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방, 백 갤러리 카페

[아름다운사람들]③

신완섭 기자 | 기사입력 2022/04/15 [07:00]

문화사랑방, 백 갤러리 카페

[아름다운사람들]③

신완섭 기자 | 입력 : 2022/04/15 [07:00]

인구 27만의 소도시인 군포에 명소가 한 곳 있다. 바로 『백갤러리카페(Baek Gallery Cafe)』로서, ‘백씨가 운영하는 갤러리 겸 카페’이다. 한때 북카페 등 색깔 있는 카페들이 잠시 고개를 든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특화된 카페가 보기 드문 편인데, 3년 전 코로나가 창궐했던 2020년 겁 없이 오픈한 이래 문화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 이곳 백동열 대표를 만나 보았다.

 

  백 갤러리 대표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Q1.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해 주시죠

A1.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 30여 년간 선우엔터테인먼트, 예림프로덕션 등에서 애니메이션 감독 일을 해 오다가 2020년 4월에 그 일을 끝낸 뒤, 같은 해 7월에 이곳에 갤러리카페를 차리고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동참하고자 스케치협회를 창립하여 초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Q2. 미술에 뛰어든 계기는?

A2. 한국동란 때 함경북도 아오지에 사시던 아버님(백운학)이 남하하셨는데, 한학자이자 서예 문인화에도 능하셨습니다. 제가 1960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부산 충무 영동 대전 등지를 떠돌았는데, 그때는 먹고 살기 힘든 때여서 아버님은 서당 훈장은 물론 서예 그림 표구 화랑 등 닥치는 대로 여기저기 떠돌며 일을 했습니다. 부전자전인지라 저 역시 군 제대를 했던 1985년 대전에 화실을 차려 아버님께 배운 한국화를 가르쳤지요. 이후 애니메이션이 돈벌이가 되겠다 싶어 늦깎이로 대학을 다녔고, 졸업 후 미국 디즈니 만화 용역 등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디즈니 만화 <톰과 제리>가 제가 용역 받은 대표작이지요.(웃음)

 

Q3. 군포로 오시게 된 계기는?

A3.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 때 직장 선배의 권유로 1993년 군포 당동우체국 뒤 개인주택으로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막 신도시 산본 입주가 시작되던 때였지만 저는 미개발 지역인 구도심으로 오게 된 거지요. 이후로도 20여 년간 애니 일을 계속하면서 2010년도 초에야 군포미협에 가입, 지역미술가들과 교류하고 그걸 계기로 군포역 근처에서 6여 년간 개인 갤러리 공방을 운영하며 창작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백 갤러리 카페 전경    © 군포시민신문

 

Q4. 2020년 갤러리카페를 열게 된 계기는?

A4. 지금의 갤러리카페 골목 안에 개인 공방이 있었는데,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여태껏 활동반경이 이 일대였던지라 멀리 떠나지 못하고 이곳 지하공간(실평 50여 평)을 세내어 창작 공간과 전시 공간을 겸비한 다목적 카페 공간을 꾸몄지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던 만큼 소득을 염두에 둬 미혼인 둘째 딸이 바리스타로 나서주었지만, 저의 개인적 욕심은 이곳을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전시장으로, 때론 공연장으로, 때론 모임 장소로 활용하는 문화사랑방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Q5. 지금의 상황은?

A5. 갤러리카페를 차린 게 2020년 7월이었어요. 코로나 방책이 엄중하던 때였지요. 오픈 이후 이찬원 트롯가수 팬카페 행사를 했던 때를 제외하곤 한 달도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개업 이래 쭉 연중무휴로 일하고 있지만 일 평균 매출은 20~30만 원에 불과하지요. 아내 몰래 빚을 내서 메우긴 했으나 원금상환이 곧 도래하게 되니 걱정이 앞섭니다. 갤러리카페 사업은 저로선 오랜 직장생활 이후 처음 마주친 소상공인 경험이라서 생소하고 겁도 많이 납니다. 그러나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갤러리카페의 순기능과 개업 때의 초심을 잘 살려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신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현재 12명 정도의 시민 수강생에게 스케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년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촬영 이후 KBS MBC 등 방송사에도 여러 번 소개 된 바 있습니다. 의수화가 석창우 화백의 전시회, 수피아앙상블 공연, 정윤경 도의원의 책 출간회 등 전시·공연·행사도 간헐적으로 유치하고 있어서 제법 알려지긴 했습니다만 만성 적자를 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Q6. 앞으로의 계획은?

A6. 얼마 전 시집간 둘째 딸 대신 사회 경험이 많은 큰딸이 새롭게 바리스타 일을 해 주기로 했습니다. 갤러리카페 사업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고 마케팅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인기를 끌고 있는 수제 샌드위치 외에 최근 남성 취향의 주류(수입맥주/와인)도 갖추었으니 이제부턴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마케팅의 핵심은 단체에 대한 배달사업 강화와 지역예술가들의 전시공연 유치에 두려 합니다. 

 

아울러 갤러리카페 사업과는 별개로 제 강점인 스케치 작업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활동 및 후진 양성에 더욱 힘을 쏟겠습니다. 스케치의 매력은 순간 포착과 생생한 현장 기록입니다. 얼마 전 택지개발로 사라져가는 둔대마을에 관한 기록작업에 함께 참여했던 것처럼, 사진보다 더 생생한 현장감을 역사 기록물로 남기고자 하며, 지역예술가들과 콜라보 작업을 통해 군포가 생동감 있는 문화도시로 거듭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인터뷰를 끝내고 수입맥주 2병과 마른안주를 주문했다. 간단한 목 축임이었지만 갤러리 작품과 흘러나오는 음악이 술맛을 북돋운다. 아회(雅會)를 즐기려는 개인이나 단체들에 강추한다. 

 

  백 갤러리 카페 내부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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