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할 때 이야기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 센터에 도착했는데 한 아이가 오지 않는다. 3시10분이면 학교가 끝나는데 4시30분이 되가는데 아이가 오지 않는다. 늦게 온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 왜 이렇게 늦게 왔어? - 학교에서 공부하고 왔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업시간에 풀어야되는 문제를 풀지못해 남아서 선생님하고 공부하고 온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센터장님이 속상한듯 한마디 한다. - 우리 애들은 학교에서 젤 오래있어요. 공부도 젤 많이하고
학기 초에 학력진단평가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학력을 올리기위해 나머지공부를 한동안 했다. 물론 성과는 미미했다. 왜냐하면 그 다음 해에도 나머지공부 대상이 되었으니까. 중학생이 되고나니 기초학력보충수업(나머지공부)을 받게 되었다. 중학생이 된 아이는 수업을 빼먹고 몰래 도망을 갔다. 하루는 깜지를 엄청 쓰길래 이게 뭐냐고 했더니 나머지공부 빼먹고 도망가서 받는 벌이라고 했다. 0.5mm 높이와 너비로 칸이 쳐있는 종이에 한글자 씩 공부한 내용을 적는 것이다. 앞 뒤로 빽빽하게 2장. 아무말이나 막 적을까봐 친절하게 칸을 만들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와서 그냥 공부를 하고 오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가르쳐주는 건 없고 수학문제집을 한 시간 동안 푸는 것이라고 했다. 풀 줄모르는 문제를 한시간 동안 풀라고 하다니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도망치고 싶을 것 같았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학교에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 선생님들이 하는 이야기였다. - 선생님이 이거 잘 못한다고 센터에서 배워가지고 오래요.
선생님은 가르치는 것이 업인 사람이라고 알고있다. 가르치는 일에 문외한인 센터 일개 사회복지사에게 그 소중한 본업을 떠넘기다니. ‘그럼 선생님은 무엇을 하시나요?’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좋은 선생님들도 많다. 코로나 중에 온라인 수업을 못따라오는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 다시 가르쳐주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반면에 센터에서 배워오라는 (혹은 학원에서) 선생님도 있었다.
제8회 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경기도 교육감도 새로 선출되었다. 코로나로 아이들의 학습격차가 사상최대로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따라가기가 힘든 정도였는데 이제는 포기해버린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2년 간 공부를 거의 놓은 아이들은 학교가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공부도 문제이지만 게임중독에 빠져 등교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관계맺기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새로 선출된 교육감은 모쪼록 이런 아이들의 어려움을 잘 도와주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잘 하는 아이들은 코로나를 지나가도 잘 한다. 하지만 어려운 아이들은 더 어려워졌다. 학습결손을 채우고 학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도움을 줄 선생님, 전문가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사회복지사, 교육복지사 인력이 확충되면 좋겠다.
밥놀식당에 오는 아이들 중에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복지사 선생님과 우리는 협력하여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돕고 있다. 멘토링을 연결하기도 하고 아이의 흥미적성이 어디있는지도 함께 의논한다. 마을과 학교가 함께 노력한다면 코로나로 벌어진 다양한 문제들도 조금씩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선거기간에 학력강화를 앞세운 교육감 후보의 현수막을 볼 때마다 또 우리아이들은 나머지공부를 하게 되는 것인가? 가슴이 내려앉았었는데 이렇게 다시 한번 소망을 이야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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