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이분법 너머 대화의 정치

김 진 웅(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기사입력 2021/11/29 [07:53]

[김진웅칼럼] 이분법 너머 대화의 정치

김 진 웅(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입력 : 2021/11/29 [07:53]

▲  김 진 웅(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라는 책의 문구가 요즈음 내 머리 속을 맴돈다. 얼마 전 오랜만에 형을 만나고 나서다. 코로나사태로 만남을 자제했던 만큼 반가움이 더 컸다. 서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 끝에 내년 대선후보에 대한 말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사실 우리는 정치에 관해 대화하지 않는 편이다. 서로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만남에서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뚜렷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기도 하였다. 때론 감정이 격해지기도 하면서.

 

헤어진 이후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의 대화는 한국사회의 대립상을 그대로 대변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극단적인 이분법을. 그토록 싫어하던 이분법의 포로가 된 괴물 같은 내 모습도 떠올랐다. 온 국민이 사생결단을 내리듯 비장한 각오로 내년 대통령선거를 맞이하고 있는 모양새다. 서로가 나는 ‘절대선’, 너는 ‘절대악’이라는 진영논리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치에서 이분법은 죽음에 이르는 절망을 상징하는 심연(深淵)이다. 마치 깎아지른 듯 가파른 산등성이의 양쪽 골짜기에 깊이 드리워져있는.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심연에 빠져 있었다. 촛불혁명은 그 심연에서 벗어나 산등성이로 힘겹게 오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다시 또 다른 반대쪽 심연에 빠진 듯 혼란스럽다. 그 결과 심연과 심연이 대립하는 진영논리만 남아 정치영역을 지배한다. 두 심연을 벗어나 다수 국민을 아우르는 정치력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멀리 독일에서는 곧 새로운 총리가 결정된다는 소식이다. 나의 관심은 메르켈 총리 후임으로 경쟁 정당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대표가 선출될 거라는 것보다, 서로 다른 색깔의 세 정당이 연합하여 연방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과반수(368석) 이상 지지를 얻어야 하는 규정상 206석 얻은 사민당은 녹색당(118석)과 자민당(92석)과 함께 연립정부를 꾸리는 것이다. 독일국민의 다양한 의사는 이렇게 국정에 반영된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이상처럼 보이니 부러운 모습이다.

   

 최소한 우리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첫째, 두 거대정당의 윤석열, 이재명후보는 당선 시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하면 다른 정당과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둘째,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끝까지 완주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가 대변되고 반영될 수 있다, 의무는 아니지만, 진정 국가를 위한 대통령후보라면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한다. 오로지 당리당략이나 당선의 목표를 넘어, 국민통합의 뜻을 받드는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수 국민의 의사는 양극단의 심연에 위치해 있지 않다. 따라서 대화는 필수이고, 대화에서는 일치가 아니라 상호이해를 지향한다. 국정에서 국민의 다양한 여론을 대변하고 실현하기 위한 대화정치의 중요성을 후보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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