜록 홈즈의 '만능약'

전주호 기자 | 기사입력 2022/09/01 [21:20]

주호酒好리뷰 ⑤ '불타는 와인' 브랜디와 꼬냑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셜록 홈즈의 '만능약'

전주호 기자 | 입력 : 2022/09/01 [21:20]

'수렴진화'라는 말이 있다. 새와 박쥐, 상어와 돌고래의 경우처럼 전혀 상관없는 종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며 비슷한 외형 등을 가지게 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 '수렴 진화'는 비단 동식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사물에서, 때로는 언어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오늘 살펴볼 '브랜디 Brandy' 라는 술의 이름이 그렇다. 브랜디는 과실주, 특히 포도주로 만든 증류주를 가리킨다. 브랜디의 어원은 네덜란드어 Brandewijn인데 이는 영어로 옮기면 Burnt wine, 즉 태운 와인(술)이다. 과실주를 끓여 증류하는 과정을 '태운다'고 표현한 것인데 이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증류주인 '소주(불태울 소燒, 술 주酒)'와 일맥상통하는 명칭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해 만든 술이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 비슷한 이름을 붙였으니 '수렴진화'라고 하겠다.

 

이름처럼 브랜디의 시작은 와인을 끓인 것이었다. 술의 양을 줄여 세금을 덜 물기 위해 와인을 졸였다가 나중에 물을 타서 양을 도로 늘렸던 것이 브랜디의 유래라는 설이 있다. 냉장 기술이 없던 대항해 시대에는 쉽게 상하는 와인보다 고도수의 증류주인 브랜디가 보관하기도 유리했다. 비록 '오랜 항해에도 상하지 않는 술'의 역할은 지난 시간에 소개한 값싼 럼이 대신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와인에 브랜디를 섞어 보존성을 높인 '포트 와인 Port wine'이나 '셰리 와인 Sherry wine'이 등장하기도 했다.

 

▲ 돈 로얄 XO 브랜디(오른쪽)와 꾸브와지에 VSOP 꼬냑. 같은 브랜디라도 꼬냑의 품질은 훨씬 엄격히 관리되어 더욱 고급으로 치며 풍미도 우수하다.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브랜디 중에서도 특히 유명하고 고급인 것으로는 '꼬냑 Cognac'이 꼽힌다. 꼬냑은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만 만들어지며 꼬냑 협회의 엄격한 등급제로 관리된다. 위 사진 왼쪽은 나폴레옹이 사랑한 것으로 유명한 '쿠브와지에 Courvoisier'의 VSOP(최소 4년 이상 숙성) 꼬냑이다. VSOP 등급 꼬냑은 '입문자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헤네시' '레미 마틴' '까뮤'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은 마트 등에서 6~8만원대 정도에 구할 수 있다. 필자는 국내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쿠브와지에 제품을 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4만원대에 구했다. 위스키의 경우 마트에서 2만원대에도 좋은 제품을 구해 입문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꼬냑은 진입장벽이 높다. VSOP의 다음 등급이 20만원을 훌쩍 넘는 XO(10년 이상 숙성) 등급인 탓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저렴한 브랜디로 입문하자니 진퇴양난이다. 꼬냑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자 다른 브랜디들도 '프랑스산'임을 앞세워 꼬냑의 등급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꼬냑과 달리 브랜디의 등급 표기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원액의 출처가 확실치 않고 품질 관리도 일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시장이나 군마트 등에서 화려한 병에 담겨 싼 값에 팔리는 소위 '유령 브랜디'들이 그런 경우다. 그 중에서도 위 사진 오른쪽의 '돈 로얄 XO'는 입문용으로 괜찮은 제품이다. XO라는 글자는 무의미하고 풍미도 꼬냑에는 못 미치지만, 병 모양으로 허세를 부리지도 않았고 저가 증류주 특유의 역한 맛도 없다. 최근 3만원 이내 가격으로 이마트 노브랜드 등 마트에서 팔리고 있어 접근성도 괜찮다. 

 

▲ 브랜디를 맛보기 위한 잔들.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이제 맛을 보기로 한다. 브랜디는 위 사진과 같이 향을 모아주면서도 손으로 감싸쥐기 좋은 잔에 주로 마신다. 이를 '스니프터 Snifter' 잔이라고 하는데 냄새를 맡기 좋다는 의미다. 스니프터 잔을 손의 체온으로 데워 향이 올라오게 하며 즐기는 방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양초가 달린 전용 워머도 있다. 그러나 그럴 필요 없이 상온으로 즐기는 게 좋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위스키도 그렇듯 브랜디 또한 글렌캐런 잔, 온더록스 잔, 와인잔 등에 즐겨도 좋다. 

 

코를 가져다 대면 포도 껍질에서 맡아본 듯한 향, 레드 와인에서 맡아본 듯한 향이 난다. 위스키에 비해 또렷하게 말하기 어려운 편이다. 꼬냑에 따라서는 신선한 과일향이 폴폴 퍼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그렇지 않다. 포도에 절여서 말린 나무 같은 향도 난다.

 

입 안에서는 훨씬 상큼하다. 와인과 닮았지만 산미는 없다. 그 뒤에 카카오 같은 맛이 따라붙는다. 위스키와 확연히 차별화되는 점은 곡물이나 땅콩 같은 풍미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재료의 차이일까 싶다. 목을 넘어간 뒤에는 카카오가 머물다가 과일로 끝나서 기분이 좋다. 그러나 향에 비하면 맛은 비교적 아쉬운 편이다. 이런 탓인지 꼬냑은 맛보다 향을 즐기는 술이라는 평가가 종종 있다.

 

돈 로얄 XO의 경우 위의 서술에 비해 과일의 풍미가 많이 적고 맛이 약간 더 단 편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가격의 한계가 있어 칵테일에 더 어울리는 술인 만큼 다음 시간에 따로 다뤄보기로 한다.

 

브랜디는 영국 근대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술이다. 특히 <셜록 홈즈>에서 브랜디는 입에 대기만 하면 기절한 사람도 바로 깨어나는 만능약이다. 위스키의 종주국인 영국은 재미있게도 오랫동안 브랜디를 사랑해온 나라다. 한때 세계 5대 꼬냑 브랜드 중 3개가 영국계 소유였던 적도 있다고 한다. 정작 브랜디의 종주국인 프랑스는 2014년 1인당 위스키 소비량 세계 1위를 달성했을 만큼 위스키를 많이 수입한다고 하니 아무리 역사적 라이벌이라고 해도 좋은 술은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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