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11주기 추모행사를 끝내고...

이성의 붓으로 진실을 밝히다

신완섭 총감독 | 기사입력 2021/12/15 [15:57]

리영희11주기 추모행사를 끝내고...

이성의 붓으로 진실을 밝히다

신완섭 총감독 | 입력 : 2021/12/15 [15:57]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4일까지 열렸던 <이성의 붓으로 진실을 밝히다> 리영희 선생 11주기 추모행사를 끝낸 지 열흘 만에야 정리 글을 남겨본다. 연극 무대의 커튼이 내려갔다고 연극이 다 끝난 게 아니듯, 일주일간의 대형 행사에는 상당한 마무리 작업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정리하고, 전시유품을 되돌려드리고, 창작품들을 보관하고, 행사 보고서 및 비용을 정산하는 등 마무리하는 데 꼬박 열흘이 걸렸다.

 

선생의 기일(12/5)에 맞춰 치러진 이번 추모행사는 내년 초 <(가칭)리영희기념사업회> 발족을 앞두고 치러낸 행사라서 10주기 때보다 다소 풍성한 내용을 담으려 애썼다. 그 결과 네 가지-독후감 시민공모/추모 전시/추모 공연/초청 강연-행사로 준비했다. 행사별로 그 대강의 결과를 살펴보면,

 

  전주호군의 시장상 수상 (사진=고희정)   © 군포시민신문

 

1. 독후감 시민공모(10/15~11/20): 35일간의 공모기간 내내 군포시민신문 보도자료 게재를 필두로 관내 교육지청의 도움 아래 중고교 20개 교, 시청의 협조하에 관내 전체 주민센터와 7개 도서관, 군포문화재단 시설 등에 80여 장의 포스터를 부착하고 역세권 5곳에 행사안내 현수막을 부착하였건만 마감 닷새를 앞둔 날까지 겨우 2건이 접수되었다. 참담했다. 시장상/시의장상/국회의원상 총 4개의 상이 걸린 가운데 수상자 수도 맞추기도 힘들다니, 창피한 마음에 동네 지인들을 총동원하여 강권(?)을 발동 한 결과 마감날까지 겨우 5편의 독후감을 접수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글솜씨들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10대에서 60대까지 참여 연령도 다양했다. 특히 대상 격인 시장상을 수상한 대학생 전주호 군의 글은 젊은이다운 예리함과 섬세함으로 선생과 눈높이를 맞출 정도라서 양보다 질 면에서 낙제점은 면한 행사였다. 한편 유족 대표로 윤영자 사모님이 참여자에게 선생의 저술 책을 한 권씩 선물하여 행사를 돋보이게 해 준 점에 이 지면을 빌려 감사함을 전한다.

 

  11주기 추모 전시관 (사진=교희정)    © 군포시민신문

 

2. 추모 전시(11/29~12/4): 두 달간의 사투였다. 10월 초부터 매 주말마다 안보영 디자이너, 기획보 박선봉을 전시 현장인 수리상상마을 상상숲 전시장으로 불러냈다. 내가 총기획을 맡아 전시 시나리오 초안은 미리 마련하였으나 이건 밑그림에 불과하다. 최고의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현장감을 통해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이 잡히면 디스플레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때부터는 디테일과의 싸움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전시 벽을 훼손할 경우 전시종료 즉시 거액의 비용을 들여 전체도색을 해놔야 한다는 점이었다. 현장을 둘러보던 중 천정이 가로세로 격자의 철망으로 되어 있는 점을 갈파하고 전시물의 주요 소재를 천정걸개용 현수막으로 처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사상가이자 언론인이셨던 선생의 어록만도 30개가 넘었으니 도합 40개가 넘는 현수막이 전시장을 장식했다. 개관을 이틀 앞둔 토요일, 시공업자를 부를 예산이 없어 참여작가들과 동네 지인들을 불러 모아 힘겹게 설치를 완료했다. 개관 이틀간 무게를 견디지 못한 상하 고정틀이 풀리면서 현수막이 맥없이 바닥에 떨어지는 해프닝도 있었으나 업자를 불러 긴급 보수한 어록 전시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전시 도중 한겨레신문의 보도자료 요청과 함께 전시를 사흘 남기고 중앙언론에 보도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특히 무료 배포한 48페이지 분량의 소책자와 그림엽서 2종은 선생을 기리는 데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추모 공연 (사진=교희정)   © 군포시민신문

 

3. 추모 공연(12/4 14:00~15:00): 공연 매니저를 자청하고 나선 박미애 씨에게 우선 감사한다. 연습실도 없는 열악한 조건에서도 순조롭게 공연 준비가 이루어졌다. 당초 선생과 교분이 두터웠던 정태춘 박은옥 부부를 초청하자는 준비위원들의 제안에 소속사 대표와 통화로 타진해 보았으나 사정상 성사시킬 수 없었다. 공연이 위주가 되는 행사를 선생도 바라지 않을 거라고 애써 자위하며 동네 음악가들로 구성된 소박한 공연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연 당일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의 열연에 감동의 물결을 이뤘다. 첼리스트 김예빈의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자클린의 눈물’ 연주에 이어 수피아앙상블의 반주에 맞춘 보컬 송주희와 김기홍의 ‘동지를 위하여’ ‘참 좋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사랑의 미로’, 그리고 ‘함께 가지 이 길을’을 함께 합창하며 마무리하기까지 추모의 열기로 이어졌다. 이 중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는 선생의 애창곡이었고, 좋아하던 정태춘 안치환의 곡도 울려 퍼져 더욱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 초정 강연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4. 초청 강연(12/4 15:00~16:30): 리영희재단 이사장을 지낸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를 강사로 초빙했다. 백 교수는 중국사 전문가로 ‘중국이란 거울과 리영희’라는 주제로 강연하였다. 현재 팽배해 있는 반중 정서의 기류 속에 냉전 시대에 리영희 선생이 보았던 중국에 대한 인식과 오늘의 중국이 가고 있는 길을 대비하며 중국이 달라지길 바라기보다는 우리가 달라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강연 후 여러 질문에도 적확하게 해답을 제시하는 그를 보며 전문지식의 위력을 새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코로나 수칙에 따라 40명의 제한 인원만 입장할 수 있어서 긴 시간 내내 서서 강연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10여 명의 방청객에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엿새간 300여 명이 다녀간 행사는 이렇게 끝났다. 대하소설을 주로 집필하는 조정래 작가는 집필을 끝낼 때면 초죽음이 되어 병원에 실려 간다고 한다.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은 분명히 정신적인 희열을 주지만 그 과정에 겪게 되는 신체적 고통 또한 적지 않다. 나 또한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허리와 다리 통증에 시달린다. 작년과 올해, 두 번의 각오로 매달렸던 선생에 대한 존경심도 내년에는 내려놔야지, 나 아니면 안 될 일도 아닌데 허리 쓸 일은 정말 하지 말아야지, 허리디스크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며 이게 무슨 미친 짓이람... 이럴 때마다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에 계신 리영희 선생께서 뭐라 하실까 하고. “그래 이젠 그만해라” 이러시길 바라지만 묵묵부답이시다. 선생이 명진 스님에게 건네준 만년필의 주인공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듯, 선생처럼 진실하고 치열하게 살다 갈 사람은 드문 세상이다. 리영희 스토커로 살아갈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나. 에라, 모르겠다. 끝낸 일은 이 정도로 잊기로 하자.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함께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며 모두 모두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용꿈도 꾸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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