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리영희 읽기 '시장상 성인부문 수상작'
'펜의 천칭으로 전달한 진실의 무게'

- 리영희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를 읽고 -

전주호(군포 고산로, 대학생) | 기사입력 2021/12/10 [09:08]

2021 리영희 읽기 '시장상 성인부문 수상작'
'펜의 천칭으로 전달한 진실의 무게'

- 리영희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를 읽고 -

전주호(군포 고산로, 대학생) | 입력 : 2021/12/10 [09:08]

 2021년 11월을 나는 희망찬 기분으로 맞이하지 못했다. 나 뿐 아니라 많은 내 또래들이 그랬을 것이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가 모두 2030 세대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인물로 결정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고, 저마다 의견도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포용성 부족이 아닐까 한다. 어느 후보든 상대편의 의견을 잘못으로 규정하고 오직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태도가 강해, 유동적이며 자유를 갈망하는 우리 세대를 온전히 끌어안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러한 안타까움에 한 술을 더 뜨는 것은 언론의 태도였다.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주류 언론도 좌우로 나뉘어, 심지어 그 안에서도 당파로 나뉘어 각 후보의 정책이나 주요한 행보보다는 신변잡기와 인신공격에 주력한 것이다. 뉴 미디어 시대에 기성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레거시, 즉 유산이라고 불릴 만큼 쇠퇴했다고 해도, 여전히 정치면에 있어서 주류 언론이 가지는 영향력과 정보력은 유튜브 등 개인 플랫폼과는 비교가 안 되는 만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격언이 무색해지는 기분을 나는 느껴야 했다.

 리영희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권태선 저)>를 접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였다. 평전을 접하기 전까지 리영희라는 인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그 제목이었다. 손이 가는 대로 책을 펼치고, 저자의 안내에 따라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나는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언론인도 있었다는 것을, 지금의 언론만큼 큰 힘을 가지지도 못했으면서 지식인으로서 큰 책임을 짊어진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전은 리영희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중요한 열쇳말을 '변방'에서 찾으며 시작한다. 평안도에서 월남한 실향민 출신에, 6.25 전쟁 중에는 중심이라고 하기 힘든 통역장교로 복무했고, 언론 지식인으로서는 낯설게도 공업고등학교와 해양대학을 졸업했다는 점을 평전에서는 주목하면서, 그러나 그것이 낙후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 또한 강조한다. 평안도의 비교적 부유한 곳에서 자랐으며, 해방 직후의 혼란 속에서도 대학을 나왔고, 본의는 아니었으나 통역장교를 맡아 소령으로 제대할 만큼의 엘리트였던 것이 그의 다른 면모다. 이렇듯 주류 사회의 사고방식에 물들지 않는 주변인이면서도 시대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잡아낼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을 가졌다는 것이 리영희가 가진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역사를 살펴보아도 힘을 가진 변방의 존재는 항상 시대에 변혁을 불러오곤 했다. 함경도의 고위 관료 집안 출신인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에도 일본의 변두리 무역항이었던 조슈와 사쓰마가 일본의 개혁을 이끌었던 것처럼 말이다.

 평전이 밝히고 있는 리영희의 행적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단연 베트남 전쟁에 대한 비판이었다. 현대에 사는 나는 영화와 게임, 인터넷 등으로 베트남 전쟁의 참상과 그 여파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매체가 지금보다 발달하지 못했고, 아직 전쟁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1960년대에 이를 포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해당 부분을 읽으며 놀랐던 점은 당시 정권이나 미국에 비판적인 잡지조차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는 점이었다. 분단 및 체제경쟁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반공주의가 공고하고, 미국의 지원을 대가로 수만 명의 우리 청년이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리영희는 베트남 전쟁의 실상을 빠르게 포착하고, 이를 비판하는 의견부터 찬성하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신문에 게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내가 감탄한 부분은 이러한 노력이 평전에서 연구자들의 말을 인용해 말하듯, '의도적 객관성'을 가지고 '교묘'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요즘 언론은 한쪽의 의견에 깊이 기대어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통계의 오류마저 악용하는 추태를 공영방송의 기사에서도 드물지 않게 접하게 된다. 이에 반해 리영희는 지지 의견과 반대 의견을 동시에 인용하고 독자가 비교하게 하여, 지지 의견이 반대 의견을 압도하지 못한다는 그의 의도를 독자 스스로 깨닫게 만들었다. 언론인이라면 자신이 보도하고자 하는 진실에 이 정도의 자신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평전을 읽던 중 인터넷을 통해 리영희를 검색해 보았다. 그를 더 잘 알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서술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평전의 시선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사고하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검색 중에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진시황제의 분서갱유에도 비견되는 중국의 문화대혁명(문혁)에 대하여 리영희가 긍정적으로 보았다는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진실에 복무하다>는 이와 같은 비판의 여지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되돌아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 평전에서는 결코 리영희가 옳다고 옹호하지 않는다. 다만 문혁의 성격이 변질되기 시작하는 1968년 무렵에 그가 조선일보 외신부장에서 물러나는 등 변고가 겹쳐, 문혁이 갖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힘들었으리라고 평전에서는 보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악한 리영희가 정작 문혁에 대해 그렇지 못했던 것은 아쉽기도 하지만, "최초로 TV에 생중계된 전쟁"이라는 타이틀이 달린 베트남 전쟁과 달리 중국이 자유세계를 비롯한 외부에 대해 매우 폐쇄적이었기에 정보가 제한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평전은 이외에도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의 저작 모음인 <전환시대의 논리>가 당대 지식인들에게 미친 영향과 그 반동, 민주주의의 실현이야말로 진정한 반공이라는 요지를 담은 <상고이유서>, 그밖에 방북하여 북한 정권을 면전에서 비판한 일 등 모든 사건을 본 글에서 다룰 필요는 없을 것이다. 리영희는 자신의 펜을 진리의 천칭으로 삼아, 모두에게 진실의 무게를 전달하고자 노력한 언론인이자 운동가였다. 본인 스스로 사회문제에 관해 진보적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새는 좌와 우의 두 날개로 난다"고 말했던 리영희의 태도는, 사상과 이념에 무관하게 오늘날 모든 언론인, 나아가 모든 시민이 본받아야 할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 전주호씨가 지난 12월 4일 한대희 군포시장에게서 상을 받고 있다. (사진=고희정)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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